"끝까지 뛰어 수구 세력에 제동 걸겠다"
  • 김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02.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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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한 원희룡 의원 인터뷰

 
젊은 후보여서인가? 원희룡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가족 사진과 두 딸이 그린 그림들이 보기 좋게 걸려 있다. 가야금과 두 딸의 장난감도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의원 사무실치고는 정겨운 분위기다. 날카로운 수재 이미지의 외모 때문이었을까? 대권에의 꿈과 도전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풀어가는 그는 한나라당의 ‘빅 3’와는 확연히 다른 색깔을 보여주었다.

대권 도전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가족들과 깊이 상의했다.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대표하는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도전했다.


손학규 전 지사를 돕는 것도 한 방법일 텐데 ‘자기 장사’가 급했던 것 아닌가?
손 전 지사에게 세력을 모아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지지 선언을 한다 해도 양적으로 조금 보태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발전적 경쟁’을 통해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서민성·남북 화해·미래 지향적인 혁신을 얘기하는 것이 강도나 순도를 더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한나라당 내 보수의 벽을 넘을 수 있겠나?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에서도 보수 지지층만으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나오지 않았는가? 정당 내의 긴장과 투쟁 관계가 필요하다. 비주류가 주류가 되고, 소수가 다수가 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변화를 위해 싸우겠다. 지금까지도 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좀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처절하게 싸워왔다고 자신한다. 사립학교법 개정 때도 어느 매체에서 내가 당시 박근혜 대표를 ‘이념병’으로 몰아붙였다고 보도해 당내에서 많은 음해가 있었다. 결국 대화록이 공개됨으로써 오해가 불식됐다. 마찬가지로 지난 2005년에도 국민 경선 방식을 두고 22명 중 나를 포함한 두 명만이 ‘당원 80% 참여’라는 개악을 끝까지 반대했었다. 당내 민주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대선 패배의 화근이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주장해 끝까지 관철시켰다. 그 과정에서 지도부 일부가 밖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다며 나를 코너에 몰아붙인 적도 있었다. 당시 박근혜 대표가 당비를 써가며 회의록을 의원들에게 택배로 직접 보내준 덕에 오해가 풀렸다.


한나라당 분위기에서는 원의원이 발언하는 것 자체가 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제는 지혜가 생겼다. 언론에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먼저 의총에서 발언한 후에 한다. 그래야 언론에 이중 플레이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기 필마로 뛰는 것이 외롭지 않나?
외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대세를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 경선에 혼자 남더라도 끝까지 싸워서 수구에 제동을 걸겠다. 김명주·남경필 의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자신의 몸값을 ‘대권 주자급’으로 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치라는 게 본질적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나가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대권 주자급이 어디 있나? 전세계적으로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주체는 40대이다. 완전히 무에서 시작하지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인물이 되겠다. 그게 정치의 근본적 의미라고 생각한다.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이 있다면?
상황은 바뀐다. 인간적으로 부딪히면서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고행이지만 해내겠다. 표도 중요하지만, 한나라당의 경선을 통해 국민들과 대화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여론 수렴 작업을 하겠다. 경선이나 집권 과정은 국민들에게 이뤄주고 싶은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고 정권을 위임받기 위한 계약을 맺는 것이다. 좀더 미래 지향적이고 서민의 실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놓겠다. 또한 한나라당의 주도 세력을 바꾸고 그것을 표면에 드러내겠다.


개인적 성품을 스스로 소개한다면?
순하다. 그러나 한 번 결정하면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스타일이다. 내 인생 자체가 뭔가에 쓰여져야 하고 그때 가장 중심이 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항상 생각한다. 까만 연탄이 하얗게 연소되어 부서지듯, ‘완전 연소’돼서 길바닥에 뿌려질 때까지 어떤 어려움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미래의 열매를 맺어가겠다. 국민들에게 진 빚을 갚겠다. 


학력고사 수석, 사법고시 수석 등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예전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생각이 좀 변했다. 핀란드가 강소국으로 군림하게 된 이유는 노키아라는 1등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성공으로 핀란드는 2003년부터 3년 연속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국가 경쟁력 1위 국가가 됐다. ‘한 사람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고 한다. 회피하기보다는 그에 걸맞게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하겠다. 고등학교까지는 제주도에서 다녔는데, 전기불도 안 들어오고 부모님은 빚쟁이에 시달리는 빈민이었다. 때문에 밑바닥이 편하다. 세상 바닥의 설움을 잘 안다. 이같은 장점들과 경험을 살려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길과 해법을 제시해 희망을 주고 싶다. 대한민국을 세계 1등 국가로 만드는 것, 이것이 지금 나의 목표다.


천재는 화합에 약한 것 아닌가?
오히려 당내 경기고·서울대 출신들은 너무 안 튀고 기득권에 안주하며 귀족적이다. 나는 제주도 촌놈 출신이라 나에게는 작고 낮은 곳에서 출발해 넓은 곳을 바라보는 대륙 동경의 억척스러운 기질이 있다. 많은 시골 출신들이 어려운 형편의 부모님과 호흡을 맞추며 비전을 품고 살아왔는데 나도 그들 중 하나다.


제주 출신이어서 지역적으로 불리하지 않은가?
반드시 지역에 기반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빚진 것이 없어 자유로운 상황에서 동서 화합, 남북 화해,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을 설계할 수 있다. 


대표적 공약이 서민과 연 5천만원 이하 중산층에 대한 근로세 폐지인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지 않나?
서민과 중산층의 호주머니에 단돈 만원이라도 더 채워줄 수 있는 정치가 절실하다. 대운하 건설과 열차 페리 건설이 서민과 중산층에 단돈 만원이라도 채워줄 수 있나? 결론은 ‘아니다’이다. 나는 이들의 연간 소득을 10% 더 올려줄 방안을 찾았다. 매월 월급날 10만∼50만원을 더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근로소득세 폐지로 인한 재원 부족은 전체 재정의 2%에 불과하다. 정부 혁신을 통한 군살 빼기와 부동산 보유세 상위 계층에 대한 세수 확보로 충당하겠다.


포퓰리즘(대중주의)적 공약 아닌가?
아니다. 이 정책은 민노당도 반대하는 매우 우파적 정책이다. 작고 강한 정부, 세정 개혁을 통해 서민층과 중산층의 소득을 10% 올리겠다는 것이다. 추가로 연소득 5천만원 이하의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종합소득세를 폐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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