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탈당 세력 뜻 이루기 어렵다"
  • 김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02.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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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여론조사 결과 국민 74%는 열린우리당 탈당 사태를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고, 대선 전 단일 후보를 낼 가능성에 대해서도 50.7%가 부정적이었다. 또한 통합 신당이 출현해도 한나라당 지지도만 더 상승하?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이다. <시사저널>은 설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대선 민심과 열린우리당 탈당 사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굳건히 1위를
수성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탈당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이 무서웠다.

어떻게 조사했나
● 표본 집단 :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 표본 수 : 전국 남녀 유권자 1천명  ● 표본 추출 방법 : 비례할당 및 체계적 추출 방법
● 표본 오차 : 95% 신뢰 수준에서 ± 3.1%포인트  ● 조사 방법 : 전화 여론조사  ● 조사 일시 : 2007년 2월 6일 하루
● 조사 기관 : 미디어리서치

열린우리당이 쪼개지고 있다. 지난 2월6일에는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 23명이 집단 탈당했다. 앞서 탈당 또는 사퇴한 의원 7명을 포함하면 2월9일 현재 모두 30명에 달한다. 결국 한나라당에 원내 제1당을 내주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위장 이혼’이니 ‘뺑소니 정당’이니 하는 험한 말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론을 알아보기 위해 “열린우리당에서 23명의 의원들이 집단 탈당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매우 바람직’(2.6%)과 ‘대체로 바람직’(13.5%)이 합해서 16.1%에 불과했다. 반대로 74.1%에 달하는 대다수 국민이 ‘바람직하지 않다’(‘별로’ 50.0%, ‘전혀’ 24.1%)라고 답했다. 특히 정당 지지자별로 보면 열린우리당 지지자들(79.5%)의 반발이 한나라당 지지자들(71.7%)보다 더 거셌다. 살아남기 위한 탈당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지지층의 더 강한 반발만 초래하고 말았다.


“탈당파, 다른 당에 흡수될 것”

 
더 구체적으로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라고 물었더니 ‘뿔뿔이 흩어져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으로 흡수될 것’(32.2%)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국민 여론이 이 정도면 열린우리당의 탈당 사태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탈당 규모는 이미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의석 수(20석)를 넘어섰는데도 불구하고 별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분오열되어 원내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할 것’(8.0%)이라는 견해까지 합치면 40.2%에 달한다.  
 
반면 ‘통합신당을 구성할 것’이라는 의견은 27.7%에 불과했다. 통합신당을 하겠다고 당을 뛰쳐나간 의원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다. ‘통합신당은 만들지 못하고 원내 교섭단체만 구성할 것’이라는 견해는 17.2%였다. 종합해보면 10명 중 7명이 넘는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의 탈당 사태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신당 창당의 성공 가능성(27.7%)도 매우 낮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당 창당을 하기도 전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꼴이다.
 
그렇다면 정동영 전 의장의 말처럼 “대통합이라는 바다에서 만나기 바란다”라며 헤어진 이들은 단일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금의 탈당파와 열린우리당 사수파가 대선 직전에 결국은 후보 단일화를 이뤄 한나라당 후보와 1 대 1로 대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공감한다’(‘매우 공감’ 7.6%, ‘대체로 공감’ 32.5%)는 쪽은 40.1%이고 ‘공감하지 않는다’(‘별로’ 39.1%, ‘전혀’ 11.6%)는 쪽은 50.7%로, 공감하지 않는 쪽이 10%포인트가량 더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정당 지지자별로  견해 차이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공감한다’(58.0%) 쪽이 ‘공감하지 않는다’(38.6%)는 쪽보다 많은 반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공감한다’(41.5%)보다 ‘공감하지 않는다’(51.6%) 쪽이 다수였다. 이같은 응답의 차이는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후보 단일화를 바라는 쪽이, 한나라당 쪽은 후보 단일화를 바라지 않은 쪽의 희망도 얼마간 섞였을 것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정동영 전 의장 지지자들의 경우 ‘후보 단일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60.0%로 가장 높았다. 정 전 의장에 대한 지지자들의 애정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안전할까. ‘한나라당이 분열할 가능성’에 대해 물었더니 국민 10명 중 6명(59.0%·‘매우’ 16.6%, ‘대체로’ 42.4%) 꼴로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10명 중에 3명(31.3%·‘별로’ 25.7%·‘전혀’ 5.6%) 정도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분열된다면 박근혜 탓”


열린우리당 지지자들(73.9%)과 민주노동당 지지자들(76.3%) 사이에서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 주목할 부분은 한나라당 지지자들(55.3%)조차 과반수가 ‘분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는 점이다. 현재 ‘빅 3’ 대결의 과열 양상이 이들을 불안케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지 후보자별로 보면 박근혜 지지자들 사이에 ‘분열 가능성이 높다’고 한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49.7%)이며, 손학규 전 지사 지지자들(74.5%)과 이명박 전 시장 지지자들(62.6%)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였다. 제도와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층과 여론조사 1등 후보인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층, 여권의 손짓을 받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하는 층이 지지 후보자들의 성향이나 입장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여론조사 1위인 후보가 경선에서 떨어지면 승복하기가 어렵고, 여권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는 손 전 지사는 3등이 뻔해 보이는 경선에 참여하기를 망설이리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나라당이 분열한다면, 어느 후보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박근혜(27.8%)-이명박(25.7%)-손학규(11.2%) 순으로 조사된 점이다. 제도와 원칙을 중시해 경선에 지더라도 탈당하지 않을 것 같은 박 전 대표가 ‘분열시 원인 제공자’로 비춰지는 까닭은 후보들 중 ‘후보 검증론’을 가장 먼저 들고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판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회심의 무기로 들고 나온 ‘후보 검증론’이 오히려 역풍을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박 전 대표 지지자 다수는 이 전 시장(33.5%)이 분열 원인을 제공할 것으로 지목했지만, 이 전 시장 지지자들(34.5%)과 손 전 지사 지지자들(42.6%), 정동영 전 의장 지지자들(40.0%)은 박 전 대표를 더 많이 지목했다. 만약 한나라당이 쪼개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박 전 대표의 경우 적지 않은 책임론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박 전 대표가 ‘후보 검증론’을 들고 나왔을 때, 당내에서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고 한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는 가운데 이목은 누가 과연 한나라당 후보가 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현재 여론으로만 보면 ‘한나라당 후보= 당선’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이 63.8%로 압도적 1위. 박 전 대표는 22.3%로 이 전 시장의 3분의 1 수준이고, 손 전 지사는 겨우 2.2%였다. 이 전 시장은 다른 후보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오직 박 전 대표 지지자들만 ‘그녀가 될 것’(62.2%)이라는 확신이 높았을 뿐이다.


“탈당해도 지지” 손학규 지지자가 가장 많아


 
이같은 수치는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과 무관할 수 없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에 이 전 시장은 44.4%의 응답을 얻어 1위 자리를 굳건히 수성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2위라고는 하나 지지율은 겨우 18.5%로 비교가 안 될 정도다. 3위는 손학규(4.7%)이고, 그 다음은 정동영(3.0%), 유시민(1.6%), 강금실(0.9%), 원희룡(0.8%), 권영길(0.7%), 김근태(0.6%), 정운찬(0.3%), 천정배(0.3%), 노회찬(0.3%), 이회창(0.1%) 순이었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워낙 높은 탓에 인구학적 변인으로 분석한다는 것도 무의미할 정도다. 그는 한나라당 후보들의 취약 지역인 호남권에서도 23.6%를 얻고 있으며, 전 연령, 전 계층, 전 지역, 전 직업, 전 교육 수준을 망라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지지율은 박 전 대표의 두 배를 넘는데, 최근 들어 그 격차는 점점 더 넓혀지는 추세다. 지금의 여론이 설 민심으로 고착화된다면 이같은 추세는 상당 기간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나라당 ‘빅 3’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정치적 변수는 ‘검증 과정’에서 치명적 약점이 드러나는 경우와 탈당 등으로 인해 단일화가 깨지는 경우다. 그래서 이 두 가지 경우에 대해 질문했다. ‘현재 지지하는 후보가 검증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그래도 지지하겠는가’라고 물었더니 10명 중 4명은 ‘지지하겠다’(40.2%)는 반응이고 5명은 ‘지지하지 않겠다’(49.7%)고 했다.
 
그런데 이 질문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 전 시장 (‘지지하겠다’ 48.6%, ‘지지하지 않겠다’ 41.4%) 이나 박 전 대표(‘지지하겠다’ 48.6%, ‘지지하지 않겠다’ 36.2%)는 약점이 드러나도 지지하겠다는 쪽이 다소 많았다는 점이다. 이 전 시장에게는 사생활 등 ‘도덕적 검증’이 넘어야 할 산이고, 박 전 대표는 박정희 전대통령이 유산으로 남긴 ‘역사적 검증’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탓인지 지지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손 전 지사에게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손 전 지사 지지자들 중 무려 68.1%가 ‘그에게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그래도 지지하겠다’는 29.8%에 불과했다. 그는 현재 약점이 전혀 없는 ‘본선 경쟁력 1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여권도 탐낼 정도다. 재산, 학력, 경력, 민주화투쟁 이력, 지사 시절의 업적, 사생활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게 없다. 그래서 그는 지식인들 사이에 지지율 1위 후보다. 이를테면 ‘무균 후보’인 것이다. 이런 그이기에 만에 하나 살짝 흠이라도 나면 그의 이미지는 바닥을 모를 정도로 추락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이다. 
또 다른 한나라당 후보의 아킬레스건. ‘현재 지지하는 후보가 당을 탈당해 독자 후보 또는 타당의 후보로 나와도 지지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해보았다. 앞선 질문인 ‘검증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보다는 오히려 ‘지지하겠다’는 답변(60.8%)이 높게 나왔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그 절반 수준인 30.1%이다. 여기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앞선 질문과는 상반되게 손 전 지사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그가 탈당해 독자 출마하거나 타당의 후보로 나와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76.6%에 달한 것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현재 그의 ‘빅 3’ 중 위상으로 볼 때, 독자 출마나 타당 후보로의 출마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지지자들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여진다. 상대적으로 이 전 시장(23.4%), 박 전 대표(34.1%)는 탈당해 독자 출마하거나 타당 후보로 나올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통합신당 출현하면 한나라당 지지도 되레 상승


 
위장 이혼이든 여론의 압력에 의해서든 여권 후보가 단일화될 가능성은 높은 편인 것으로 보인다. 여권 후보가 분열하는 한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여권이 분열되어 제각각 출마할 경우 2위 이하 후보는 ‘사퇴하라’ ‘단일화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돈도, 사람도, 조직도 떨어져나간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여권 후보가 단일화되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혹여 2위권 이하 후보들이 사퇴하지 않는다 해도 별 의미는 없다. 범여권 지지자들은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심리에 한나라당 견제 심리가 더해져 여권의 1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 마련이다. 한편 한나라당도 깨지기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이인제 학습 효과’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손학규 모두 나가면 ‘죽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정치적 빅뱅이 생기지 않는 한, 나갈 명분이 없는 것이다. 결국 선거 막판에는 여권의 단일 후보와 한나라당의 후보가 양자 구도로 대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를 상정해 지지 의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여권 단일후보’ 18.6%, ‘한나라당 후보’ 50.6%, 기타 후보 8.7%, 모르겠다 22.1%로 나타났다. 현 시점으로 보면 여권이 온갖 정치 쇼를 벌여 단일 후보를 탄생시킨다 해도 정권 재창출은 난망하다는 것이 여론의 현주소다.  
 
현재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50.8%, 열린우리당 8.8%, 민주당 3.6%, 민주노동당 5.9%, 국민중심당 0.2%, 모르겠다. 30.7%로 나타났다. 통합신당이 출현할 경우를 가상해 질문해보아도 한나라당 52.3%, 통합신당 6.4%, 열린우리당 6.2%, 민주노동당 6.2%, 민주당 4.0%, 국민중심당 0.4% 였다. 여기서도 재미있는 수치가 나왔는데 통합신당이 출현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율은 50.8%에서 52.3%로 오히려 지지율이 다소 높아지고, 통합신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보다도 0.2% 높다는 점이다. 어느 경우든 현 여권이 한나라당의 대적 상대가 못 되는 상황에서 통합신당의 출현이 오히려 한나라당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결국 설을 앞둔 유권자의 민심은 열린우리당의 사수파나 탈당파 모두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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