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생명 연장에 목숨 걸다
  • 오윤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2.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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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탈당파와 노무현 대통령, 가는 길은 달라도 목표는 같아

열린우리당의 탈당 사태는 명목상 재집권 프로젝트에 맞춰져 있다. 재집권을 위해서는 이것저것 따질 처지도 아니다. 마땅한 후보도 없다. 재집권에 대한 확신이 서지도 않는다.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뛰어야 한다는 다급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탈당파들이 집권당을 박차고 나오는 속셈은 또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정치 생명을 연장해야겠다는, 금배지에 대한 집착이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노대통령 우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노대통령의 잔영이 어른거릴 경우 ‘도로 열린우리당’ 딱지를 뗄 수 없다.  대선에서 패배하면 ‘한나라당 정권’ 출범 2개월 후 치러지는 18대 총선에서는 대재앙을 맞을 것이 뻔하다. 이들의 우려는 근거가 있다. 수도권 지지도는 영남 다음으로 최악이고, 호남도 기대할 수 없다. 노대통령 그늘에서 벗어나야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다는 분위기다. 탈당파들이 주로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 집중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추가 탈당이 나온다면 중부권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에 집착하는 노대통령과 측근들도 정치 생명을 걱정하고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이들과 다를 바 없다. 노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사수 의지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보호·유지하려는 욕구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 재임 중 정치 유산을 계승할 정당마저 사라지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힐지 모른다. 열린우리당이 존재하면 대선 직전 대역전극을 펼쳐 보일 텐데, 그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군대는 썩는 곳’이라는 말을 한 데 이어 내친김에 병역 단축을 밀어붙이는 이유도 정치 생명에 대한 집착의 발로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애착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사조직과 노사모, 몸 풀기 시작

 
노대통령에게 열린우리당의 존재는 ‘비빌 언덕’ 이상일 것이다.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2008년 4월 총선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가능한 한 많이 당선시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를 바랄지 모른다. 노대통령은 대통령 연임제 개헌에 반대한 야당 대선 후보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라고 경고했다. 누구를 통해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답이 나와 있다. 자신의 지지 세력이다.
대표적 추종자인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마법에 걸린 나라>라는 저서에서 ‘여당이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 것이 최고’라고 주장했다. 노대통령의 잘못은 ‘국민 정서법 위반죄’ ‘여론 편승 거부죄’뿐이라고 했다. 노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씨는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을 맹렬히 비난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출마할 때 가동되었던 사조직과 ‘노사모’가 몸을 푸는 모습도 보인다. 2008년 4월 총선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가운데 금배지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커질수록 탈당파들의 규모는 늘어날 것이다. 노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다지만 노대통령 기질과 성격상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완전히 손을 뗄지는 미지수다. 만약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에도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자신의 분신들을 위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또한 대통령 선거 이후의 생존 방식일 수 있다.
2004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노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금배지를 달았던 사람들의 배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선 직전의 ‘대통합 쇼’가 실패하면 18대 총선에서 노대통령 직계와 탈당파들의 신당이 경쟁하는 상황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탈당 세력이 노대통령의 분배 정책, 중과세 정책 등을 비난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대선 패배는 결국 각자 살아남기 위해 ‘배신이 배신을 부르는’ 전쟁의 서곡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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