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비상구는 있는가
  • 이명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2.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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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전략, 정책, 인력 모두 이명박에게 뒤져...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승산'

박근혜 전 대표 지지도에 좀처럼 변화가 없다.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44.4%, 박 전 대표 18.5%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 북한 핵실험 이후 두드러졌고, 시간이 가면서 고착되는 듯하다.
곧 설이다. 가족들이 모여 ‘경제 대통령’ ‘여성 대통령’을 화두로 삼을 것이다. 설 차례상 대화가 민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짙다. 12월 대통령 선거 정치 일정으로 보아 설 민심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역전은커녕 지지도 반등의 계기를 잡지 못해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저조한 지지도는 자업자득의 측면이 많다. 조직과 전략, 인력과 정책에서 모두 이 전 시장 캠프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에게 앞선 것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뿐이다. 테러를 당하고도 “오버하지 말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고, 상처를 감싸고 대전으로, 제주도로 강행군하던 모습이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그 이후에는 하향세다. 공교롭게 박 전 대표가 칩거에 들어간 시점과 일치한다. ‘얼굴 상처 치료’ ‘재충전’을 한다며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박근혜, 텃밭인 대구도 위험하다?


 
박 전 대표가 연초부터 바짝 서두르기는 했다.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을 캠프 책임자로 영입했다. 공로명 전 외무부장관을 외교 브레인으로, 남덕우 전 총리를 경제 사부로 모셨다. 허태열·김무성·유승민·유정복 의원 등 참모들도 부지런히 움직인다. 김기춘·김용환 같은 원로들도 그의 편이다. 최병렬·서청원 전 대표도 돕는 눈치다. 당 밖에서는 외곽의 ‘마포팀’이 조직과 언론을 도맡아 뛰고 있다.
문제는 박 전 대표의 텃밭인 대구에서 ‘힘들다’는 여론이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전 시장의 강세가 계속되면서 박 전 대표 주변 인물들의 좌표에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시장을 공개 지지하는 안택수 의원(대구)은 “나의 목표는 (이 전 시장 지지도) 7% 상승뿐”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대구에서 박 전 대표를 추월하거나 대등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여론도 썩 좋지는 않다. ‘한나라당 후보 분열의 원인을 누가 제공할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 박 전 대표가 27.8%로 1등을 차지했다. 이 전 시장은 25.7%,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11.2%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겨냥해 ‘후보 검증론’을 들고 나오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인 것이 역작용한 결과다.
“콘텐츠(내용)가 없다”라는 말은 늘 박 전 대표를 따라다니는 수사다. 단문·단답만 있을 뿐 담론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공약은 ‘한·중 열차 페리’와 ‘7% 경제성장’ 같은 하드웨어가 대부분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제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한 것을 빼면 말재주도 별로 없다. 가장 큰 업적은 노대통령 탄핵으로 궤멸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17대 총선에서 구했다는 것이다. 재·보선 신화 정도가 박 전 대표로서는 업적으로 내세울 만하다. ‘리더십’도 검증되었다.
이정현 공보특보는 “박 전 대표가 없었다면 오늘의 한나라당도 없다. 건설·토목업에 종사한 경험으로 청계천을 살려낸 리더십과 고사 위기의 한나라당을 회생시킨 리더십 중 어떤 것이 국가를 이끌 바람직한 리더십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실적’이 없는 정치적 성취일 뿐이다.
아직은 박 전 대표에게 기회가 있다.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의원 직을 사퇴하는 결단도 보여야 할지 모른다. 머리카락을 자른 것으로는 부족하다. 진흙탕에도 서슴없이 들어가 창조적 역할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박 전 대표가 대중 속에 있을 때 한나라당의 승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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