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뺨 치는 준교육비
  • 정락인 편집위원 ()
  • 승인 2007.02.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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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생 1인당 교복, 신발, 참고서 비용 100만원 넘어

얼마 후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 학기가 다가오면 아이의 마음은 설레고 부모의 마음은 바빠진다. 아이의 늦잠 버릇도 고쳐주어야 하고 새 학기 준비물도 사주어야 한다. 그런데 새 학기 준비물을 챙기던 학부모들의 입이 딱 벌어진다. 이른바 준교육비로 불리는 교복·가방·학용품·참고서 등의 비싼 가격이 시름을 더하게 한다. 
주부 정미경씨(43)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두 자녀 때문이다. 당장 교복부터 사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아이들은 또 유명 브랜드를 사달라고 떼를 쓴다. 최근 문제가 된 ‘70만원대 교복’은 정씨에게 다른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S사의 교복 판매장을 둘러보고는 현실임을 알게 되었다. 유명 브랜드 교복 한 벌(재킷·조끼·셔츠·바지)의 평균 값은 25만~30만원대. 여기에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 셔츠나 바지를 여벌로 별도 구매하고 풀 세트로 살 경우 40만원에 이른다. 웬만한 고급 양복 한 벌 값과 맞먹는 가격이다. 동·하절기용 교복에 체육복 등을 합하면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한다.


‘명품 중독증’ 걸린 학생 늘어

 
뿐만 아니다. 교복 값 이외에도 아이들이 선호하는 유명 브랜드 신발은 7만~10만원대, 가방은 4만~6만원은 있어야 산다. 신발주머니(1만5천원), 양말(5천원), 스타킹(2만5천원) 등도 사주어야 한다. 정씨는 “중저가 물건을 사려 해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유명 브랜드를 찾게 된다.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니 부모 입장에서는 외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부 중·고등학생들은 이른바 명품 중독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서울 D중학교 3학년인 박상민군은 용돈만 받으면 외제 학용품을 사들인다. 박군의 명품 학용품 구매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8만원짜리 샤프펜, 6만원짜리 멀티펜, 20만원짜리 만년필을 쓴다. 박군에 따르면 부모가 사준 학용품 외에 자신의 용돈만으로 지난 4년 동안 58만원어치를 샀다고 한다. 
준교육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목별 참고서와 학용품 구입비까지 챙겨야 한다. 중학교 정규 과목을 12과목으로 볼 때 참고서와 문제집을 구입하는 데만 20여 만원이 든다. 필기구와 미술용품 등 학용품 값도 10만원 가까이 된다. 이를 토대로 보면 중·고생 한 명당 준교육비는 100여 만원에 이른다.
준교육비 문제가 심각해지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알뜰 구매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우선 교복은 공동구매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교복은 특성상 디자인·원단·색상이 정해져 있고 구입 시기가 일정해 충분히 공동구매가 가능한 상품이다. 공동구매를 통해 품질을 유지하면서 시중가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교복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제품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 값이 싼 재고 상품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인터넷 중고 교복 직거래 사이트에서는 팔려는 학생들과 사려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팔려는 학생들이 교복 사진과 소속 학교, 사이즈를 올린 뒤 구매자를 기다린다. 직접 발품을 팔아 직거래 장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녹색가게는 매년 2월 각 지역 매장별로 해당 지역 중·고교 졸업생들의 교복을 접수해 교환·직거래 장터를 열고 있다.
학용품은 도매시장에 가면 거의 반값에 구매할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은 대표적인 문구 도매시장이다. 책가방만 전문으로 파는 곳도 있다. 노트와 필기구 전문점도 있다. 발품을 많이 팔면 팔수록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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