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
  • 한준상(연세대 교수, 교육학) ()
  • 승인 2007.02.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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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정책 '엇박자' 연속...과도한 개입으로 대학 경쟁력 해치고 입시 혼란 이야기

한국 교육이 살려면 교육부가 없어져야 한다는 화두가 또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그것은 교육부 본연의 전문성과 정책들이 한 정권의 유지를 위해 너무 희생되어왔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알레르기적 표현이기도 하다.


대학 총장들, 자율 추진위 독자 구성 추진

 
대학 총장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대학 총장들이 독자적으로 대학 자율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했던 것도 그런 교육부 폐지론에 무게를 실은 의사 표현 중 하나이다. 총장들 스스로 그들의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조사를 통해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규제 항목이 학사 운영, 교수 임용권, 대입 재정 등 각 분야에 걸쳐 무려 1백50건 이상 된다고 밝히고 있다.   2008학년도 내신 50% 확대와 논술에 관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은 우수한 학생 선발을 가로막는 대표적 자율권 침해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당초 교육부와 공동으로 대학 자율 추진 위원회를 발족하기를 원했으나 교육부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예전에는 꿈도 꾸기 어려웠던 발상이다. 
대학 자율에 대한 총장들의 문제 제기는 노무현 정부의 집권 초기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한발 늦게 대학 자율화·구조개혁위원회 규정에 따라  2004년도에 구성된 대학자율추진위원회의 성과를 소개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올해까지 학사 및 학생 선발, 학생 정원, 교원 인사, 사학 법인 등의 분야에 걸쳐 선정된 63개 규제 완화 과제들이 고등교육법시행령이나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과 대입 전형 기본계획 조정 등의 방법으로 대부분 해결됨에 따라 올 상반기에 다시 2차 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들의 심사가 편한 것 같지는 않다. 대학 총장들의 행보보다 한발 늦었다는 자괴감 같은 것이 우선 그들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여정부의 말기이자 새로운 정권을 맞아야 하는 정권 교체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주무 부서 담당관들로서는 잘해보았자 본전 이상이 되기가 어렵다. 잘못 처신했다가는 신변의 이상이나 초래할 안건들일 뿐이다. 더 사정이 딱한 것은 대학의 본고사, 기여 입학제 그리고 고교 등급제와 같은 3불(不) 정책에 대한 논의만은 삼가달라는 교육부의 설득이 대학 총장들에게 이제는 호소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대교협 회장단 스스로 정부의 3불 정책을 존중한다고 먼저 나섰는데 지금은 사정이 이쯤으로 급변했다.
정치적 상황이 그렇게 호전되고 있지는 않지만 교육부가 3불 정책, 개정 사학법, 대학 자율권 보장 문제를 새롭게 보려는 의지만 있다면, 해답은 그리 멀리서 구할 일이 아니다. 정치적 이념이 바뀌면  논리가 바뀌어질 것이고, 그로부터 실행안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3불 정책이나 개정 사학법 같은 것들은 정권 유지적 차원에서 강조되어온 것이지 실천적 효율성 때문에 고수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3불 정책이나 개정 사학법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쉽게 드러나는 대목들이다. 그것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교육 연구기관들을 동원했어도, 그들의 작업이 객관적이거나 정권 유지와 무관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 역시 교육 권력을 위한 보조 장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3불 정책이나 개정 사학법 내용들은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라 바꾸면 바뀌고 변화시킬 수 있는, 타협과 조정 가능한 내용이었다.
헛바퀴 도는 대학 교육 평준화
한국 교육 정책에 대한 총괄적 반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부 정책 입안자들 스스로  받아들일 것이 있다. 그것은 참여정부가 끝내 평등과 공공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교육 정책의 실천 및 성과가 기대 이하였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참여정부의 수뇌부들이 그렇게도 희구했던 ‘모든 이를 위한 대학 교육 실현’에 이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성공할 수 없었다. 국립대학 법인화나 통폐합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현 수준에서의 대학 평준화 정책 같은 대학 교육 혁신 정책들은 아이디어에서 맴돌고 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성취하는 것 없이 모두가 시간을 끌며 그 무엇인가를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다. 교육 혁신 작업들의 강력한 추진이 어려웠던 것은 참여정부 스스로 무엇보다 국민 통합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과거 교육부장관들의 교육 정책 실행에 대한 국민들의 학습 효과도 너무 부정적이었다.
대학 교육의 평준화를 위한 노력들은 참여정부 이전에도 수없이 추진된 바 있다. 문민정부에서도 시도해보았지만 불발에 그쳤다. 대학 입시 교육의 문제, 사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력과 학벌 철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언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문제를 풀어내기보다는 문제에 문제를 보태는 식의 대증적 정책들이었다. 말하자면, 수능·내신·논술 중심의 대학 입시 정책처럼 구조적으로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입시 가이드라인을 대학 입시 정책으로 못 박아놓은 후, 대학에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선발 방법을 자율적으로 강구하고 활용하라는 엇박자 식의 정책 제시였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 문제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벌 철폐를 위한 공론화도 추진되었지만 끝내 좌초되었다. 역대 교육부 수장들의 내공이나 전문성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제안한 대학 자율화 안들은 끝내 대학들이 충실하게 교육부의 지시를 따라야만 그들에게 재정적 보탬을 얻을 수 있는 타율적 자율화 안들이었기 때문에 실행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것은 이번 노무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3백60개 대학의 1년 재정 규모가 20조원에 이르는데, 정부가 연구 사업비 등으로 지원하는 돈은 전체 재정의 23%를 차지하는 4조5천억원에 달한다. 교육부는 이 정도 지원금을 재갈과 고삐로 삼아 대학에 타율적 대학 자율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의 교육부에서 만들어낸 교육 정책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교육부가 찬찬히 살펴보며 반추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렇게만 하면 교육부 스스로 한국 교육 전반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대학 자율화에 대한 답안도 어느 정도는 찾아낼 수 있다. 3불 정책이든 개정 사학법 문제이든, 대학의 자율화 보장 문제이든 간에 관계없이 교육 현안들이 정권에서만 유별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 자율화를 위한 일정이나 큰 그림들은 이미 김영삼 정권 때에도 만들어진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교육부가 내세우던 논리는 점진적·단계적 대학 자율화 추진 정책이었다. 대학들의 자율화 정도가 대학별·지역별로 서로 다르기에 전면적인 대학 자율화가 어렵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그들은 대학의 수준과 일정에 따라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그 당시 추진하려던 대학 자율 방안들은 학생 선발에서 기여 입학제의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대학 자율화 정책이었다.
3불 정책이나 개정 사학법을 파당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 운신의 폭을 크게 좁혀놓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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