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어오른 도넛 시장 "앗 뜨거워"
  • 이재명 편집위원 ()
  • 승인 2007.02.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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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 크리스피 이어 일본계 '미스터 도너츠' 상륙...'건강' 제품 경쟁도 가속화

 
입에서 살살 녹는 도넛의 시장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10여 년간 ‘던킨 도너츠’가 독점해온 국내 시장에서 미국의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매장을 늘려나가고 일본의 ‘미스터 도너츠’도 1호점 개점을 준비하는 등 도넛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GS리테일은 최근 일본의 미스터 도너츠로부터 사업권을 받기로 하고 서울 명동에 1호점을 개점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미스터 도너츠는 일본의 외식 및 생활 서비스 그룹인 더스킨 산하의 도넛 체인점으로 일본에만 1천3백여 개, 타이완·중국·필리핀 등 해외에 1천4백여 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2005년도 매출은 1천2백73억 엔(약 1조원)이었던 것으로 이 회사 홈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다.
미스터 도너츠는 점포에서 직접 굽는 즉석 도넛으로 ‘폰데링’이라는 링 모양의 쫄깃쫄깃한 메뉴가 대표적이다.


매출 ‘쑥쑥’…점포 수는 계속 증가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벌써부터 도넛 마니아들이 미스터 도너츠 카페를 만드는 등 새 도넛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롯데쇼핑이 이미 도입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놀랄 만한 신장세를 보이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4년 미국의 크리스피 크림 도넛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그해 12월16일 서울 신촌에 1호점을 개점했다. 올해 2월12일 현재 크리스피 점포는 18개로 이 회사 관계자는 “올 연말이면 27개 점포를 갖추게 된다”라고 밝혔다.
당초 계약에는 ‘향후 5년간 롯데가 한국 내에서 매장을 계속 유지해 운영하거나 점포 수가 25개를 넘어서게 되면 재계약 협상을 한다’라고 정했는데 불과 2년여 만인 올해 25개 점포를 넘어서므로 재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크리스피는 점포 수가 늘어나면서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개점 이듬해인 2005년 4개 점포에서 올린 연간 매출은 100억원이었다. 그리고 2006년에는 2백60억원으로 국내 전체 도넛 시장의 15%를 차지했다. 롯데측은 올해 목표를 5백50억원으로 잡고 시장점유율도 25~30%까지 올리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크리스피의 매출이 급증하자 프랜차이즈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크리스피 본사측이 ‘롯데 직영’을 희망하고, 롯데도 당분간은 직영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방침을 굳혔다”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따끈따끈하고 신선함’을 내세우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1933년 미국의 버논 루돌프가 설립한 회사로 북미 지역에서만 하루 7백50만 개(연간 27억 개) 이상의 도넛을 생산하고 미국 45개 주·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멕시코·영국·홍콩·인도네시아 등에서 3백여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2월 처음 연 점포에서 하루 4백만 엔(약 3천1백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일본 매장은 일본 롯데가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피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미국 유학 시절부터 이 도넛의 맛에 반해 도입을 검토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크리스피 운영에는 신부회장의 뜻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제조 과정 공개·맛보기 제공 등 서비스도 다양화


 
크리스피는 이스트로 부풀린 후 글레이즈를 입힌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를 비롯해 케이크 도넛, 필링 도넛, 파우더 도넛 등 15가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유난히 달콤한 글레이즈드는 바로 만들어서 따뜻할 때 먹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강점이다. 그 제조법은 1937년 첫 도넛을 생산한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으며 제조법을 담은 서류는 크리스피 본사의 금고 안에 원본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크리스피는 나름으로 독특한 영업 전략을 쓰고 있다. 매장마다 도넛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객들이 투명 유리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이는 ‘도넛 극장’이라는 용어로 불린다.
그리고 주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에게 도넛 1개씩을 ‘맛보기’로 나눠준다. 크리스피는 최근 트랜스 지방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기름을 팜유와 채종유 등으로 바꾸고 단맛을 낮춘 건강 개념의 신제품들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그동안 도넛 시장을 독점해온 던킨 도너츠는 수성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품 개발과 매장 혁신이 그것이다. 우선 단맛에서 벗어나고 있다. 건강·웰빙 개념을 목표로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랜스 지방의 경우 0.06g 미만(던킨 글레이즈드)으로 낮추었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한국형 도넛 개발에 나서 찹쌀 반죽에 호박씨, 참깨, 해바라기씨, 호두 등의 곡물류와 과실류를 넣은 츄이스트를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테이크 아웃 판매에 치중해온 매장도 고급 인테리어의 카페형으로 바꾸고 있다. 이미 70여 점포가 카페형으로 단장했다. 이곳에서는 안락한 의자에 앉아 다양한 커피와 음료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던킨 관계자는 도넛 이외의 상품 비중을 현재의 30%에서 4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던킨은 도넛과 커피, 음료 등 50여 가지 제품을 팔고 있는데 모든 재료를 미국 본사에서 가져다 쓴다. 베이글은 버터나 우유가 안 들어간 저지방·저콜레스테롤·저칼로리 제품이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물에 데쳐서 오븐에 굽는다.
던킨 도너츠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을 통해 시장 자체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도넛 시장 규모는 2005년까지 1천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1천5백억원에 이를 만큼 확대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도넛 판매 증가와 함께 도넛 매장이 커피와 음료 등을 함께 파는 복합형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던킨은 ‘가장 좋은 상품을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판매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940년대부터 도넛과 커피를 판매해온 세계 최대의 도넛 전문점이다. 현재 50여 국가에서 6천여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는 합작 법인인 비알코리아(주)가 1994년부터 판매에 나서 현재 4백20여 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본사 매출은 1천2백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넛 업체들은 이제 치열해진 경쟁을 의식해 트랜스 지방 제거, 건강 개념의 원료 사용, 카페형 매장으로의 변화 등을 통해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기 시작했다. 도넛 마니아들에게는 도넛 맛이 더욱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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