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고양이' 올라 탄 중국
  • 조재민(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2.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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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자연 보존 캠페인 한창...경제 성장 따른 여유 반영

 
중국의 개혁을 선도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 논리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경구로 유명하다. 고양이가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색깔이 희고 검고는 문제가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는 녹색 고양이(綠猫) 캠페인이 한창이다. 이제 녹색은 환경과 자원 보존의 대명사가 되었다. 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개최된  전인대(全人代) 회의의 주제도 녹색이다.
말하자면 녹색혁명이 진행 중인 셈인데, 1970년대 한국의 녹색혁명과는 그 내용이 다르다. 우리의 녹색혁명은 통일벼 보급을 통한 주곡 자급 운동이었지만 중국의 그것은 환경 보호가 목적이다.
지난 20년간 평균 8~9%의 경제성장을 해온 중국이 이제는 먹고살 만하니까 환경과 자연보호에 신경을 쓸 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다. 중국발  황사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한국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는 중국의 경쟁력을 생각하면 녹색 고양이의 상징성이 함축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중국이 잠재한 ‘X요인’의 위력


중국의 녹색론은 시민 의식에까지 변화를 준다. 지금의 중국은 과거 계급 투쟁이나 하던 중국이 아니다. 녹색 고양이는 중국의 강대국화를 암시한다. 관리나 시민 할 것 없이 입만 열면 녹묘운동이고 녹색 타령이다. 중국의 1인당 GDP는 1천4백 달러에 달했다. 이는 중대한 사회적 전환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환이 성공하면 중국의 현대화도 그만큼 가속화된다.
녹묘운동은 ‘3R’ 운동이다. 3R은 감축(Reduce)·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을 뜻한다. 생산·소비·물자의 폐기에 연관되는 3R은 사회의 상·중·하 3개 계층에서 전개된다.  
1989년 6월4일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 탱크가 진입했다. 총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겁을 주기 위한 공포탄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실탄이었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7주째 시위를 벌이던 군중을 향해 무차별 사격이 시작되었다.
중국 민주화 과정의 주홍글씨로 간주되는 톈안먼 학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세계 언론이 중국 민주화의 종언을 예고하고 심지어 중국의 쇠락을 전망했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이 망하지 않으면 공산당이 망할 것이고, 공산당이 망하지 않으면 중국이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모든 예측이 빗나갔다. 중국이 보여주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한다. 연평균 9%의 경제성장을 20년 이상 지속했다. 장쩌민 군사위 위원장이 물러나고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어받아 50년 만에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도 했다. 
2006년 중국의 수출은 무려 41% 성장했다. 이 덕분에 한국과 일본도 혜택을 입었다. 아시아 수출 물량의 80%를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 경제의 규모와 성장 속도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학자들이 이를 ‘X요인’이라고 부를 정도다.
중국이 2020년까지 일본을 추월하고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경제·군사 대국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자 일본이 ‘중국 쇼크’에 빠졌다. 거대한 중국에 대응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야단이다. 
중국의 성장 속도는 ‘탄환 열차’에 비유된다. 이 열차에는 X요인이 실려 있고 이제는 녹색 고양이까지 동승했다. 이 열차는 미지의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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