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다이어트' 뜻대로 될까
  • 조재민(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2.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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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품 금수 등 미국의 대북 제재로 '주목'...북한 전문가들은 '글쎄'

 
"김정일이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 말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온 세상이 시끄러운 마당에 뜬금없이 웬 다이어트 얘기인가 어리둥절하겠지만 호화 사치품의 대북 금수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대북 경제 제재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외교란 가끔 아름다운 말로 포장되고 뚱딴지 같은 유머로 은폐된다. 김정일 위원장은 고급 코냑과 와인을 수백 병씩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맛있는 요리를 즐기기 위해 이탈리아 요리사까지 데려왔다.
그가 산해진미를 먹는 동안 굶주린 북한 주민들은 평균 체중과 신장이 줄어들 정도로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 AP통신은 김정일 위원장도 이제는 캐비아 대신 김치를 더 먹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김정일의 포식은 그의 불룩 튀어나온 배가 상징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일에게 가는 사치품들이 유엔 제재로 차단될지 의문을 나타낸다. 북한은 사치품을 거래하는 회사들의 이름을 수시로 바꾸고 은폐하기 때문이라고 김정일 위원장에 관한 저서를 쓴 버틸 린트너는 말했다. 유엔 주재 중국대사 왕광야도 의문을 표시했다. “사치품을 어떻게 정의할지 모르겠다. 사치품이란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식사 방식은 베일에 싸여 있어 외부 세계에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그가 질펀한 요리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탈북자, 외국 관리, 전담 요리사를 통해 외부 세계에 부분적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2001년 김정일의 러시아 열차 여행을 수행한 전 러시아 특사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일행을 태운 16량의 열차가 고급 와인을 가득 싣고 모스크바로 갈 때 이탈리아의 활어 바닷가재는 도착 예정 역에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특별 열차가 시베리아의 옴스크에 도착했을 때는 피클 접시가 반송되었다. 그것이 러시아에서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불가리아에서 만든 가짜라는 이유에서였다.


북한 생필품 70% 제공하는 중국이 변수


김정일의 개인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에 의하면 김정일은 1만 병의 와인을 소장하고 있고 1주일에 한 번씩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먹는다. 그의 연회는 때때로 밤중에 시작되어 아침까지 계속된다. 4시간 동안 계속된 적도 있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10년간 지낸 후지모토는 김정일이 좋아하는 식품을 사기 위해 해외로 특별 출장을 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구입 품목은 체코 맥주, 태국 파파야 열매, 일본 활어, 덴마크 포크 등이었다. 김정일 전기를 저술한 마이클 브린도 김정일 전용 호화품의 거래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제재로 김정일의 다이어트가 강요되면 그의 배가 들어가고 날씬해질지도 미지수다. 그보다도 그의 다이어트가 단순한 다이어트에 끝나지 않고 체제의 멸망으로 이어질지가 더 궁금하다.
부시 행정부는 ‘군사 행동’ 아닌 ‘경제 제재’라는 말을 쓰고 있으나 최종 목표는 김정일 정권의 붕괴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북한 생필품의 70%를 제공하는 중국이 김정일의 다이어트에 얼마나 동참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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