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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2.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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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한 일본, 중국 인력 수입…노동력과 첨단 기술 주고받아 ‘윈윈’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 국제공항은 세계 최대의 건물이다. 사무라이 투구 모양인 지붕의 길이만 1.6km나 된다. 이 건물은 일본의 경쟁력, 일본의 부를 상징한다.
2월의 어느 일요일, 간사이 공항에 중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간사이 공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부는 봄바람을 말해준다. 고이즈미 시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은 양국은 일본의 첨단 기술과 중국의 풍

 
부한 노동력을 주고받는 화해의 길로 가고 있다. 
잘 갖추어진 일본의 인프라와 높은 생활 수준 속으로 중국의 노동력과 두뇌가 밀려들어오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피까지 들어온다. 중국 이민자들이 일본에서 아이를 낳기 때문이다. 일본의 인구는 2006년 1억2천7백70만명으로 피크를 이루었으며 2050년에는 1억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근 3천만명이 준다는 얘기다. 감소 속도는 갈수록 빨라진다.
일본, 2050년까지 이민자 1천7백만명 필요
인구 감소가 빨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일본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이다. 2050년까지 정확히 일본 인구의 3분의 1은 65세 혹은 그 이상에 도달한다. 그렇게 되면 폭발적 인구 수입 즉, 대대적인 이민이 불가피해진다. 첨단 과학 덕분에 로봇이 노인들을 돌보아준다고 하나 역부족이다.
유엔의 예측에 따르면 일본이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한 38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2005년부터 2050년 사이에 1천7백만명의 이민이 유입된다는 뜻이다. 그 사이 이민자와 그 자녀들의 총수는 2천2백50만명에 이르러 일본 인구의 17.7%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이민은 어느 나라에서나 올 수 있으나 중국 이민이 주종을 이룰 수밖에 없다. 일본이 산업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을 수혈받아야 하는데 일본 말을 하고 일본 글을 쓸 수 있는 노동력은 바로 중국에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도 성장을 지속하는 중국에서는 점점 넘쳐나는 인구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득 증가와 더불어 주거지와 질 높은 삶에 대한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인구 수출이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게다가 중국의 가용 토지는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무절제한 개발과 환경오염 그리고 이에 따른 사막화가 이를 부추긴다. 일본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고등 교육을 받고 좋은 삶의 터전을 찾고 있는 중국인들에게는 일본이 안성맞춤의 이상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은 일본에서나 중국에서나 당연시되어 대규모 이민이 발생하더라도 충격을 줄 가능성이 없다.
양국 간에는 이미 이민 전례가 많다. 불교와 유교 그리고 이른바 한류(漢流)는 먼 옛날부터 동진을 시작했으며 일본은 대체로 이를 관대하게 수용했다. 현재 일본 단과대학과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중국 유학생은 8만명에 이른다. 외국인 유학생의 3분의 2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상하이·다롄·톈진 등에는 일본 기업이 번성해 이른바 ‘재팬 타운’이 들어서고 있다.
일본에서는 중국 두뇌를 수입하기 위한 연구소나 구인 프로그램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은  중국 전역을 누비면서 필요한 인재를 찾고 있다. 일본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이민 인구라면 중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노하우다. 중국은 단순한 지식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거의 모든 장점을 갈망한다. 오랜 편견과 증오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관점에서 보면 양국은 인구 교류를 통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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