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휘발유 값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3.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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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정유회사 상황실 근무자들은 외신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 소식에 관심이 높다. 핵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으려는 이란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이 부딪치고 있어 화약고 같은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업계 사람들은 그곳의 조그만 일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미국과의 전면전을 선언할 경우 국제 유가시장에 대혼란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보망을 총가동하는 모습이다. 만약 전쟁이 난다면 그 불똥은 우리에게 옮아붙어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 공급 중단, 생산 차질 등 후유증은 하나 둘이 아니다. 
사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파가 소비자들에게 전해져 국가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휘발유 값이 3배가량 뛰고 금융시장도 요동치게 된다. 단순히 계산해도 ℓ당 5천원대로 뛰어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란은 우리와 연관이 많다. 한국군이 나가 있는 이라크 인접국인 데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산유국이다. 세계 두 번째 천연가스 보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두 번째 산유국으로 하루 3백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인도양과 걸프(페르시아)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과 미국의 대립으로 봉쇄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외신들의 전망이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이란·아랍에미리트·바레인·쿠웨이트·이라크 등 세계 산유량의 25%가 이 해협을 거쳐 수출된다.
문제는 과연 이곳에서 전쟁이 터질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럴 경우 전쟁 발발→해협 봉쇄→정유 수송선 차단→국제 유가 폭등→국내 휘발유·경유 등 유가 급상승 및 외환시장 혼란으로 이어져 전쟁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여기에는 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설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전쟁설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경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란과의 직접 협상은 미국의 핵심 목표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나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의도대로 말을 안 들으면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은 군사 행동을 가할 처지가 못 된다”라며 맞서고 있다.
이럴 경우 이라크 전쟁 때처럼 전쟁은 불가피해진다. 다음은 전쟁 유보설이다. 미국 민주당과 이란 전문가들이 전쟁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 주), 상원외교위원장 조 바이든 상원의원(델라웨어 주)이 대표적 반전론자이다. 이들은 부시에게 이란과의 전쟁 권한을 주지 않았다며 자제를 촉구해 눈길을 끈다. 
이런 분위기에서 비상이 걸린 업계와 당국의 발 빠른 모습과 달리 국민들은 의외로 무덤덤한 것 같아 대조를 이룬다. 전쟁 여부와 상관없이 유사시에 대비하는 긴장감과 에너지 절약 생활화, 유비무환 정신이 절실한 때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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