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는 만년 '동네북'?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3.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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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 생활자는 영원한 봉인가.’ 요즘 직장인의 회식 자리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얘기다. 지난해 정부가 거둔 국세가 목표보다 초과한 데다 올해 근로소득세를 크게 올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해 국세 징수액은 약 1백38조4백43억원. 목표로 잡은 세입 예산(1백35조3천3백36억원)보다 2조7천1백7억원이 더 걷힌 셈이다. 전년(2005년) 실적보다 8.3% 불어난 것으로 초과 징수액으로는 6년 만에 최고치다.
정부가 세금으로는 예산을 충당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국채를 8조원까지 발행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처럼 더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빚까지 냈지만 오히려 세금을 더 거두어 국고가 넘쳐난다는 얘기다.
세목별 초과 징수액은 소득세가 3조3천억원으로 으뜸이고 △법인세 약 2조5천억원 △증권거래세 약 7천억원 △특별소비세 약 5천억원 △종합부동산세 약 3천억원 △상속·증여세 약 2천억원 등의 순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내수 경기 부진에 따라 약 3조2천억원, 교통세 약 2조1천억원, 교육세 약 3천억원, 주세 약 2천억원이 예상보다 밑돌았다.
이에 대한 조세 전문가들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내수 경기 침체 속에 가뜩이나 힘든 민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축적 재정 운용이 필요한데도 초과 징수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견해다. 특히 소득세 부문에 대한 질책은 따갑다.
양도소득세 등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봉급 생활자를 비롯한 개인 납세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두어 초과 징수에 ‘기여’한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이 “직을 걸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세무 조사를 크게 강화했던 종합부동산세 초과 징수액의 10배 이상을 더 거둬들인 것이어서 말들이 많다. 유리알 지갑을 가진 봉급쟁이들만 100% 세금을 내며 ‘봉’ 노릇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올해 근로소득세가 ‘임금 6% 인상’을 전제로 할 때 평균 10%쯤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직장인들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소득이 적을수록 세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독신이나 자녀수가 적은 맞벌이 부부 부담도 커질 전망이어서 비난의 소리가 높다. 올해 거두어들일 근로소득세액은 13조7천여 억원. 노무현 정부 초기에 비해 81%가 늘어난 액수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가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액은 21% 느는 데 그쳐 대조를 이룬다. 개인 사업자들보다 직장인들의 호주머니를 너무 많이 턴다는 것이다. 봉급 생활자만 ‘봉’이냐는 푸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다. 봉급 생활자 4명 중 3명꼴로 “세금을 어쩔 수 없이 내거나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답한 최근의 조세연구원 조사도 이를 잘 말해준다.
이는 세금을 너무 많이 걷었다며 초과 징수한 금액을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기로 한 홍콩과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홍콩 정부가 지난해 이룬 재정 흑자의 36%인 2백억 홍콩달러(약 2조4천억원)를 납세자들에게 환급해주기로 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비록 남의 나라 이야기이기는 하나 타산지석으로 삼아볼 대목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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