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박장 주택가 습격하다
  • 김현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3.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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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곳곳에 침투해 '암약'...사이트 차단 쉽지 않아

 
서울 마포구 주택가 골목의 한 허름한 건물의 지하 1층. 간판은 없고 벽면에 붙어 있는 A4 크기의 종이에 성인 PC방 문구가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종업원이 위아래를 훑어본다. 단속을 경계하는 눈치다. 낮 시간대라서 그런지 PC방 안에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3~4명뿐. 회원 가입비 2천원을 내자 종업원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일반 PC방과 달리 컴퓨터 화면에는 포커 게임과 고스톱 게임 일색이다.
게임 방식은 사이버 머니 충전식. 게임 시작 전에 5만원 상당의 쿠폰을 구입하고 사이버 머니를 충전한 후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다. 종업원은 “다른 곳에 접속한 제3자와 도박을 해서 돈을 따면 게임방에 4%의 수수료만 내고 딴 돈은 즉시 현금으로 환전해준다”라고 설명했다. 또 운이 좋으면 게임 중에 보너스로 잭팟이 터져 대박이 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부추겼다.
5만원을 잃는 것은 수십분 이내다. 본전 생각에 무리하고 달려드는 경우 하루에 50만~100만원 잃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인터넷 도박장은 규모가 제법 큰 사이트의 경우 하루 평균 매출액이 5백만~7백만원에 이른다.
사행성 온라인 도박장이 주택가에 침투하고 있다. 사이버 머니 충전 방식도 진화를 거듭한다. 기존 방식을 뛰어넘고 있다. 보통 사이버 머니 충전 방식은 두 가지다.
첫째는, 현금을 받고 사이버 머니를 채워주는 직접 충전 방식이다. 해외 도박 사이트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현행 분류 기준에 따르면 게임 머니의 직접 충전 방식은 ‘이용 불가’ 항목에 명시되어 있다. 말 그대로 사행성 도박이다.
두 번째는, 아바타 구입 등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게임 머니가 지급되는 간접 충전 방식이다. 현재 간접 충전 방식에 대해서는 게임업체의 재량을 인정한 상태이다. 최근에는 간접 충전 방식도 제재해야 한다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행성 도박과 연계될 가능성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전자와 후자가 복합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금을 ‘사이버 머니’로 교환해주고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한 후 ‘포커’ 게임 방식에서 변형된 ‘바둑이’나 ‘3D 포커짱’ ‘3D 맞고짱’ 등 게임을 제공하며 고객끼리 오간 판돈 중 4~5%의 수수료를 모은다.
이는 상품권 대신 카지노 칩이나 쿠폰을 이용하면서 나중에 현금으로 교환할 경우 수수료를 취하는 형태이다. 이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게임은 모두 ‘풀 베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판돈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렇듯 온라인 도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단속이 미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국내에서 유행하는 사이트의 일부는 합법적인 사이트이다. 이 경우 단속할 방법이 없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골드바’ 사이트가 단적인 예다. 이 사이트는 문화관광부의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 허가를 받은 합법 게임이다. 인천에서 ‘골드바’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씨는 “4월18일 영등위에서 재심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어쨌든 합법이기 때문에 남은 한 달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네이버 블로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 단속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온라인 도박장의 경우 장소조차 찾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단속을 피해 주택가 골목 안의 간판 없는 성인 PC방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 또 인터넷 도박장 업주들은 주변 낌새가 이상하면 즉시 장소를 이동한다. 사이트 서버를 외국에 두고 운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경우는 단속의 손길이 아예 미치지 못한다. 
리얼머니·리얼게임을 슬로건으로 내건 사행성 도박 사이트 ‘카지노 ○○천국’은 서버가 과테말라 인근 지방에 있다. 공식 운영자는 ‘Y.ltd’라고 알려진 외국계 법인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운영자는 한국 사람이다. 고객도 한국인이다. 이곳에서는 사이버 머니가 아닌 진짜 현금을 판돈으로 사용한다. 5~6명이 ‘사이버 하우스’를 차린 후 하우스 운영자에게는 10%의 수익금이 할당된다.
이런 경우도 법적 단속의 기준은 전무하다. 도메인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정보통신부와 검찰은 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국인터넷기반진흥협회 및 주요 망사업자의 국제 관문국을 통해 도메인을 차단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적인 도메인 서버 운용 또는 오픈 프록시(Proxy) 서버를 이용할 때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 도박 영업장 신용카드 결제 금지 추진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정부가 그동안 차단했다고 발표했던 도박 사이트는 일반 유저가 접속하면 차단이 되었지만 별도의 DNS 서버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접속이 가능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의원측은 “한글 제공 해외 도박 사이트의 경우 여러 개의 도메인을 중복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메인 차단 방식에서 탈피해 좀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월 현재 ‘바다 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장은 86%가 휴업 또는 폐업에 들어갔으며, 상품권 발행사 18곳 중 14곳이 자진 지정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온라인 도박장 사이트 검거 건수는 2005년 2백77건에서 2006년 3백38건으로 늘어났으며 사이트 차단도 지난해 9월 2백46건에서 12월에는 3백42건, 올해 2월에는 4백93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온라인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24시간 감시 체제를 구축하는 등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느라 분주하다. 경찰청은 지난 2월5일부터 오는 5월4일까지 3개월 동안을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온라인 도박 사이트 단속에 전국 사이버 수사 경찰 7백3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좀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금융감독원에서 신용카드사로 하여금 도박 영업장에 대해 신용카드 결제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온라인 사이트가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 자주 사이트를 변경하는 점을 감안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온라인 사이트 명의 대여에 대해 처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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