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사기'에 걸리면 웃다, 울다, 통곡한다
  • 유근원(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3.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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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당첨' 통보 후 세금 명목 등으로 돈 갈취/ 제때 대응 못하면 채권 추심 업체에 심하게 시달려

인터넷 경품에 당첨되었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당첨 상품의 10% 금액을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부담케 하는 사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첨 상품의 종류는 홍삼 제품과 각종 건강 식품을 비롯해 리조트 10년 무료 회원권 등 그 종류와 수가 다양하다.
지난해 12월 인천에 사는 홍진경씨(28)는 ‘홍삼 경품에 당첨되었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홍씨는 문자를 보낸 곳에 확인 전화를 걸었다. 홍삼업체측은 “홍삼 세트에 당첨된 걸 축하한다. 홍보 차원에서 홍삼 제품을 무료로 보내니 잘 드시고 홍보만 잘 해달라”고 친절히 응대했다. 하지만 홍씨가 홍삼을 받고 나서 며칠 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제품 잘 받으셨습니까? 추가로 제주도 상품권을 보내드릴 텐데 이에 상응하는 휴대전화 무료 통화요금 15만9천원만 입금해주세요.”
홍씨는 공짜로 30만원이나 되는 홍삼 제품을 받은 터라 거절하기 미안했지만 부담스러운 금액 때문에 계속 오는 문자메시지를 무시했다. 홍씨는 며칠 후 “홍삼 채관관리부다. 14일이 지나도록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니 오늘까지 15만9천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제품의 원금인 1백9만6천원이 청구된다”라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홍씨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제품 포장을 뜯은 홍씨는 다시 속았음을 깨달았다. 배달된 홍삼 제품은 홍삼이 아니라 인삼이었고 생산지조차 표기되어 있기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씨는 혹여 잘못 대처했다가는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15만9천원을 입금할 수밖에 없었다. 경품 종류만 다를 뿐 홍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첨 사기 수법을 펼치는 텔레마케팅 업체에 꼼짝없이 당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올해 소보원에 접수된 당첨 사기 3백39건


최근 급증한 리조트 10년 무료 회원권 당첨 사기도 홍삼 제품 수법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홍삼 제품에 비해 리조트 무료 회원권은 피해액이 훨씬 크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최영하씨(39)는 한 리조트 회사로부터 ‘10년 자격 VIP 회원권’에 무료로 당첨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최씨는 회원권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직원의 방문을 받았다. 결국 최씨는 10년간 무료 회원권의 세금 89만원을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회원권은 주말에는 쓸 수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없는 주중 회원권에 불과했다. 최씨는 즉각 그 회사에 해약을 요청했다. 처음 통화할 때와는 달리 해약 전화는 통화 연결조차 힘들었다. 수십여 차례 전화를 한 끝에 그는 업체로부터 “처음 통화 당시 무료 회원권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그 사실은 녹취가 되어 있으니 확인하면 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최씨는 억울한 마음에 인터넷에 이같은 문제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그는 이미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씨가 피해를 당한 리조트 업체에 대한 민원은 네이버 지식 검색에도 이미 사례가 빼곡히 올라와 있었다. 3월 현재 주부클럽연합회 소비자고발센터(www.jubuclub.or.kr) 소비자 상담실 상담 코너에 올라온 한 특정 업체의 리조트 회원권에 대한 민원 접수만 이미 50건이 넘고 있다.
주부클럽연합회측은 “리조트 회원권 관련 민원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를 통해 접수된 민원 건에 대해서는 업체측이 즉각 조처를 취해주고 있어 소비자 보호법에 의거해 대중 매체에 정확한 회사명을 공개하는 것은 아직 미루고 있다. 이같은 피해 사례가 계속되면 정식으로 공정거래위원회측에 별도 조처를 요청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소비자보호원(소보원)측은 올해 들어 이같은 당첨 사기와 관련된 민원이 3백39건이 접수되었다고 밝혔다. 소보원측이 제공한 ‘당첨’이라는 검색어로 조회된 사건 제목별 조회 자료에 따르면, 1월에 당첨 사기 민원 접수가 1백98건, 2월에는 1백5건에 이른다. 
물품 용역 구분에 따른 민원 건수는 전체 민원 3백39건 중 홍삼 또는 인삼 제품 불만 민원이 68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콘도 회원권이 40건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위원장 권오승)는 3월 한 달을 ‘사기 피해 방지의 달’로 정하고 캠페인에 나섰다. 공정위측은 “소비자에게 빈번히 발생하는 사기적이고 기만적인 상행위의 유형 및 대응 방법 등을 알리고 이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라고 밝혔다. 공정위 소비자본부 소비자정책기획팀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사기 업체들은 OOO에 당첨되었다 등의 문자메시지나 e메일을 발송하고 주소를 알아낸다. 이후 임의로 물품을 배송한 뒤 대금을 요구하거나 당첨 상품에 대한 제세 공과금을 편취한 후 잠적한다’며 이 경우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해약 의사 통보, 반드시 내용증명으로 해야


공정위측은 이같이 출처가 의심스러운 경품 당첨의 경우,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만약 사실이라 하더라도 가급적 중요 개인 정보는 제공하지 말 것과 해약 의사 통보는 반드시 내용증명으로 할 것을 당부했다.
주부클럽연합회 소비자고발센터의 김승복씨는 “전화 판매는 상대방의 주소지를 안 날로부터 14일까지 해지가 가능하다. 대다수 피해자들은 해약을 위해 한두 번 전화를 하다가 포기하는데, 이 경우 잘못하면 ‘자산 관리’라는 이름으로 채권 회수가 진행되어 채권추심 업체로부터 원금까지 요구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피해자는 반드시 업체측에 서면으로 적극 해약 의사를 통보하고 이를 증거 자료로 남겨두어야만 앉아서 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같은 당첨 사기 유형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욕심 때문에 당첨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보호원 소비자지원 상담실 김정옥 부장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다. 자신의 입력 정보가 곧 돈이라는 생각을 갖고 기업체에서 전개하는 이벤트 응모의 경우도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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