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 '눈 맞춘' 아동극이 보고 싶다
  • 신일수(한양대 교수, 서울시극단장) ()
  • 승인 2007.03.1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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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이자 꿈이다. 가정과 가족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최소 단위이다.
최근 들어 문화의 핵 또는 꽃이라고 불리는 공연예술이 한류 열풍을 타고 지방으로, 해외로  뻗어나가면서 문화계를 제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공연 문화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종문화회관 전속 서울시극단이 어린이·가족 명작 공연의 하나로 <헨젤과 그레텔 - 과자성의 비밀>을 송인현 연출로 지난 1월5일부터 2월16일까지 12개 지역의 공연장과 초등학교에서 38회 공연했다.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동화를 우리의 현실에 맞게 번안해 ‘과자성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무대에 올린 것이다.
이 연극은 무대 형상화에서 두 가지 점에 초점을 맞혔다. 첫째로 어린이들이 과자와 설탕에 중독되어 병들어가고 있음을 깨우치게 하고, 둘째로 새엄마도 진정 좋은 엄마일 수 있고, 가정의 화합을 이룰 수 있게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었다.
매회 공연을 마치고 어린이와 엄마들을 만나 공연에 대한 소감을 직접 묻기도 했는데 본 대로, 느낀 대로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고 고무적이었다. 어린이들의 공연 관람 태도가 많이 좋아졌고 예전과는 달리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보고 즐기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어린이가 연극 관람할 기회 더 늘려주어야


공공 기금의 지원을 받는 어린이 예술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전시회나 음악회가 많이 생겼고, 이런 업무를 전담시키기 위해 수년 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었다. 또한 서울 대학로나 강남의 대형 쇼핑몰에서 어린이를 위한 연극이라는 이름의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범람에도 불구하고 올려지는 작품의 질과 무관하게 경제적 이유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연극 구경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울시에는 25개 자치구가 있지만 재정 자립도가 높은 몇몇 자치구를 제외하고는 공연장 시설이 열악하고 공연 관람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좋은 아동극 한 편 관람하지 못한 채 자라나는 어린이가 더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공립극장과 극단이 앞장서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하는 공연 관람의 주된 목적이 어린이들을 예술가로 기르는 데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릴 적 부모와 함께 한 관람 경험이 풍부한 감성과 소양을 기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며, 공연예술과 함께 자란 어린이가 부모가 되면 자신의 경험처럼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을 것이고 그렇게 될 때 공연예술의 저변 확대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도 아동·청소년 연극 과목 거의 없어
대학에서 연극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대다수 학생들이 스타 연기자를 꿈꾸고 아동·청소년 연극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을 보게 된다. 관련 학교나 교육 기관이 증가해 현재 50여 대학에 공연 전공의 학과가 있지만 아동·청소년을 위한 공연 교과목을 교과 과정에 개설한 대학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1지역 1극장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공연 문화에 대한 욕구가 점차 증대하며 그에 대한 기대치도 상승하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열린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연극을 우선적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도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연 문화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 지역 사회의 민간 기업, 학교와 학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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