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우산 걷히면 어쩌나”
  • 조재민(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4.03 10: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핵 공격 위험에 불안감 커져…‘핵 무장론’ 또 모락모락
 
 3월의 어느 화창한 월요일, 기온은 섭씨 19도, 동남쪽에서 불어오는 풍속은 5.4km, 더할 수 없이 평화로운 봄날 모습이다. 바로 그때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 하나가 도쿄 중심부에 떨어진다. 핵탄두는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과 비슷한 15킬로톤급이지만 파괴력은 10배 수준이다. 2백만명이 즉사하고 100만명은 강력한 방사능에 피폭된다. 1백70만명이 시력을 잃거나 호흡 곤란에 빠진다. 도쿄는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한다.’
이것은 일본의 우주공학도 나카토미 노부오가 만든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 그는 이것이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될 당면한 위협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누가 핵탄두를 투하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가상 공격자는 북한이거나 중국일 수도 있다. 시나리오에서 언급한 피해는 최소 규모일 경우다. 기후 조건에 따라 사망자는 3백만명에 이를 수 있다.
핵 피해 시뮬레이션으로 ‘들썩’
요미우리 신문이 최근 보도한 이 가정은 일본인들이 핵 공격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본의 신경과민은 특히 북핵 때문에 증폭되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세계가 충격에 빠진 직후인 지난해 10월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아소 외무장관과 만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핵 위협에 대한 ‘완벽한 억지력’ 구축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미국의 핵우산이 일본을 보호하고 있음을 은근히 상기시키기도 했다.
라이스의 발언이 저절로 나온 것은 아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구체적 대응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온 말이다. 라이스의 피동적 언질에 일본은 불안을 느낀다. 핵폭탄은 대량살상 무기다. 한 개로도 광대한 지역을 폐허로 만들 수 있다. 땅이 작고 인구가 밀집된 일본은 특히 그런 무기에 취약하고 그만큼 핵 억지력을 필요로 한다.
2차 대전 후 일본은 자국의 안보를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왔으나, 미국은 일본이 핵 공격을 받았을 때 일본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일본의 보호를 보장하지도 않았다. 일본과 미국은 상호 방위조약에 근거해 그동안 무난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런 상태가 수십년 후까지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을 때도 미국이 일본의 보호에 매달려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카소네 전 총리가 이끄는 국제정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급변하는 국제 상황에 대비해 핵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카소네 자신도 미·일 동맹 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핵우산만 믿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미·일 동맹 관계를 포함한 미래의 변화에 대비할 것도 촉구했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이 시점에서 일본의 핵 보유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이 인식에 마침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특히 핵과 관련해서는 특단의 재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