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날파리들이 보인다고?
  • 이문신 (관악 연세안과의원 원장) ()
  • 승인 2007.04.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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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할 경우 망막 박리 의심해야...치료 늦추면 실명에 이를 수도

멀쩡하던 눈에서 갑자기 검은 점이나 머리카락 같은 것이 보인다면서 진료를 받으러 오는 분이 많다. 대부분 어르신들이지만 젊은이도 상당히 많다. 이 증상을 날파리증 혹은 비문증이라고 부른다. 눈 안에 뭔가 생겨 그 그림자를 보게 되는 것이 비문증이다. 비문증이 심하냐, 심하지 않으냐보다 원인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유리체 액화와 섬유성 부유물이다. 쉽게 말하면 나이 들면서 흰머리나 주름살이 생기듯, 어떤 찌꺼기 같은 것이 눈 속에 생겨서 떠다니는 것이 보이는 현상이다. 몇 개의 검은 점이나 투명한 지렁이 또는 실타래 모양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후유리체 박리로 인한 경우는 모양이 좀더 분명하고 진하게 보이며, 대개 고리 형태를 띤다. 시신경 가장자리에 두껍게 붙어 있던 후유리체 부위가 떨어져 나오면서 둥근 형태의 고리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중심 시야 근처에 있고 움직이다 보면 정중앙을 가리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더 불편하고 큰 병이 아닌가 걱정하기 쉽다. 이는 증상에 비해서 별 문제가 없는 경우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망막의 혈관이 터져서 피가 나거나, 망막이 찢어져 세포 조직이 떠다니는 것과 같이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이다. 초기에는 검은 점이 보이는 것이 증상의 전부일 수 있다. 실명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망막 박리는 초기에 망막이 찢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증상은 검은 점이 많아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갑자기 많은 점이 나타난다면 경각심을 갖겠지만, 몇 개의 검은 점만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 증상만으로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며칠 전부터 검은 점이 몇 개 보여 병원에 갔다가 노화 현상이므로 그냥 놓아두라는 의사의 말만 믿고 있던 57세 여성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시력은 괜찮은데 검은 점이 더 많아지고 자꾸 검은 점이 가려서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비문증은 그다지 심하지 않고 시력도 정상이었다. 기본적인 망막 검사를 했더니 오른 눈 아래쪽 망막이 찢어져 있고 망막 박리가 벌써 어느 정도 진행되어 있었다.


고도 근시까지 있는 사람은 더 신경 써야


 
급히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다음날 바로 수술을 하고 겨우 시력을 보전할 수 있었다. 며칠만 늦었다면 실명했을지도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증상 초기에 망막 검사만 했더라도 레이저 치료 정도로 망막 박리의 진행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고도 근시의 경우는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유리체 액화도 더 어려서부터 생기고 후유리체 박리나 망막 박리의 발생률도 높아진다.
다른 증상은 없고 비문증만 있는데 원래 고도 근시인 터라 주변에서 검사를 권해서 병원을 찾아온 23세 대학생이 있었다. 그는 8디옵터 이상의 고도 근시였고 망막 검사를 해보니 오른 눈의 주변부 망막이 찢어져 있고 망막 박리는 관찰되지 않았다. 장벽 레이저 치료로 망막 박리가 진행하지 않도록 조처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비문증의 경우 증상 자체는 치료할 방법이 거의 없다. 유리체 출혈이나 포도막염같이 약재 등을 사용해서 흡수를 도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때도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약간이나마 흔적을 남기면서 없어진다. 그러니 대부분의 경우 비문증을 없애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비문증을 없앤다기보다는 익숙해지기를 기다린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시간이 지나면 비문증을 못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때도 흰 벽이나 파란 하늘을 보면 검은 점이 떠다니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비문증 치료라고 하는 것들도 떠다니는 점을 없애기보다는 원인이 되는 것에 대해 조처를 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위의 두 예에서도 망막 박리와 망막 열공과 같은 비문증의 원인이 되는 것을 치료했지만 비문증 자체를 없애자는 목적으로 치료를 한 것은 아니다. 갑자기 눈앞에 검은 점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일 때, 별 문제가 없는 99명 중에 속할 수도 있지만 실명을 하는 1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제대로 안과 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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