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 울고 싶은 이명박
  • 오윤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4.16 09: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지율 하락·선거법 위반 논란 등 악재 겹쳐...박근혜는 '4월 재·보선 반격' 시동

 
이명박 전 시장과 그 캠프의 표정이 썩 밝지 않다. 한때 50%를 넘던 지지율이 40% 중반대로 내려온 지 한참이다. 그런 대로 40%대는 유지된다고 하지만 상승세가 꺾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감추지 못한다. 단 한번이라도 30%대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만 나오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돈다. 지지층의 충성도가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 4월9일, 6박7일 일정으로 두바이와 인도 방문길에 올랐다. ‘경제 대통령’ 행보다. 서울시장 퇴임 후 국내외를 무대로 펼쳐온 ‘파워코리아 미래 비전 정책 탐사’ 일환이다. ‘747 프로젝트’는 그 세부 계획이다. 이 전 시장 캠프는 이 전 시장의 부재를 계기로 후보 검증 공세를 누그러뜨리고, 정책 경쟁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그가 출국한 바로 그날, 비서 출신 김유찬씨가 <이명박 리포트>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내용은 별것 없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선거법 위반 전과와 위증 교사, 증인 해외 도피 유도 같은 과거사가 불거질까 봐 전전긍긍이다. 선거법 위반 전과자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기도 하다. 후보 검증 공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비슷한 시간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그것도 “노대통령 탄핵으로 망해가는 한나라당을 살려낸 박대표에게 진 빚을 갚으러 왔다”라는 감성을 실었다. 서 전 대표는 대선 자금으로 구속되었지만 지금도 수도권에 상당한 지분이 있다. 박 전 대표측이 그에게 정성을 들인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그를 돌려세우는 데 실패했지만 이 전 시장측도 그의 영향력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캠프 안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서 전 대표가 낫다”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YS를 끌어들인 것이나, 서 전 대표에게 추파를 보낸 것이나 구태이기는 마찬가지지만 3김의 잔영에 매달리는 것 같은 인상을 준 게 아프기도 할 것이다. 김유찬 출판기념회와 서청원 전 대표의 박근혜 캠프 합류라는 두 장면은 이 전 시장의 해외 출장길에 재를 뿌리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중앙선관위가 지난 3월 이 전 시장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사전 선거운동·기부 행위 금지 등을 위반한 관련자 7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청중에게 교통 편의와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기부 행위 금지를  위반한 혐의가 적발되었다. 또 지방에서 교통 편의나 식사를 제공받은 사람 수십여 명에 대해서는 ‘50배 과태료’를 부과했다. 전국에서 80여 대가 넘는 전세버스를 동원하는, 밀어붙이기가 결국 사고를 친 격이다. 이 전 시장에게는 “왜 선거만 하면 선거법 위반 소동이 벌어지느냐”라는 손가락질이 따갑다.


‘김경준 사기’ 연루설로 경제통 이미지 구겨


 
화불단행(禍不單行). 이 전 시장과 돈 문제가 얽혀 있는 김경준씨와 그의 누나 에리카 김의 관계가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뚜껑은 열린우리당이 열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4월9일 국회에서 이 전 시장과 사업 파트너 김씨 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고, 김성호 법무부장관이 이를 받아 미국에서 구속된 김씨 송환 요청 사실과 김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다.
김씨는 2000년 옵셔널벤처코리아라는 투자 회사를 운영하다 2001년 12월 회사돈 3백80억원을 빼내 미국으로 도피했다. 지금도 이 돈이 이 전 시장과 관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 시장과 김씨는 2000년 동업으로 각각 30억원씩 자금을 대고 LK라는 회사를 설립한 후 공동 대표를 맡았다. LK의 L은 이명박 전 시장, K는 김경준씨의 이니셜이다. 그 사이에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등장한다. 골치 아픈 사건이다.
이 사건에 관한 한 이 전 시장은 자신과 자신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모두 피해자임을 주장해왔다.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김씨가 서울에 송환되는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선에 임박해 그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시장을 끌어들이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차후 문제다. 지금 가장 아픈 것은 “설령 피해자라 할지라도 ‘경제 제일’을 외치던 이명박 전 시장이 사기를 당했다”라는 비수 같은 공격이다. 더구나 정청래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사진을 흔들었다. 에리카 김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것이었다.
이 전 시장이 독보적인 선두 주자임은 의심할 상황이 아니다. 대의원 20%, 당원 30%, 공모 선거인단 30%, 여론조사 결과 20% 비율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대선 후보를 뽑도록 정한 한나라당 경선 룰에 따라, 4월 초 SBS가 여론조사 기관 R&R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61.2%의 지지를 얻었다. 박 전 대표는 37.1%이다. 격차가 24.1% 포인트나 된다. 이 전 시장은 대의원과 당원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를 각각 8.7% 포인트, 29.3% 포인트 앞섰다.
여타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은 40%대 중반의 지지율로 박 전 대표와 20% 포인트 정도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3월 말 중앙일보의 조인스닷컴 조사만이 박 전 대표측에 유리하다. 이 전 시장 지지율은 41.9%(3월14일)→40.1%(21일)→38.2%(28일)로 2주 연속 하락한 반면, 박 전 대표는 같은 기간 23.7%→23.5%→26.8%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 결과, 두 사람의 격차는 11.4%포인트까지 크게 좁혀졌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만 이 전 시장이 30%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조사 결과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라이벌인 박 전 대표에게는 4월 국회의원 재·보선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선거만 했다 하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당선자 제조기’ 역할을 해온 박 전 대표의 진가가 발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전 시장은 상대적으로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진가가 떨어진다.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면 우선 당원들을 움직일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취약한 부분이다.
이 전 시장이 과연 이런저런 도전과 시련을 딛고 선두 자리를 지켜낼지 관심사다. 지난해 추석 이후 선두로 치고 나간 이 전 시장으로서는 대세를 장악하고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믿고 싶겠지만 앞길은 온통 지뢰밭이다. 정면 돌파하자니 피가 철철 흐를 것 같다. 피해 가자니 “후보를 바꾸자”는 대안론이 대두될 것이 뻔하다. 이래저래 이 전 시장에게는 ‘잔인한 4월’인 셈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