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감독들, 화려한 드리블
  • JES 제공 ()
  • 승인 2007.04.16 10: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축구에 외국인 지도자 영향력 커져...흥행 몰이·팀 체질 개선 등에 큰 몫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한국 경제의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비록 농업을 비롯한 분야에서의 타격이 예상되어 반대 의견도 적지 않지만 FTA가 기력을 잃은 한국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한 듯하다.
한국의 프로스포츠도 이러한 외부적 요인의 출현으로 새로운 중흥기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4월8일 프로축구 FC 서울과 수원 삼성 간의 라이벌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5만5천 관중이 모였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단일 경기 최다 관중으로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긴 것이다. 여기에는 외국인 지도자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전은 K리그를 대표하는 더비 매치로 많은 관중을 몰고 다녔다.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던 코칭스태프 일부가 불화해, FC 서울의 전신이던 안양 LG로 소속을 옮기면서 양팀은 만나면 으르렁거렸다. 모기업의 경쟁 의식, 수도권 도시 간의 대결, 여기에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유독 많은 양팀인지라 언제나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다.


축구에는 많은데 야구·농구에는 왜 없나


그런데 올 시즌에는 또 하나의 양념이 추가되었다. 토종과 외국 사령탑 간의 대결이 마련되면서 라이벌전의 스토리가 한층 탄탄해진 것이다. 그것도 보통 사령탑이 아니다. 수원 삼성에는 한국 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차범근 감독이 버티고 있고, FC 서울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일약 3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한 전 터키 대표팀 감독 세뇰 귀네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 건너온 외국인 지도자 중 가장 명성이 높은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대가 만들어지니 이야기는 저절로 드라마처럼 흘러갔다. 지난 3월 두 팀의 첫 대결에서 귀네슈 감독이 특유의 공격 축구 전술로 4-1 대승을 따내며 먼저 승리를 챙겼다. 그때까지 잘나가던 수원은 휘청거렸고 이후 3연패에 빠졌다. 그리고 또 마련된 무대가 지난 4월8일의 재대결이었다. 이번에는 차범근 감독이 분풀이에 성공했으니 남아 있는 맞대결이 또 기다려진다. 지난해까지 평균 2만~4만 관중을 몰고 다니던 두 팀의 라이벌전이 5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바로 귀네슈 감독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른바 인기 스포츠로 분류되는 축구·야구·농구에서 벽안의 외국인 지도자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축구밖에 없다. 왜 그럴까. 우선은 아직도 우리 축구에 깊은 흔적을 남겨놓은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한국 축구를 세계 4강에 올려놓으며 외국인 지도자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여기에 축구는 대표팀 경기가 잦아 세계적 흐름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어 선진 축구의 본토에서 온 지도자들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야구는 스포츠로 즐기는 나라가 적은 데다 나라마다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어 외국인 지도자의 영향이 크지 않다. 그리고 순간순간 작전을 내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감독과 선수 간의 긴밀한 의사 소통은 어느 종목보다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농구는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조화로운 융합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 점에서 토종 지도자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외국인 지도자의 존재 유무는 우승에 대한 인식 차에서 비롯된다.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구단뿐 아니라 시민구단이 뒤섞여 있는 프로축구는 이제 리그에 참가한 14개 팀이 모두 우승을 향해 무한 경쟁을 벌이는 시대를 벗어났다. 막강 전력을 확보한 5~6개의 빅 클럽들은 우승을 노리지만 시민구단들은 우승보다는 지역 밀착 정책을 통해 재미 있는 경기를 한다. 이를 위해 화끈한 공격 축구를 하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 몇 년을 두고 팀을 재건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리그 참가팀이 모두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야구와 농구는 언제나 그해 우승이 목표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응 시간이 필요한 외국인 지도자 영입이 쉽지 않다.


외국인 감독 ‘맞춤식 영입’ 대세


 
외국인 지도자 영입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그래서 일종의 모험일 수 있으나 팀 체질 개선에는 외국인 감독만한 명약이 또 없다. 외국인 감독을 두고 있는 구단 관계자들은  “팀 운영에서 무척 공정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한국 축구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 보니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게 되고 따라서 한국에서 이름을 날리던 스타도 외국인 감독 앞에서는 신인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학연·지연은 끼어들 틈조차 없다.
최근에는 외국인 감독도 맞춤식 영입이 대세이다. 귀네슈 감독은 그야말로 우승 청부사 역할을 맡고 부임했다. 선수들은 좋으나 조직력에서 문제가 있었던 FC 서울은 귀네슈 감독의 카리스마와 축구에 대한 열정에 큰 기대를 건다.
우승 쟁탈전에서 벗어나 견실한 구단 운영으로 목표를 바꾼 포항 스틸러스는 브라질 청소년대표팀 감독 출신인 파리아스 감독의 유망주 발굴, 조련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K리그 외국인 감독 중 최장수 감독이니 포항은 꽤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또 한 명의 외국인 감독인 앤디 에글리 부산아이파크 감독(스위스)은 스위스·독일에서의 감독 생활뿐 아니라 프로구단 단장까지 경험한 관록의 인물이다. 포항과 마찬가지로 성적 못지않게 지역 밀착에 관심이 많은 부산은 에글리 감독과 함께 구단 시스템의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