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 발랄한 한국'을 판다
  • 김세원 (언론인·고려대 초빙교수) ()
  • 승인 2007.04.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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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새 브랜드 '코리아 스파클링' 내놓고 '관광 부흥' 재시동

 
'관광 한국(코리아 스파클링)’ 광고 방송이 버지니아 공대 한국인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하루 만에 중단되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월16일부터 6월 말까지 미국 CNN 방송을 통해 30초짜리 ‘관광 한국’ 광고를 총 68회 방송키로 했으나,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지자 17일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월10일 한국 최초의 관광 브랜드 ‘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rkling)’ 선포식을 가졌다. 201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연간 1천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로 탄생한 독자 브랜드다. 한국관광공사측은 불빛이나 물방울의 반짝거림을 나타내는 스파클링이라는 단어가 ‘반짝반짝하는’ ‘찬란한’이라는 뜻 외에 ‘에너지를 재생시켜주는’ ‘활기찬’ ‘신선한’이라는 느낌도 가지고 있어 한국의 매력을 담아내면서도 외국인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랜드 홍보를 맡은 플래시먼 힐러드에 따르면 샴페인이나 발포성 음료수를 떠올리게 한다는 일부 평가도 있지만, 주한 외교 사절이나 주한 외국인들은 대체로 신선하고 상큼하며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을 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


영국 회사가 제작…1년 반 동안 30억 투입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개발한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가 경제·사회·스포츠 등을 아우르는 국가 브랜드라면 ‘코리아, 스파클링’은 관광 마케팅만을 목표로 개발된 하위 개념이다. 호주·뉴질랜드·영국 등 관광 대국들이 관광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관광 홍보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벤치마킹했다.
‘코리아, 스파클링’은 영국의 브랜드 전문가 사이먼 안홀트의 작품. 브랜딩 작업에는 1년6개월의 기간과 30억원이 투입되었다. 17개국 7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과 한국 관광의 이미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이고 9개국 관광 전문가 및 24개 소비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그룹 조사를 통해 경쟁국들의 사례를 깊이 있게 분석했다. 7백 개의 브랜드 후보를 검토한 끝에 최종 후보작인 ‘Korea, A New Asia Style’을 제치고 ‘코리아, 스파클링’이 선택되었다. 심벌의 형태는 한글 자음의 일부를 모티프로 한복 소매의 곡선과 가야 시대 방패에 새겨진 바람개비 문양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동시에 두 손으로 사각형의 창(窓)을 만드는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가운데 네모진 빈 공간은 열려 있는 창을 통해 세계를 보고 한국을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심벌의 색상은 조선 시대 왕비의 대례복에서 볼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붉은색과 초록색을 차용했다. 한국관광공사는 6월까지 도쿄·베이징·뉴욕·런던 등지에서 한국 관광 브랜드 출시 이벤트를 갖고, 마케팅 예산도 2백25억원으로 대폭 늘려 CNN과 BBC 등 해외 주요 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관광공사가 관광 브랜드를 선포하게 된 것은 날로 나빠지는 관광산업 성적표 때문. 지난해 여행 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85억 달러(약 8조3천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6백15만명, 출국한 한국인은 1천1백60만명에 이르렀다.
영국의 국가 브랜드 전문가인 사이먼 안홀트와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GMI 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Anholt-GMI 국가브랜드지수(NBI)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35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국가총생산(GDP)의 26% 수준으로, 30% 미만인 나라는 전체 조사 대상국 중 한국·이집트·폴란드 3개국밖에 없다. 반면 적극적으로 관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국가 브랜드 가치가 GDP의 1백33%나 된다.
이른바 관광 대국으로 일컬어지는 대다수 나라들은 자국의 관광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관광 홍보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말레이시아이다. 말레이시아는 국가 경제의 핵심 분야인 관광산업이 1990년대부터 침체기로 들어서자 1999년 ‘말레이시아, 진정한 아시아(Malaysia, Truly Asia)’라는 관광 브랜드를 개발해 매년 1천억원에 가까운 광고비를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연간 입국 관광객 숫자는 브랜드 개발 이전의 5백만명에서 2천만명 선으로 4배가 늘어났다. 영국도 금세기 초 구제역과 광우병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관광객 수가 급감하자 정부가 나서 혁신적으로 관광산업 브랜드를 관리하고 ‘영국 방문(Visit Britain)’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관광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2003년 이후 매년 외래 관광객 유치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관광 강국으로 다시 올라섰다. 오랜 관광 수지 적자와 고가의 여행 비용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에 시달리던 일본도 제조국에서 관광 대국으로의 이미지 전환을 위해 2003년 ‘요코소 재팬(Yokoso! Japan)’이라는 관광 브랜드를 개발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홍보 영화에 출연하는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한 이후 2003년에 5백21만명이던 관광객이 2004년에는 6백14만명, 2005년에는 6백73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뉴질랜드는 1990년대 국가 경제의 기반이었던 낙농업이 위기를 맞자 관광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강화시키기로 결정하고 사이먼 안홀트에 의뢰해 ‘100% 퓨어 뉴질랜드’라는 관광 브랜드를 창안해 청정한 자연환경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세계 언론들로부터 성공 사례로 호평받고 세계적 여행 전문 잡지 <론리 플래닛>에 의해 전세계에서 꼭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관광 이미지, 아시아 8개국 중 7위


 
지난해 관광공사가 전세계 성인(18~64세)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관광 이미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8개 관광지의 상대적 매력도에서 한국은 일본·싱가포르·태국·홍콩·중국·말레이시아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인 7위를 차지했다. 지난 5년 동안 해외 방문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 한국은 31개 지역 중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에 이어 14위를 기록해 태국(2위)·중국(3위)·일본(6위) 등 아시아의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낮은 순위를 보였다.
한국 방문 경험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한국 방문 이유는 저렴한 비용과 지리적 근접성인 반면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주·유럽 쪽 응답자는 한국에 대한 지식 부족, 아시아 지역 응답자는 언어 소통의 불편함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한국 관광은 중국·일본 등 주변 국가들에 비해 향후 방문 의도(18.4%) 및 관광 매력도, 추천 의도(35%)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력을 나타냈다. 일단 한국을 방문해본 경험자들은 72%가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도를 보였으며, 특히 중국(91.9%)과 싱가포르(74.1%) 응답자의 재방문 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 뚜렷한 사계절, 맛있는 음식, 외국인에 대한 환대 등 한국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들은 다른 아시아 나라들과 유사해 한국은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와 전반적으로 차별화된 이미지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반면 일본은 현대적인 첨단 기술 보유국, 중국은 전통 문화 강국, 홍콩은 쇼핑 천국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각각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 스파클링’이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마법의 주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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