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점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유근원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5.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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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양복·책공방 등 과감한 틈새 공략으로 성공 일궈

최근 독립 점포주들은 도통 재미가 없다. 장사가 잘 안 되는 데다 투자 대비 이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민 경제의 기상도는 ‘흐림’이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시장 수요도 점점 가라앉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 연 매출 10억원 이상을 올리는 독립 점포들은 여전히 꿋꿋하다. 이들 점포의 주인은 오히려 다른 점포주들보다 쉽게 돈을 버는 듯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면면이 그렇다. 놀랍도록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집요함’이다. 기존 레드 오션 아이템에 약간의 ‘첨삭’을 가하는 모험을 통해 대박의 신화를 써내려간다.

노하우 1. 레드 오션을 블로 오션으로 바꾸다

맞춤 양복 안드레아바냐


 
맞춤 양복 브랜드 ‘안드레아바냐’의 강형주 대표(37)는 레드 오션 업종을 블루 오션으로 바꿔 성공을 일궈냈다. 맞춤 정장이라고 하면 허름한 동네 양복점이나 아주 고급스러운 호텔 양복점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주위에서는 기성복의 공세에 밀려 설 자리까지 위협받는 레드 오션이라며 말렸다. ‘망하려고 작정했느냐’는 소리가 많았다. 강대표는 저가 맞춤 양복이야말로 블루 오션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원하는 신세대 직장인들의 감각을 믿었기 때문이다. 오직 가격을 낮추는 데만 몰두했다. 돈보다는 발품을 팔았다. 서울·대구·전주 등에서 최고급 원단을 대량 구입했다. 기존의 제작 공정을 모조리 바꿔 분업화했다. 기존 맞춤 양복은 한 사람이 모든 공정을 진행했다. 그것이 가격이 높아지는 원인이었다. 공정을 바꾸니 가격을 19만~29만원대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만 남았다. 해외 명품 정장을 구입해 디자인을 연구했다.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재단사의 고집을 꺾기가 더욱 힘들었다. 마침내 4천만원으로 2004년 8월 서울 목동 5.5평 점포에서 첫 출발을 했다. 소비자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개업 첫 달 매출로 1억원을 기록했다. 입소문이 홍보의 전부였다. 넉 달 만에 서울 강남점과 압구정점을 오픈했다. 3년도 안 된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선양 등 해외 지점을 포함해 전국에 프랜차이즈 34개 지점을 열었다. 지난해의 매출은 100억원을 넘었다. 강대표의 성공에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시각이 밑바탕이 되었다. 기존 아이템을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창출하는 ‘작은 첨삭’은 성공의 핵심 포인트이다. 그는 평소 이런 변화의 아이디어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얻어낸다.
그는 취업 전문 기자로 낮에는 기사를 쓰고 저녁에는 고려대 앞에서 퓨전 바를 운영했다. 사업 아이디어는 왕십리 곱창집에서도 떠올랐다. 곱창 맛은 좋은데 식당이 더러웠다. 퓨전 바를 뜯어 모던한 분위기의 곱창집으로 단장했다. 젊은 여성들이 몰려들었다. 곱창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한약재가 들어간 소스도 개발했다. 이것이 그의 첫 대박 작품이었다. 그는 이를 체인점화해 전국에 16군데의 지점을 만들었다.

노하우 2. 돈 버는 기본은 초심과 고생

티셔츠 전문몰 구김스컴퍼니


 
티셔츠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서울 하월곡동의 한 업체는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판매를 시작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올해 50억원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업체의 성공 포인트는 재미와 품질이다. 구김스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이 업체를 이끌고 있는 김진성씨(29)는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 업체를 운영하기 위해 세 번이나 휴학했고 공대에서 경영대로 전공도 바꿨다. 김사장은 “사람들의 구겨진 인상을 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개발한 캐릭터 ‘구김’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재미와 품질을 함께 티셔츠에 담아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의류에 대해 잘 알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만화 캐릭터 작가 지망생이었다. 낙서를 좋아했던 그가 구김이라는 캐릭터 만화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2001년. 하루 20만명이 그의 홈페이지를 찾으면서 인기가 높아지자 이듬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의가 이어졌다. 책을 냈지만 생각만큼 돈을 벌 수 없었던 그는 사업을 생각했다.
2004년 4평짜리 고시원에서 컴퓨터 한 대를 놓고 사업을 시작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받은 벤처자금 5천만원을 자본금으로 삼았다.
캐릭터를 단순히 인쇄한 티셔츠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 김사장은 티셔츠마다 에피소드를 가미했다. 한 티셔츠 뒷면에는 ‘Don’t wake me up! I’m tired’(깨우지 마세요. 피곤하거든요)라는 문구와 캐릭터를 찍었다. 피곤함에 지쳐 책상에 엎드려 자는 사람을 보고 얻은 아이디어였다. 또 다른 티셔츠에는 ‘아침 식사하셨어요?’라는 영어 문구를 써넣었다.
 
이런 티셔츠를 입은 모델의 사진들을 만화처럼 재미있게 구성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던 과거의 경험을 십분 살린 것이다. 마치 짧은 만화를 대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막상 티셔츠를 대량으로 생산해줄 공장을 물색하는 것부터 막막했다. 의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그는 동대문시장을 찾았다. 그는 “퀵서비스 오토바이 한 대가 옷을 가득 든 박스를 싣고 가는데 그 박스에 하월곡동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하월곡동에 가서 공장 수십 곳을 찾아다녔다”라고 말했다. 한 공장으로부터 한번 해보자는 답을 들었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최고급 원단만을 고집했고 박음질과 캐릭터 인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고 다시 제작했다. 지원받은 5천만원 중 남은 2천만원을 티셔츠 제작에 ‘올인’했다.
2005년 첫 티셔츠를 출시했다. 손해만 보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름 한철 2만 장, 약 6천만원어치가 팔렸다.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리자 백화점 쇼핑몰에 들어오라는 제의도 받았다. 현재 김사장은 3개 공장에서 1백20종류의 티셔츠를 만들어 30여 곳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김사장은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재미와 품질을 고집했다. 몇 푼 벌자고 품질을 버렸다면 소비자들이 외면했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노하우 3. 즐거움 주는 이벤트로 새 타킷 찾다

미시 주부가 찾는 가르텐비어 상도점


 
생맥주 전문점 ‘가르텐비어’ 서울 상도점 진현아 점장(29)은 창업 비용의 80%를 대출받아 지난 2005년 10월 매장을 오픈했다. 진점장은 무역회사 중국 지사에서 근무하던 직장인이었다. 처음에는 독립 점포 창업을 생각했다. 하지만 창업박람회와 인터넷 등을 살피면서 생맥주 프랜차이즈 업체인 가르텐비어 맥주점을 열기로 결심했다. 초보자에게는 프랜차이즈가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매장을 네 군데 이상 둘러보고 메뉴와 시스템 등을 참조했다. 가맹점 주인들과 상담도 했다. 임대료와 인테리어 등 창업 비용으로 1억5천만원이 들었다.
진점장의 성공 전략은 낮 시간대에도 테이블을 채우는 것. 이벤트나 파티를 접목해 주부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저녁 시간에는 젊은 층을 공략했다. 매장 내에 파티 용품 등을 비치해 특별한 날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생맥주 및 안주 할인 티켓을 만들어 홍보하는 한편,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와 파티를 기획했다. 낮 시간에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주부들이 여기서 모임을 가지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주부들의 입소문은 대단했다. 낮 시간에 아이들의 생일 잔치까지 열어달라는 주부도 생겼다. 저녁 시간대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젊은 층을 겨냥한 이벤트도 준비했다. 셀프 카메라를 좋아하는 신세대들의 기호에 맞도록 가발이나 간단한 소품들을 매장에 구비했다. 진점장은 “남자들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퍼졌다. 손님이 개인 블로그나 싸이월드 등에 올리면 ‘거기가 어디냐’라며 물어 찾아왔다. 생일이나 특별한 날을 즐기기 위해 먼 곳에서도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한 달 평균 매출은 약 3천만원. 이제는 대출금도 거의 갚았다. 그는 고객을 위해 더 다양한 이벤트를 궁리한다. 즐거움이 있어야 고객이 모인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하우 4. 책 문화 팔아 '점잖게 평생 벌기'

'책 만드는 버스' 책공방 북아트센터


 
“책도 얼마든지 재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책과 친해져야 읽기 효과도 극대화된다. 책을 직접 만들어보는 게 그 첫 단추이다.” 김진섭 책공방 북아트센터 대표(41)의 말이다. 그에게 책은 ‘읽기’ 그 이상이다. 평면적 고정관념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대신 입체적 응용 대상으로 책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른바 ‘책 만드는 즐거움’이다. 유럽식 공방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다. 다소 엉뚱한 발상이지만 반응은 폭발적이다.
김대표의 ‘책 만들기’ 비즈니스는  특히 어린이들의 체험 학습으로 그만이다. 스스로 종이를 만들고, 염색·제책 등을 하면서 책과 한층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만의 새롭고 아름다우며 독창적인 책을 만드는 재미·감동이 쏠쏠하다는 평가이다. 김대표는 “아이들에게 공책(空冊)을 만들게 한 후 한 학기 동안 내용을 채우도록 하면 본인만의 필사본 책이 만들어진다. 이 경우 일석이조 이상의 교육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어른들의 호응도 크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제책 체험과 북아트 스쿨, 책 복원 프로그램 등에 참가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특히 강남권의 열기가 뜨겁다. 어린이 전용의 문화 체험 버스를 운영한 것도 한몫 했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만든 차량 안에 책을 만들기 위한 기자재를 설치하고 학교·학원·도서관·유치원 등 아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자기 손으로 일기장, 이야기책, 생일 파티 앨범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하는 체험 학습을 제공한다. 등사기와 잉크 롤러 등을 이용해 책 표지 디자인에서부터 종이 재질까지 개인 취향에 맞춰 수제 책을 만들어준다. 단체로 움직이기 힘든 유치원·초등학교뿐만 아니라 도서관·지자체·백화점 등 문화센터에서도 인기가 높다.
모든 기자재를 갖춘 공방 버스는 어디든 찾아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재료비만 내면 출장·강사비는 무료이다. 김대표는 “생일 파티를 버스에서의 체험 학습으로 대신하는 부모들도 많이 늘었다. 부모나 자녀 모두 만족스러워한다”라고 말했다. 월 10군데 이상 방문할 만큼 요청이 쇄도한다. 아예 북아트를 배워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교사들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이 사업이 돈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장밋빛이다. 현재 월 매출은 3천만원대이다. 김대표는 “지방의 문화적 소외를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 버스를 더 늘려 프랜차이즈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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