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히니 잘 풀리네” 퓨전 금융상품 ‘쑥쑥’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5.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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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보장+투자 ‘종목 파괴’ 상품들에 고객 몰려

 
'퓨전 금융 상품’이 뜨고 있다. ‘은행=예금’ ‘보험=보장’ 같은 공식이 깨진 지는 오래이다. 이에 따라 은행과 증권·보험·카드사들은 복합 금융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이자를 더 주는 ‘예금+투자’ 복합형 금융 상품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먼저 은행권에서는 금융 시장 지수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지수 연동 예금 가입이 늘고 있다. 문화 등 웰빙 서비스를 보탠 상품들도 이어지고 있다. 고정 이자를 주던 예·적금 틀에서 벗어나 금융·외환 시장 흐름과 부가 서비스 기능을 합치는 추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초 복합 상품 서비스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기획본부 밑에 시너지팀까지 신설했다. 복합 금융 시장에 적극적인 우리은행의 e-champ 시리즈는 대박을 터트렸다. 2005년 3월 초 나온 뒤 2년여 만에 30가지 변종 상품을 쏟아내며 4조5천억원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린 것. 챔프 시리즈 첫 작품은 확정 금리 정기예금과 주가지수 연계 정기예금에 동시 가입하는 복합 예금. 확정 금리 정기예금은 만기 일시 지급식과 월이자 지급식 모두 같은 금리를 적용한다. 주가지수 연계 정기예금은 저축 기간 중 한 번이라도 기준보다 5% 이상 떨어지고 만기 때 기준 지수보다 오르면 상승률에 따라 수익률이 반영된다.
국민은행이 최근 선보인 ‘KB리더스 정기예금 KOSPI 7-7호’도 반응이 좋다.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이 20% 이내일 때는 연 10% 수익에 연 4% 금리까지 보장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주가지수 예금과 정기예금에 들면 연 6% 이자를 주는 ‘지수 플러스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또 적금과 카드를 합쳐 카드 실적에 따라 추가 금리를 얹어주는 ‘부자 되는 적금’도 내놓았다. 신한은행은 최고 수익률 17.5%에다 가입액 범위에서 정기예금에 들면 연 6.2% 이자를 주는 ‘PGA 파생 정기예금 KOSPI 200 상승형 7-3호’를 개발했다.
여성용 복합 상품도 나왔다. 농협의 ‘행복일기’가 그것이다. 결혼·출산 때의 우대 금리 혜택에다 3자녀 및 맞벌이 가구에 연 0.2%포인트까지 이자를 더 준다. 무보증 신용 대출액은 ‘행복일기론’을 확대해 맞벌이 가구는 1억2천만원까지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에 2.05%(최고 0.7%까지 우대)를 더해 빌릴 수 있다. 이 밖에 교통·재해 상해 때 1천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 혜택과 인터넷·텔레뱅킹 등 전자 금융 수수료도 면제받는다. 만 15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으나 대출은 만 25~55세 미만이어야 한다.
증권업계도 복합 상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삼성증권의 ‘삼성 CMA 체크카드’는 직장인들의 재테크 열풍을 일으킨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에다 체크카드 장점을 접목한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상품이 나온 지 두 달 만에 2만여 명이 가입했을 정도이다. CMA는 고객 예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과 기업어음, 양도성 예금증서, 국·공채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 배당형 금융 상품이다. 삼성은 또 보통예금의 편리함과 머니마켓펀드 수익률, 카드 결제 기능까지 더해진 ‘삼성 CMA 체크카드’를 개발해 재미를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명품 컬렉션 펀드’는 투자자들의 자녀 교육, 노후 자금, 주택 자금, 결혼 자금 등 다양한 금융 수요에 맞춰진 상품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은행 연계 증권 통장인 금융네트워크상품(FNA)도 복합 상품이다. 고객이 증권사를 찾지 않아도 가까운 은행에서 계좌를 트면 주식 투자는 물론 은행 부가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금융사들 간의 벽을 허문 퓨전 금융 상품으로 증권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통장 하나로 은행·증권·보험·카드 기능까지 갖추었다. 계열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의 증권 거래 위탁 계좌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본 예금이 증권사 위탁 계좌 역할을 대신해준다. 주식 거래 때마다 은행에서 증권 계좌로 인터넷 송금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 편리한 상품이다. 주식 거래 이익은 은행·카드 실적과 함께 올 플러스 포인트로 쌓인다.

 

신용카드도 서비스 확대 등 복합화 ‘박차’


이런 가운데 지난 4월부터는 고금리 혜택을 더한 ‘슈퍼 FNA 증권 예금’까지 선보였다. FNA처럼 은행과도 증권 거래를 할 수 있는 기능은 살리면서 초단기 상품인 MMDA(수시 입출금식 예금 계좌) 성격을 가미해 최고 연 3%대의 이자를 주는 복합 상품이다.
보험 업계 역시 ‘통합 바람’이 드세다. ‘보장 또는 저축+투자+보험료 조정’이라는 기존 퓨전 방식에다 노후 건강 연금을 추가한 상품까지 나오고 있다. 보험의 두 축인 연금보험(저축)과 종신보험(보장)을 합친 것도 개발되고 있다. 교보생명의 ‘교보 큰 사랑 종신보험’과 ‘교보 큰 사랑 CI보험’이 대표적이다. ‘교보 큰 사랑 CI보험’은 은퇴 뒤 노후 설계와 건강관리를 보험에 결합한 상품이다. CI보험은 암, 뇌졸중, 급성 심근경색증 등 치명적 병이 생겼을 때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저축·투자·보장이 동시에 가능한 변액 보험 또한 인기가 높다. 실적 배당형 보험 상품으로 재테크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자금 사정이 좋을 때는 더 내고 급하게 돈이 필요하면 낸 보험료 안에서 찾아 쓸 수 있는 변액 유니버설보험도 각광받고 있다. 대한생명의 주력 상품인 ‘대한 변액CI(치명적 질병) 보험’은 월 평균 3만여 건 팔린다. 사망 보험금의 일부를 앞당겨 받아 투병 중 필요한 목적에 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생명이 보험 업계 처음으로 선보인 종신보험-연금보험 일체형 상품도 복합형이다. ‘프리미어 재정 설계 플랜 삼성생명 연금보험’은 연금을 바탕으로 하고 종신보험을 특약 형태로 부가한 상품이다. 보험 한 건으로 노후 보장과 가족 보장이 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종신과 연금보험을 따로 들 때보다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사망보험금을 조절할 수 있는 ‘자유 설계형 종신 특약’으로 보험료도 줄일 수 있다. 고객의 인생 주기와 주머니 사정에 따라 사망 보험금을 연간 단위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대한생명의 ‘My Life 플랜보험’은 가입 뒤 2년이 지나면 매년 미래 설계자금으로 80만원을 받는 퓨전형 상품이다. 재해 사망과 장해를 중점 보장하는 상해보험에다 재테크 기능까지 합쳐진 것이다. 미래 설계 자금을 받지 않으면 저축처럼 쌓여(연 복리 4%) 목돈이 된다.
손해보험회사들도 복합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자동차보험부터 종신·자녀 보험과 암, 화재 등 50개의 위험을 한꺼번에 보장해주는 통합 보험이 새 상품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나의 증권으로 보험료 납부를 비롯한 관리가 쉽고 비슷한 위험 보장도 받는 상품에 중복 가입하지 않아도 되어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신용카드 업계도 복합화가 대세다. 은행 정기예금과 마이너스 통장, 카드 기능을 접목한 상품들이 상한가다. 카드 발급, 예금 가입 때 추가 금리 혜택에다 CD 이용료 면제 등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어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안정적 재테크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관련 상품들이 잇따르고 있다.
LG카드는 카드 한 장에 다양한 업체의 멤버십과 부가 기능을 담은 ‘CGV 매니아 LG카드’를 선보여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영화관 CGV 관람료 할인 기능 외에 서점, 아웃백 스테이크·TGIF 등 외식 업체에서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복합 상품이다.
자사 카드에 가입한 사람을 대상으로 이자를 더 주는 퓨전 금융 상품도 유행이다. 신한카드의 ‘F1 카드’는 신한은행에서 1천만원 이상 F1 정기예금에 들면 카드 사용 포인트를 예금 원리금에 합쳐 돌려받을 수 있고 신한은행과 신한증권의 대출 때 금리 할인도 된다.
이같은 퓨전 금융 상품들이 잇따르면서 부작용도 없지 않다. 금융사들의 과당 경쟁, 복잡한 상품 내용, 중복 개발 등이 그것이다. 또 같은 계열사 아니면 복합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금융계의 한 전문가는 “복합 금융 상품들은 시장 개방으로 더욱 급증할 것이다”라며 “금융사와 고객 모두에게 실익이 가는 윈-윈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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