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재능이고 성공 비결이다"
  • 정리- 김진경 프리랜서 기자 ()
  • 승인 2007.05.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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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창업주 김명선씨의 체험기/액세서리 향한 호기심이 ‘큰일’ 이뤄

 
"정말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하는 게 아니야. 나중엔 그 일이 싫어진다.” 영화 <와니와 준하>에 나오는 대사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취미는 취미일 때가 가장 좋다’라면서 일과 연결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대사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만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평소 좋아하던 일을 통해 20대 중반에 나만의 사업을 꾸렸다.
2001년 대학에 입학한 나는 전공인 경영학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았다. 원래 목걸이·귀걸이·반지 등 액세서리를 워낙 좋아하던 나는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남이 만들어놓은 것을 사는 대신 직접 재료를 구해 만들기 시작했다.

 
100만원 들여 인터넷 쇼핑몰 개장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면 무작정 동대문·남대문에 있는 주얼리 액세서리 재료 상가를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3학년 때는 방학을 이용해 주얼리 디자인 스쿨에 다녔고, 작가들이 활동하는 공방에 가서 어깨너머로 그분들의 작업을 배우기도 했다. 물론 모두 순수한 호기심에서였다. 사업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내가 갖고 싶은 액세서리’를 떠올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 둘씩 만들기 시작한 것이 뜻밖에도 친구들의 눈에 띄면서 괜찮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생일 선물로 내가 직접 만든 귀걸이 세트를 달라고 하고, 돈을 줄 테니 목걸이를 만들어 팔면 어떻겠느냐고 졸라대는 친구도 있었다. 남편에게 만들어준 넥타이가 남편 친구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상품화에 성공한 미국의 유명 브랜드 카운테스 마라의 이야기가 떠오를 정도였다.
그렇게 취미로 시작한 일에 점점 나만의 기술이 생기고 남들에게 인정까지 받게 되면서 인터넷 쇼핑몰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돈이 거의 들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대학 4학년이던 2005년 3월, 남들이 도서관에서 토익 책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을 때 나는 인터넷 쇼핑몰(www.maylin.co.kr)을 개장했다. 홈페이지 인테리어, 사업자 등록 등에 들어간 비용이 대략 100만원이었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시작할 때는 큰돈을 못 벌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잘 안 되면 때려치우면 그만’이라고 가볍게 마음먹었다. 그런데 고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마침 핸드 메이드 액세서리가 유행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인터넷 쇼핑몰 사업이 잘되자 욕심이 생겨났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왕이면 큰 시장에서 확실하게 경쟁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목 좋은 곳에 매장을 낼 만한 돈은 없었다.
목마른 자에게 기회는 찾아오는 법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테크노마트에서 패브릭·패션·인테리어 등의 소품을 판매하는 종합 쇼핑몰 코즈니에 입점 신청을 했다. 그리고 뽑혔다.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장에서 작으나마 내가 만든 상품을 팔 수 있는 자리를 얻은 것은 큰 행운이었다. 실력도 경험도 부족하고 흔히 말하는 ‘빽’이나 자금도 없는 내가 당당하게 뽑힌 것이었다. 코즈니측에서는 나만의 독특한 주얼리 액세서리 디자인과 고객들의 반응을 인정한 듯했다.
내가 배정받은 공간이 넓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곳을 채우기 위해서는 상품이 3백~4백 가지 필요했다. 당시 인터넷 쇼핑몰을 1년 이상 하고 있던 때라 필요한 물량의 절반 정도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동안 벌었던 돈을 모두 투자해 나머지 상품을 준비했다.
신이 나서 일을 하다 보니 기회는 계속 찾아왔다. 코엑스에 있는 애니랜드 매장에서도 주얼리 제품 판매를 위해 입점업자를 모집했다. 나는 신청서를 냈고 또다시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다. 뿐만 아니었다. 나의 제품을 눈여겨본 코엑스 내 의류 매장에서 옷에 어울리는 고급 액세서리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이렇게 온·오프 라인 매장들을 경영하면서 지금은 한 달 매출액이 2천만원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로 고객 꽉 잡아


만 스물여섯의 나이에 이 정도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은 대단하게 생각한다. 특별한 사업 수완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도 있고,  액세서리 제작에 남다른 재능을 타고났을 것이라고 좋게 평가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관심 있는 일에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몰두한 평범한 20대이다. 큰 실수 없이 사업을 시작하고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주얼리 액세서리에 대한 ‘애정’ 덕분이다. 놀라운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흔치 않다. ‘관심’이 곧 ‘재능’이다.
경영 마인드도 물론 필요하다. 액세서리 제품의 특성상 애프터서비스가 철저해야 한다. 빠르고 친절한 애프터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반드시 다시 매장을 방문한다. 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방문하던 한 고객은 애프터서비스가 매우 마음에 든다며 내게 우편으로 귀걸이를 선물로 보내준 적도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을 잘 응대하는 것도 필수이다. 고객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추천하고, 기분을 잘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때도 그 점을 가장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품 그 자체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물건만 좋으면 광고를 안 하더라도 고객이 반드시 다시 찾게 되어 있다. 고객들이 찾을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꼼꼼한 시장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무엇이 다른지, 유행하는 디자인은 어떤 것인지를 남들보다 한발 앞서 파악해내고 바로 제작에 들어간다. 시장 조사를 하다 보면 유행을 좇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내다보고 유행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20대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걱정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박’을 노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철저한 준비와 단계적인 과정을 무시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쉽게 좌절한다.
언론에서 가끔 보도되는 20대 창업의 성공 사례를 보고 자신도 시도하기만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성공은 자신만의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충분히 준비한 이들에게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창업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레 겁먹고 꿈을 접지는 말라. 창업에 대해 문의해오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가 ‘할 만한 사업은 이미 남들이 다 시도했을 것 같다’라며 자신 없어한다. 생각해보라. 커피 전문점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커피 전문점은 연일 생겨난다. 거리는 옷 가게로 가득하지만 누군가는 또 옷 가게를 연다.
자신감을 갖추면 바늘구멍도 바다만큼 넓어 보이고, 겁먹고 보면 하늘도 손바닥만 하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열정이 있다면 ‘포화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나는 지금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다시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데 투자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의 규모를 더 늘리고, 오프라인 매장도 몇 군데 더 확보할 생각이다. 나는 두려운 것이 없다. 내가 주얼리 액세서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런 애정과 열정이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나만의 독립 매장을 차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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