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씻고 인생도 '세척'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5.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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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어떻게 벗어나나/단주 모임 가입도 한 방법

 

술로 인한 병은 하나 둘이 아니다. 오장육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정신적으로도 적잖은 문제를 낳는다. 간암·간경화 등도 술과 연관성이 많다. 여성 등 노약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습관성 음주자는 흔히 말하는 ‘술병’에 찌들어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행동이 과격해지고 이성을 잃기도 한다. 더 심하면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알코올 중독은 ‘진행되는 병’으로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이다. 생물학적·심리학적·사회학적 면에서 많은 문제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 기선완씨(오산신경정신병원)의 설명이다.
술 끊은 생활에 익숙하려면 9~15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 단주 생활 첫 15개월 안에 대부분 재발한다. 지속적으로 술을 끊으려면 2~3년 재발 방지 치료 프로그램에 참석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환자가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상태에서 철저한 교육을 통해 깨닫도록 해야 한다. 환자들은 술은 많이 마셔보았지만 알코올이 사람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코올 중독이 어떤 병인지는 잘 모른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을 통해 알코올 중독이 병이라는 것을 환자와 보호자가 알게 되면 걱정, 갈등, 감정적 어려움이 걷히고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또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표와 우선 순위도 생겨 치료가 쉽다.
알코올 중독자는 일단 술과 멀어지도록 해서 해독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술을 끊으면 심한 금단 증상이 생긴다. 알코올 해독에는 입원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다. 술로 인해 내과적 손상을 입을 수도 있어 환자 몸 상태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진단은 기본이다.
중독자들에게는 대부분 영양 결핍증이 따른다. 적절한 영양 공급은 필수이다. 금단 증상을 줄이기 위한 정신과적 치료약도 먹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2~3주 지나면 알코올 해독 치료는 끝난다.
하지만 이후가 더 중요하다. 술을 끊기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뒤따라야 한다. 환자를 정신과적으로 평가한 뒤 치료 계획을 세우고 면담·교육·집단 치료·인지 행동 치료·환경 치료·심리극 등의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환자 스스로 알코올 중독에 대해 잘 알고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심리 재활 치료 또한 필요하다.  퇴원 뒤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이해는 절실하다. 가족들도 환자로부터 고통받고 길들여져서 적절한 치료적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교육이나 가족 치료에 적극 참여할수록 가족과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다.


입원 후 전문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


 
알코올 중독자는 해독이 되고 나면 거의 정상적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주요 정신 질환자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알코올 중독자들은 ‘자신이 정신과 환자가 아니다’고 생각하고 억울하게 끌려왔다고 여기기 쉽다. 알코올 중독자들만을 입원시키는 단독 병동에서 술 중독에 대한 포괄적 프로그램으로 치료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한편 알코올 중독자 치료와 관련해 국내에는 술을 끊는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되어 있다. 단주 친목회(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모임, AA)가 대표적이다. 술 중독자 스스로가 알코올 문제를 풀기 위해 만든 공동체이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계획된 치료 프로그램들을 갖고 있다. 전국적으로 여러 곳에서 모이고 예방·홍보·교육 활동도 펼친다. 다음은 단주 가족 친목회(AL-ANON)가 있다. 알코올 중독자 가족들이 서로 돕고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모임이다. 단주 자녀 친목회(ALATEEN)는 알코올 중독자 자녀들의 모임이다. 이들 모임은 자생 단체로 회원들이 자신의 건강과 가정 화목, 사회봉사 등을 위해 수시로 만남을 갖는다.

알코올 중독 치료 3원칙
① 알코올 환자가 술에 대해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② 술 중독에 관한 지식을 알려준다.
③ 완전한 단주를 위해 자신의 관리력과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알코올 중독 재발 방지 3가지 전략
① 자신이 술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다는 철저한 인식이 필요하다.
② 알코올 중독이 병이라는 사실과 병에서 회복되는 길은 단주뿐임을 알아야 한다.
③ 술을 마시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환자 자신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술을 안 마시고도 감정 조절이 되고 일도 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 밖에도 일반적 방법으로 △좋은 일 찾아 몰두하기 △충동 조절하기 △자극 피하기가 있다.
알코올 중독 재발 모형
단주 상태⇒ 위험 상황⇒ 재발
△부정적 감정 상태-분노, 외로움, 우울증, 불안 초조
△대인 관계에서의 갈등-부부간 갈등
△사회적 압력-술 권하는 동료, 회식
△생리적 측면-배고픔, 불면증, 통증

음주 문화는 바르게, 술병은 멀리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알코올 중독 예방·치료에 앞장

 
건전 음주 문화 보급과 알코올 중독 폐해를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기관이 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사장 김문환)가 그곳이다. 사단법인 대한주류공업협회가 2004년 4월 건전 음주 문화 정착과 알코올 문제 예방, 치료, 재활, 연구를 위해 세운 산하 단체이다. 비영리 재단 법인체로 술과 관련해 하는 일이 많다. 알코올 상담 전문가 양성 교육, 직장인 프로그램 지원·보급도 그런 맥락이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 있는 센터는 주류공업협회 회원사들의 출연금(연간 약 50억원)으로 운영되는데, 술·주정 회사들이 동참하고 있다. 또 알코올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관계 전문가, 종교인, 공직자, 기업인들도 뜻을 같이해 참여 중이다.
센터는 2000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전국 알코올 상담센터 기술지원단 운영 기관으로 위탁받으면서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어 △2001년 부설 기관(서울알코올상담센터) 개소 △2003년 사옥(지상 6층, 지하 2층, 부지 1천8백여 평) 준공 △2004년 카프병원 개원 △2005년 카프 이용센터 및 카프 남성 거주 시설 개소 등 조직 체계를 잡아왔다.
특히 지난해는 카프 여성 거주 시설을 마련해 우리 고유의 술 문화 속에 선진국 모델을 접목시키기 위한 채비도 갖추었다. 연구, 알코올 의존에 대한 해독 및 치료, 직업 재활 과정을 갖춘 원 스톱 서비스 체제를 마련한 것이다. 직원 수는 70여 명. 30여 명의 연구원과 20여 명의 의료진이 주축이다.
센터의 핵심인 카프병원은 알코올 연구를 하고 예방, 치료, 재활을 돕는 알코올 중독자 전문 치료 기관이다. 병원은 원무팀, 진료팀, 몸 사랑방, 마음 사랑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 재활과 연계해 맞춤형 치료를 해주고 있다. ‘내 고객 담당 치료사 제도’는 독특하다. 술을 끊은 단주자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홍보와 더불어 술의 주 소비층인 직장인, 대학생과 잠재적 음주 대상층인 청소년,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또래 집단, 교사, 학부모 등 계층별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이 밖에도 공익 광고, 수기 공모, 음주 관련 연구 보고서 및 매뉴얼 출판, 연극, 콘서트 등 사업도 펼치고 있다. 센터 대표 전화는 031-810-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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