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질 끝낸 ‘불대포’ ‘한국 공습’ 불 붙일까
  • JES 제공 ()
  • 승인 2007.05.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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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입단한 최희섭의 타격 폼-성적 함수 풀이
 

기아로 복귀한 최희섭(28)은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좋은 하드웨어(1백96㎝·1백9㎏)를 갖춘 대형 타자다. 선구안과 타고난 파워는 커다란 장점이다. 하지만 배트 스피드가 느리고 변화구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최희섭은 2002년 9월 빅리그에 데뷔한 이후 매년 타격 폼 수정을 되풀이해왔다. 최희섭의 한국 무대 성공 여부의 화두 역시 타격 폼이다. 타격할 때 몸을 잔뜩 웅크렸다가 세우면서 치는 자세는 변화구에 대한 약점과 하체의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노출했다. 한국인 타자 최초로 메이저리거가 된 최희섭이 2003년부터 지금까지 거쳐온 타격 폼 수정 과정과 메이저리그 성적을 되짚어본다.
2003년 4월 → 2003 시즌(시카고 컵스)
요점:타격 자세 조금 높이고 스탠스 좁혀. 풀타임 첫해, 최희섭은 4월16일 신시내티전에서 시즌 2호 홈런을 친 후 “예전 비디오를 보면서 타격 폼을 약간 수정했다”라고 말했다. “올해 전체적으로 타격 자세를 낮췄는데 다시 약간 올리고 스탠스를 조금 좁혔다”라고 부연 설명. 종전 타격 폼은 1백45㎞ 이하의 공을 공략하는 데 문제없었지만 1백50㎞대 빠른 볼에 적응하는 데는 약간 지장이 있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강속구에 대비한 타격 폼 수정. 이후 3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결과:4월 3경기 연속 홈런 등 5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면서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 대형 타자로 성장하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으나 5월 슬럼프에 빠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에는 뇌진탕 사고를 당했다. 복귀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뇌진탕 사고가 최희섭의 성장을 가로막은 첫 번째 시련.
2004년 3월 → 2004 시즌(플로리다·LA 다저스)
요점:웅크린 자세에서 상체 세워 적극적인 자세. 최희섭은 플로리다로 이적해 빌 로빈슨 타격 코치를 만났다. 로빈슨 코치는 타석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유발했던 최희섭의 웅크린 낮은 타격 자세를 높게 조정했다. 어찌 보면 2003년의 되풀이 과정을 거쳐 최적의 타격 폼을 익힌 순간이었다. 최희섭 또한 상체를 세운 타격 폼이 강해진 타격의 비결이라고 인정했다.
당시 ESPN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피터 개먼스는 “최희섭의 스윙 스피드가 느리고 스윙 폼이 크며 빠른 볼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빌 로빈슨 타격 코치의 교정으로 40홈런을 칠 것”이라고 칭찬했다.
결과:4경기 연속 홈런 등 4월 한 달간 9홈런 타율 2할9푼5리 18타점으로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보였다. 전반기 14홈런, 타율 2할7푼5리, 35타점은 풀타임 2년차치고는 우수한 성적. 그러나 8월1일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되는 두 번째 시련을 겪었다. LA에서 출장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타격 폼 혼란과 부진으로 이어졌다. 31경기에서 타율 1할6푼1리(62타수 10안타) 무홈런.

 
 
2005년 1월→2005 시즌(LA 다저스)
요점:업라이트 자세와 약간의 어퍼 스윙. 1월 경남 남해에서 훈련하며 마이너리그 시절의 ‘큰 키를 이용한 어퍼 스윙’을 재현하기로 했다. 팀 월록 다저스 타격 코치는 “몸을 웅크렸다 펴는 타격 폼으로는 파워를 실을 수 없다. 켄 그리피 주니어처럼 몸을 꼿꼿이 세워 타격하는 업라이트(upright) 자세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때부터 타격시 몸을 웅크렸다 펴는 버릇을 교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월록 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타격시 리듬을 타는 게 중요하다. 스트라이크(?) 자세에서 임팩트 순간 방망이를 약간 뒤쪽으로 빼라”는 작은 수정도 곁들였다.
결과:타격 폼도 문제였지만 좌투수 상대로 출장 기회를 주지 않은 짐 트레이시 감독도 문제였다. 6월 미네소타와의 3연전에서 3연타석 홈런 등 6방의 홈런을 폭발시켰지만 좌투수가 나오면 최희섭은 빠졌다. 1백33경기에서 타율 2할5푼3리, 15홈런, 2루타 15개, 42타점을 기록했다. 2004년 플로리다 전반기 성적과 비슷.
2005년 11월→2006 시즌(보스턴 마이너리그)
요점:타석에 바짝 붙고 오픈 스탠스. 2005년 11월 로스앤젤레스의 레지 스미스 야구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초청해 타격 폼 교정 훈련을 공개했다. 시카고 컵스 시절 은사였던 레온 리와 레지 스미스 전 다저스 타격 코치의 지도로 바깥쪽 공 대비 훈련에 주력했다. 리와 스미스 코치는 홈 플레이트에 붙어서서 바깥쪽 공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고, 타격시 오른 발끝을 유격수 쪽으로 약간 벌리면서 고정해 오픈 스탠스를 취하라고 조언했다.
또 최희섭은 스윙 폼과 함께 귀국 후 하체 강화에 몰두했다. 몸쪽 공 공략을 위해서는 하체의 중심이동이 빠르면서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방출 그리고 부상. 최희섭은 시즌을 앞둔 3월 다저스에서 방출당하는 충격을 받았다. 보스턴으로 이적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케빈 유킬리스와 J.T. 스노에게 밀렸다. 결국 트리플 A에서 시즌을 시작해 66경기에서 타율 2할7리, 8홈런, 27타점을 기록한 후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3월 초 열린 WBC 미국전에서 대타로 나와 승리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린 것이 전부였다.
2006년 9월~11월→2007 시즌(탬파베이)
 
요점:배트 숙이고 다시 웅크리는 자세. 타격 코치인 빅의 조언으로 예전의 스윙으로 돌아갔다. 타격 순간 몸을 숙였다가 치는 습관이 늘 문제로 지적되었다. 빅 코치는 최희섭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를 요구했고, 고교 시절과 흡사한 약간 구부린 상태에서 배트를 어깨쪽으로 늘어뜨린 폼이 나왔다. 미국 진출 후 배트 끝이 하늘을 향하게 하는 타격 자세였다. 최희섭은 훨씬 매끄럽고 빠른 느낌을 주는 스윙이 나왔고 바깥쪽 공을 칠 때 최대한 늦게까지 공을 보며 힘을 실을 수 있다고 자평했다.
결과:시범 경기에서 부진한 채 또다시 마이너리그로 떨어졌다. 그리고 미국 생활을 접고 고향 팀 기아의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 첫발을 내디뎠다. 낯선 한국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 한편 바깥쪽 공과 변화구에 대한 약점도 보완해야 한다. 스프링 캠프에서 다시 상체를 세우는 타격 폼으로 변경했지만 미세하게 웅크리는 버릇은 남아 있다. 배트는 조금 머리 뒤로 눕혔다. 최희섭의 타격 폼 수정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그에 따라 한국 무대 성공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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