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이 된 지구의 신음을 들어봐
  • 김지은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5.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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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재앙 경고하는 제4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세계 우수 다큐 특별전도 열려

 

"엄마, 2012년에 지구가 망한대요." “누가 그래?” “인터넷에서 봤어요. 마야인이 예언한 거래요.” “엄마가 어릴 땐 1984년에 망한다고 했는데, 아직 살아 있어.” “2036년에 망할 수도 있대요.” “그건 또 뭐야?” “9시 뉴스에서 봤어요.”  최근 이런 대화가 아이들을 가진 집에서 실제로 오갔다. 지난 5월10일 전후 인터넷에서는 지구 멸망과 관련한 검색어가 인기 순위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MBC 9시 <뉴스데스크>에 미국 특파원발로 미국의 과학 다큐멘터리를 소개한 것이 계기였다. 30년 뒤 행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미국 과학자들의 전망을 전한 것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 행성과 지구가 충돌할 확률은 4만5천분의 1로 길을 걷다 자동차 사고를 당할 확률과 같다고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뉴스와 별도로 마야인의 예언과 관련한 미국 언론 보도가 새삼 다시 올랐고, 2012년 멸망설이 일파만파로 전해졌다.
행성 충돌설이 아니라도 최근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환경 재앙을 다룬 내용이 방송과 신문 등에 특집으로 보도되었다. 문제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물이라 해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기만 하고 대안을 보여주는 것은 인색하다는 데 있다. 지구 멸망설에 대해 다소 무던해진 어른들은 “또 그 얘기야?”라고 흘려들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은 앞서의 대화에서 보여지듯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종말론’이 고개를 드는 데 힘을 실어주는 것은 단연 지구온난화 등이 불러오는 환경 재앙 시나리오이다. 이런 내용들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영화로 포장되어 나오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영화 한 편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와 논의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파급력이 큰 영화 같은 문화 상품으로 나올 때는 충분한 검증이 따라야 한다. 과학적 검증은 아니더라도 가상 시나리오가 진실인 양 전파될 소지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 기상 이변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 <투모로우>가 한국에서 개봉되었을 때 시사회에 당시 초대된 환경부장관은 “영화가 환경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쓰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환경 문제에 전세계인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환경부 송영근 정책홍보담당관은 “환경 단체나 정부가 지역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고, 온실가스 문제 등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연구와 협력에 애쓰고 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종말론’에 가까운 자극적 내용 유포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환경 문제로 경고하는 것은 좋지만, 위기의 지구를 살리려는 인류의 노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지구 재앙과 관련해 환경 문제에 관심을 촉구하는 영화제가 5월17일 개막했다. 올해로 네 번째 맞는 서울환경영화제이다. 영화제측은 세계 6개 대륙 영화감독 60인이 지구온난화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SOS-우리를 구하는 단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환경영화제에서는 작품들 중 6~9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SOS-우리를 구하는 단편 영화’ 제작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세계적 캠페인의 일환으로 7월7일 7대륙 7개 도시에서 개최될 ‘라이브 어스(Live Earth) 환경 콘서트’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를 위해 2005년에 열렸던 ‘라이브 8’ 등 대형 공연의 프로듀서로 이름난 케빈 월이 주창했으며, ‘기후 보호를 위한 동맹’의 수장이자 전 미국 부통령인 앨 고어가 함께 한다. 참여 감독으로는 롭 라이너, 와킨 피닉스, 아벨 페라라, 조너선 글레이저, 아드먼 애니메이션 등이 있다. 이들의 작품 중 일부가 지난 4월25일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 개막식에서 앨 고어의 사회로 세계 최초로 공개 상영된 데 이어 제4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개막작으로 선보인 것. 이번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 중 <글로벌 포커스 III: 여섯 명의 환경운동가>의 내레이션을 맡은 로버트 레드퍼드는 40여 년간 환경운동을 해왔고, 최근 선댄스 채널 안에 ‘더 그린’이라는 환경 다큐멘터리 등을 방송하는 시간대를 만들었다.
서울환경영화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구전 2007-지구온난화와 기후 재앙’이라는 특별전이다. 일반인들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생활 속의 변화를 꾀할 수 있도록 세계의 우수 다큐멘터리들을 모았다.

 
아카데미 최우수상 받은 <불편한 진실> 등 상영


 
<기후의 위기1-미래에서 온 경고>는 일본의 과학자들이 슈퍼 컴퓨터를 사용해 향후 100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기후 재앙을 예측했다. 그 결과 기온이 4.2℃가량 오르면서 더욱 빈번해질 대규모 태풍과 허리케인으로 도시가 초토화되는 모습을 시뮬레이션으로 실감나게 보여준다. <기후의 위기2-파괴의 시작>은 사막이 아프리카에서 남유럽까지 펼쳐지고, 열대성 전염병이 온대 지역마저 휩쓸 것이라는 우려를 담았다.
<온난화의 대재앙>은 4개 대륙, 8개 국가에서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온난화의 징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글로벌 디밍:어두워지는 지구>는 지구로 유입되는 햇빛의 양이 대폭 줄어들어 지구가 어두워지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기후의 아킬레스건, 멕시코 만류와 다음 빙하 시대>는 센 강과 에펠 탑이 얼어붙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단순한 상상인가, 미래의 현실인가?”라고 묻는다. 이 영화는 지구온난화가 고온·고염분 해류인 멕시코 만류의 흐름을 멈추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이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온난했던 유럽의 기후를 급격히 냉각시켜 유럽에 빙하 시대를 불러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던 앨 고어 주연의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수상작 <불편한 진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생활 속의 수칙들을 알아보는 어린이 영화 <환경 챔피언 미첼의 지구 식히기 대작전>, 뮤직 비디오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무절제한 자원 낭비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숨에 사라지는 것들> 등 지구온난화를 말하는 다양한 환경 영화들을 상영한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서울환경영화제 홍보팀 송원규 간사는 “환경 문제에 대한 논의의 확산과 대안 마련 촉구를 기하는 자리”라고 서울영화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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