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에 '역주행'은 없다
  • 김철상 (주식 투자 전문가) ()
  • 승인 2007.05.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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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너무 가파르게 오르지 않느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의외의 상승을 보여 사상 최고 기록을 23번이나 경신했다. 지수는 1600포인트 선을 넘어 1700을 향하는 중이다.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와 함께 지수가 300포인트 선을 깨고 내려갔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아직도 주가 상승이 낯설고 편안하지 않게 느껴지는 듯하다.
지난 2003년, 우리나라 주가지수와 미국·영국의 주가지수를 비교해본 적이 있다. 1980년대 초 두 나라의 주가지수 모습과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의 전개 과정이 아주 흡사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영국은 1976년을 전후해 경제 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받았고, 미국 역시 이란에 호메이니가 집권할 당시 경제 위기를 겪었다.
이 기간 다우지수나 영국의 FTSE지수는 1000포인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려 15년 넘게 1000을 고점으로 한 등락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가 위기가 발생한 7년 뒤에 1000선을 돌파하고 그 이후 무려 17년에 걸쳐 다우지수는 11700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종합지수는 6000을 넘어서기까지 대세 상승을 계속했다. 이런 점에서 2003년 당시 주가의 모습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환경도 그때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도 1000을 넘어 10000을 향한 대세 상승의 과정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때부터 대세 상승을 주장하며 끊임없이 주식을 매수해 보유하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주가지수가 장기 상승과 함께 1000선에 도달한 뒤 경제 성장의 정체가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위기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경제·사회의 성장 구조가 완전히 붕괴된 후 힘든 구조 조정을 거쳐 새로운 구조로 탈바꿈한 것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1960~1980년대의 고도 성장의 틀이 한계에 부닥쳐 1990년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과거의 성장 구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성장의 틀이 갖춰지면서 안정적인 성장과 주가 상승의 분위기가 무르익게 된 것이다. 따라서 20년 전 미국·영국의 경제적 여건과 함께 주가 상승이 이루어진 흐름과 현재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 흡사하다.
단적으로 1990년대 4백%의 부채비율로 몸집 경쟁을 하던 기업들은 1천원 판매에 20원도 벌지 못하는 수익성 나쁜 사업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채비율이 1백% 이하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익성도 1천원 판매에 50원 이상의 이익을 올리는 알찬 모습으로 바뀌었다.

 

 

자장면 값이 1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나


과거에 비해 최고가를 경신하며 오르는 주가는 이러한 기업의 변모 과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1000을 넘어선 주가는 향후 2000을 넘든 5000을 넘든 결코 과도한 상승이 아니다. 하나의 과정이 될 뿐이다.
이런 경제적 또는 역사적 경험 법칙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17년간 1000선을 천장으로 하여 등락하는 과정에서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의 아픈 기억은 일반투자자들로 하여금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갖기에 충분했다. 투자자들은 아직도 그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가는 이제 1600을 넘어섰지만 결코 상승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급히 오르면 이를 늦추는 조정을 동반하겠지만, 향후 2000을 넘어 3000→7000→10000을 향한 여정을 보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22년의 시차를 두고 미국과 영국의 증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라면 값이나 자장면 값을 10년 전 또는 20년 전의 가격으로 되돌릴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을 반영하는 주가지수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이해해야 투자의 첫걸음을 올바로 내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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