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보험 팔아 미래 보장 받자"
  • 노진섭(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0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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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종신보험 등 판매에 승부 걸어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사랑합니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보험 영업소의 아침은 구호로 시작된다. 자사의 보장성 보험 판매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보험설계사 박 아무개씨(38)는 “가정의 울타리 구실을 해줄 보장성 보험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최근 ‘가족 사랑’을 강조한 교육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개그맨 신동엽과 가수 윤도현 사진이 붙은 대형 버스 4대가 전국을 누볐다. 한 달간 제주도에서부터 서울까지 전국 76개 지점을 찾아다니며 보장 자산을 확인해주는 삼성생명의 현장 투어 마케팅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특정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이벤트 마케팅을 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한 보험사 간 경쟁 레이스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보장성 보험 상품을 중심으로 한 보험업계의 영업 경쟁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고객들이 보장성 보험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비롯된 것이다. 자연히 순수 보장성 보험 상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고 상품을 팔기 위한 보험사들의 총공세가 펼쳐지는 모습이다.
보험사들은 영업 점포와 설계사 수도 늘려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체 영업 점포 수는 1만4천2백9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개가 줄었지만 삼성생명은 2천5백14개에서 2천5백75개로, 대한생명도 1천8백 개에서 2천8개로 오히려 늘렸다. 설계사 수도 13만여 명으로 1만여 명이 늘었다.
시장 싸움이 가열되면서 특허까지 내며 보험 상품을 특화시키려는 보험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부가 서비스와 각종 재테크 정보 제공 등을 통해 기존 고객 붙잡기에도 안간힘이다. 광고·홍보, 이벤트 개최 등 마케팅전과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영업점 늘리기, 영업 조직 확충 경쟁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말 보험 가입 계약을 한 회사원 민 아무개씨(41)는 저축성 상품과 보장성 상품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보장성 보험을 택했다.
민씨처럼 수익성보다 보장 내용을 보고 보험 상품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가 지난해 전국 2천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보험 가입 때 보장 내용을 고려한다’는 사람이 74.3%로 2003년(68.5%)보다 5.8%포인트 늘었다.


 
‘가족’ 강조한 보장성 상품 봇물

보험사 중 영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생명이다. 60조원대인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30%를 차지해 업계 으뜸 자리를 지키며 시장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보장 자산’ 캠페인을 벌이면서 보장성 보험 바람을 일으켰다. 피보험자가 숨진 뒤 유족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종신보험과 건강·CI(치명적 질병) 보험 등 일곱 종류의 보장성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보장 자산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주는 ‘보장 진단 시스템’에 대한 특허까지 등록했다. 이 회사는 1분기 ‘보장 자산 바로 알기’ 캠페인에 이어 2분기 들어 ‘내 보장 자산 확인하고 늘리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교보생명도 예외가 아니다. 가족을 강조하는 마케팅 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보험 가입자 유족들과 자신의 노후에 대비해준다는 뜻에서 종신·연금 보험을 합친 상품을 개발했다. ‘교보 큰사랑 종신보험’ 등 여덟 종류의 보장성 보험 상품들로 고객 사냥에 나섰다.
한화그룹 계열의 대한생명은 ‘은퇴 자산’ 캠페인으로 삼성과 교보에 맞불을 놓았다. 돈뿐만 아니라 건강·시간 등 생활 전반을 준비하려는 수요층을 노려 연금보험에 무게를 둔 것이다. 얼마 전 선보인 ‘위풍당당 100세 연금보험’ 등 전용 상품을 팔면서 5백만 계약자의 16% 선인 연금보험 가입자 수를 올해 말까지 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계 2위 그룹인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은 삼성생명의 영업 전략에 맞대응하고 있지만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3분기 중 7조9천6백49억원의 수입 보험료 실적을 올린 대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성장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5% 떨어진 삼성과 대조를 이루었다. 변액 보험 등 저축성 보험의 약진이 가져온 성과다. 그러나 보장성 보험에 중점을 두면서 삼성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교보도 꽤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이다. 보장성 보험을 주력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ING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이 3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까닭이다.
외국계 보험사들도 공격적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10개 외국계(합작사 포함) 생명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5.8%에서 올해 1월 말 20%로 급상승했다. ING생명은 교보생명을 따돌려 업계 3위에 오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도 공격적 영업에 ‘박차’
여기에 PCA생명도 도전장을 던졌다. 빌 라일 PCA생명 사장은 지난달 “2010년까지 외국계 1위를 달성하겠다. 영업 조직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혁신적 신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PCA생명은 2002년 한국 시장 진출 이래 지난해까지 연평균 1백14%의 고속 성장을 꾀해왔다.
ING생명에 외국계 보험 시장 1위 자리를 내어준 알리안츠생명은 보장성 보험 판매 강화와 설계사 조직 충원을 통해 2009년 외국계 왕좌를 되찾을 방침이다. AIG생명의 성장세도 만만찮다. 2000년 0.1%에 그쳤던 시장점유율이 1월 말 3.2%로 커졌다.
보험 영업 전쟁이 뜨거워지면서 설계사 스카우트 바람이 불고 있다. 설계사 품귀 현상을 빚어 ‘능력 있는’ 사람 끌어들이기에 힘쓰는 분위기이다. 변액 보험은 이윤만 높으면 팔렸지만 보장성 보험은 고객 실정에 맞는 설계가 필요해 ‘능력 있는’ 영업 요원 몸값이 오르고 있다.
문제는 설계사들의 이직이 잦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보장성 보험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보험사마다 영업 조직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 보장성 보험인 종신보험 계약자 10명 중 7명은 종신보험 가입 뒤 10년 안에 보험을 해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보험사를 바꾼 설계사들의 ‘보험 갈아타기’ 유도가 주요인으로 분석되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종신보험 도입 초기인 1996년 계약된 종신보험 중 29.2%만이 계약 10년차인 지난해 말까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이탈이 늘자 보험사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병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주요 병원의 보험금 접수 창구를 통해 보험 상담은 물론 보험금 청구에서부터 수령까지 일괄 처리해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국립암센터·아주대병원·길병원·충남대병원·전북대병원·부산대병원·동아대병원 등 8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말기 암 환자의 고통과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숨지기 1년 전에 보험금을 주는 선지급 서비스 특약을 9개 상품으로 늘렸다.
대한생명도 무료 검진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전국 6대 도시, 7개 종합건강진단센터에서 심전도·폐 기능·골밀도·초음파 검사 등 93개 항목에 걸쳐 검사해주고 있다.
교보생명은 종신보험과 CI보험 가입 고객에게 종합 건강관리 서비스인 ‘헬스 케어 서비스’를, 실버보험 가입 고객에게는 장기간 병 진단·치료를 돕는 ‘실버 케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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