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동탄 집값 부치잴 한다"
  • 화성·노진섭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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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예정지 현장 르포 /아파트 가격, 큰 변화 없어...원주민들, 기대 반 한숨 반

 
경부고속도로에서 기흥인터체인지를 통해 빠져나와 23번 국도를 따라 동탄면 영천리 방향으로 향하면 여러 물류 창고와 중소기업 공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또 20여 분 달려 리베라CC로 들어설 때까지 한가한 농촌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은 물론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신도시 개발 지역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한적하다.
지난 6월1일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된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일대는 이렇게 겉으로는 조용하게 보이지만 같은 원주민이라도 신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5대째 동탄면에 살고 있는 김 아무개씨(64). 지난 6월4일 오후 동탄면 청계리 경부고속도로변에서 고추밭 일을 하던 김씨는 일손을 멈추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최근 동탄 2지구 신도시를 개발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일할 의욕을 느끼지 못한 때문이다. 그는 “소작하며 겨우 먹고살면서 자식 뒷바라지를 해왔는데 이제는 그나마 농사도 못 짓게 되었다. 돈 있는 사람이 개발된 도시에 와서 사는 것은 좋다. 다만 이 땅에서 농사지으며 살아온 원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상 몇 푼 받아 타지로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정부가 없는 사람들, 특히 농민들에게 이러면 안 된다”라며 가슴을 쳤다. 김씨와 같은 현지 소작 농민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반면 과거보다 비싼 가격에 보상받을 수 있게 된 땅주인들은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9대째 자작농을 가업으로 삼고 있는 한 주민은 “우리는 신도시 개발 잘 모른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 지역 식당들은 신도시 개발로 장사가 잘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한 식당 주인은 “지금은 인근 공장과 물류창고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주민들이 늘어나면 장사가 잘되지 않겠느냐”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보상이 이루어질 경우 현지인에게는 현금 보상이 원칙이다. 단 본인이 원하면 동탄 2지구 신도시 내 택지나 상업용지로 보상받을 수도 있다. 반면 부재 지주는 1억원까지 현금 보상이 이루어진다.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채권으로만 보상받을 수 있다.
이 지역 부동산이 들썩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집값은 동탄 2지구 신도시 개발 발표 이전과 이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말이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집값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 있는 유일한 아파트 단지인 성원상떼빌. 26평형 4백70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3년 전 분양할 때 평당 가격이 4백만원이었지만 지금은 8백만원을 호가한다. 이 가격은 지난 몇 개월 사이에 이미 형성된 가격이지 동탄 2지구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 때문에 오른 가격은 아니다. 원주민이 아닌 외지 사람들, 부동산, 언론 등이 오히려 집값을 부풀리는 데 일조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땅값도 이미 올라 있는 상태이다. 경부고속도로 오산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84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신도시 예정지로 확정된 중리 지역이 나온다. 이 지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동탄면 일대의 땅값은 이미 신도시 소문이 나돌던 지난해 가을부터 올랐다. 지난해 도로에서 떨어진 전답의 경우 평당 80만원이었지만 이제는 1백20만원을 넘는다. 또 공장 부지의 경우는 이미 평당 3백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동탄 2지구 신도시 개발 발표 이후 동탄 1지구 신도시의 집값은 크게 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며칠 새 3천만원이 올랐다고 하지만 매물이 없어 실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재 35평 아파트가 5억원대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실수요자인 만큼 큰 폭의 집값 상승보다 동탄 2지구 신도시로 이사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동탄 1지구 신도시에 사는 김 아무개 주부는 “지금 당장은 양도세 등으로 어렵겠지만 동탄 2지구 신도시가 분양되는 3년 뒤 동탄 2지구 신도시 아파트로 평수를 넓혀 가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용인 지역이 오히려 들썩
투기 바람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변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동탄면 산척리. 투기꾼들이 이미 이 지역을 휩쓴 흔적이 나타났다. 마을 초입부터 단층짜리 건물로 지은 점포 50여 개가 줄지어 있다. 그러나 영업을 하는 곳은 3~4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문이 잠겨 있다. 딱지(상가 분양권)나 건물 보상을 노려 2~3개월 전부터 들어선 ‘유령 점포’들이다. 화분 몇 개가 있는 꽃집에서 썰렁한 스키 대여점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점포는 텅 빈 채로 먼지만 수북이 쌓여 있다. 건물주나 유령 점포를 임대한 사람 모두 개발 계획이 발표되기 이전에 한 행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신도시 로또’가 될 것이라는 것이 현지인들의 말이다. 한 주민은 “외지 사람들이 지난해부터 동탄면 땅을 사고 가건물을 지었다. 스키장도 없는 곳에 스키 대여점이 될 법한 말이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이 단속의 칼을 뽑아들었다. 한상률 국세청 차장은 “동탄면 송리와 산척리 등지에서 신규 사업자 등록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실제로 사업에 종사하는지 6월4일부터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1일 이후 이 지역에 신청된 사업자 등록 건수는 총 2백50여 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사업자 등록이 99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에도 부동산 투기 조짐이 보였다. 용인시 남사면. 화성 동탄면과 달리 이 지역 부동산 중개소마다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했다. 부동산 중개소 앞 주차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앞으로 적어도 20~30%는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매물은 없지만 나오는 대로 사려면 지금 당장 계약금을 걸어놔야 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매물도 보지 않고 무조건 산다는 이른바 ‘묻지 마 투자’이다. 이 외에도 부동산 투기꾼들 사이에서는 원주민 소유의 주택을 매매할 때 보상금과 입주권 모두를 매매 대상으로 하는 경우를 ‘통물건’, 보상금은 투기 세력이 갖고 입주권만 매매하면 ‘껍데기’라는 은어가 나돌고 있다. ‘돌려치기’는 분양권 매매 의뢰를 받은 중개업자가 투기꾼들과 사고 팔기를 반복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수법이며, 이렇게 해서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분양권을 실수요자에게 파는 것은 ‘막차 태워 시집보내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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