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말린 살구 천식 환자 잡을라
  • 유근원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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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건과일 제품에서 이산화황 다량 검출 되어 '비상'

 

웰빙 먹을거리의 하나로 알려져 술 안주뿐 아니라 아이들 간식으로도 인기를 끄는 말린 과일 제품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유통되는 일부 말린 과일 제품에서 천식 환자에게 치명적인 이산화황(SO²)이 다량 검출되어 안전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지난 6월7일 시중에서 판매되는 15개 건과일 제품에서 표백 및 보조제로 쓰이는 이산화황이 기준치보다 최고 10배 많게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시내 대형 백화점·마트·시장 등에서 판매되는 말린 과일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검사한 품목은 태국에서 수입한 건파파야·건파인애플, 미국산 건포도, 필리핀산 건바나나칩, 터키산 건살구와 원산지를 알 수 없는 건토마토·건망고·건자두 등이다.
검사 의뢰를 맡은 한국기능식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총 15개의 건과일 제품 중 14개 제품에서 이산화황이 검출되었다. 중국에서 수입한 말린 망고 과일에서는 들어가면 안 되는 타르 색소(황색4호)까지 검출되어 충격을 주었다. 건파파야·건토마토·건살구 등에서는 이산화황이 일반 기준치보다 최고 10배 이상 검출되었다. 건파파야와 건토마토는 각각 남대문시장과 광장시장에서, 건살구는 시내 대형 백화점 본점에서 구입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우리가 위탁 판매한 것은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말린 건조 과실류이다. 이번 조사에서 이산화황은 3백31ppm이 나온 것으로 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식품첨가물 공전 기준치인 2천ppm을 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좀더 정확한 조사를 위해 제품 전량을 회수했다”라고 밝혔다.
제품에 식품 세부 기준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 백화점에 건살구를 납품해온 업체 관계자는 “건살구는 농산물이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라고 전했다.
권용관 식약청 식품첨가물팀 연구사는 “건살구는 건조 과정을 거친 가공 식품이다.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 세부 기준을 표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건조 과실류 이산화황 기준치 터무니없이 높아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이산화황은 예로부터 방부제로 쓰였다. 식품첨가물 가운데 하나로 식품의 보존 과정에서 누렇게 변하는 갈변 현상, 착색 등의 변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항균·표백·항산화 기능 등 다목적으로 식품에 주로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산화황을 제품에 처리하는 방법은 아황산가스로 과일을 일정 시간 훈증하는 것이다. 아황산가스 처리는 표면 세포 파괴를 도와 건조가 잘되게 한다. 말린 과일 외에 설탕, 식초, 엿 제조에도 이산화황을 첨가한다. 하지만 특유의 독성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함량을 규제하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극소량만 쓰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이산화황의 1인당 하루 섭취 허용량은 0.7ppm BW(Body Weight)이다. 식약청이 내놓은 현행 이산화황 함량 기준 규격에 따르면 당절임류 제품은 이산화황이 30ppm 미만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독 건조 과실류만 식품 첨가물 공전에 2천ppm 미만으로 규정되어 있다.
김소라 소시모 연구원은 “대부분의 당절임류 제품들에서는 이산화황이 허용 기준인 30ppm 미만으로 검출되었다. 또 이산화황 성분 표시도 있었다. 하지만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당절임류인 건파파야 제품에서는 허용 기준을 초과한 47.5ppm의 이산화황이 검출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조사한 대다수 제품에 식품 세부 기준 표시가 없었다. 특히 재래 시장에서 판매하는 건과일 제품들은 모두 수입 및 판매원 표시가 없었고, 원산지마저 표시되지 않은 제품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소시모는 “이산화황의 과도한 사용을 막기 위해 과채 가공품류에도 이산화황 규격을 마련해야 한다. 식약청에도 이같은 요청을 공문으로 보냈다”라고 밝혔다.


 
“일반인도 간·신장·뇌신경 쪽 질환 위험”
당절임류와 건조 과실류의 이산화황 기준이 현격하게 차이 나는 이유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건조 과실류는 우리나라 식품 공전에 없던 유형의 제품이었다. 건조 과실류가 수입되면서 외국 기준을 참조했다. 건조 과일은 갈변 현상 때문에 부득이 이산화황을 써야 한다. 다만 현재 건조 과실류에 적용되어 있는 기준치 2천ppm을 하향 조정하면 무역 분쟁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기준치를 조정하기보다는 판매자에게 적절한 지적을 하고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하는 것에 치중하겠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김민혜 주부(32)는 “아이에게 천식이 있어 민간 요법으로 살구씨를 갈아 먹였다. 가끔 말린 살구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간식으로 자주 사 먹였다. 판매자나 제품 표시 어디에서도 천식 환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고받지 못했다. 그동안 독을 약으로 알고 먹인 꼴이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남석우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이산화황을 섭취하면 천식 환자에게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에게도 다량의 이산화황은 간·신장·피부·뇌신경 쪽 질환을 유발한다. 이는 독성 실험으로 이미 검증되었다. 특히 천식처럼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이산화황을 섭취하면 면역 체계에 민감성이 증가된다. 과민 반응으로 발진이나 재채기가 날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 호흡 곤란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문은숙 소시모 기획처장은 “대다수 건과일은 수입 제품이다. 일부 제조업자들은 제품의 외형을 신선하게 유지하고 유통 기한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준치 이상의 이산화황을 쓴다. 이산화황을 많이 넣으면 미생물학적 오염은 줄어들지만 이산화황 자체가 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건과류나 무말랭이, 죽순, 연근, 도라지 등을 구입할 때 색깔이 지나치게 선명할 경우 이산화황 등의 표백제를 과다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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