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한국 ‘전진 기지’ 열린다
  • 최만수 프리랜서 기자 ()
  • 승인 2007.07.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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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외국 병원 유치 박차…‘동아시아 메디컬 허브’ 목표

 
국내외 첨단 의료 시설들이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모여들고 있다. 바이오 산업 시설과 외국 병원들이 들어서는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세계 경쟁력을 갖춘 동아시아 바이오 메디컬 허브로 떠오를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아시아권의 의료 허브로 인정받는 싱가포르를 뛰어넘고 미국, 유럽의 의료 서비스 시스템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단순히 의료 시설 차원이 아니라 연구·교육·개발 센터 등 첨단 의료 R&D(연구 개발) 사업까지를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 바이오 메디컬 허브 구축 사업을 선도 산업 창출을 위한 투자 유치 모델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2005년 1월 기획 과정 설명회와 4월의 관련 전문가 초청 설명회를 열었다. 이듬해 2월에는 서울대, 경희대,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유수 기관들이 참여해 세부 계획을 짰다. 이 시나리오에 따라 의료 서비스, 신약 개발, 의료 기기, 유전체 및 재생 의학 분야의 특화된 센터를 통해 의료 관광, 맞춤 신약, 이식 의학 클러스터(산·학·연 통합 정보망)가 구축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과학자 및 전문가들의 7개 연구센터를 만든다. 또 유치된 스타 과학자·학교·연구소·기업 등을 활용해 투자를 끌어들이고 동아시아 바이오 메디컬 거점도 구축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관계자는 “스타 과학자를 영입하고 국내 의학 시설도 유치해 외국 기업들을 더 많이 끌어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열린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의료 산업과 관련된 각종 협약식 및 강연 등도 이곳의 높은 인기를 말해준다. 지난해 12월27일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서울대·가천의대와 협약을 맺었다. 서울대는 유전체 분야 앵커 연구소인 동아시아 유전체센터를,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는 첨단 의료 기기 분야 앵커 연구소인 뇌과학센터를 세우고 관련 연구소 및 기업 유치에도 힘을 모을 예정이다. 올해 들어서는 1월4일 가톨릭대 중앙의료원·고려대 생명공학연구소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고려대는 나노 바이오 융합 기술센터와 첨단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가톨릭대는 맞춤 의학을 적용하는 재생의학센터와 첨단 유전체 이식 의학 클러스터를 갖추게 된다. 이어 1월10일 서울대병원이 동아시아 웰빙센터의 맞춤건강 진단센터를, 연세대 생명과학기술연구원이 신약개발센터와 맞춤신약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협약을 맺었다. 같은 달 18일에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과도 협약식을 가졌다. 경희대는 동서통합의학센터를 두어 적극 협력키로 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관계자는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동서통합암센터를 중심으로 임상 센터를 짓고 중국 암 환자 유치를 위해 의료 관광화 작업에도 앞장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유수 대학들의 바이오 메디컬 시설들이 송도국제도시로 몰려들면서 이들과 연계된 국내외 산업 및 연구 기관들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18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행사가 좋은 사례다. 이날 인천 바이오 메디컬 허브 구축을 위한 스타 과학자 초청 심포지엄이 열렸다. 첨단 의료 복합 단지 유치 차원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업무 협약을 맺은 스타 기관 및 과학자들이 모여 인천 바이오 메디컬 허브 미래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BT·IT 융합해 새 HT 만들겠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 구조 유전체학의 최고 권위자인 미국 UC 버클리 대학 김성호 교수, 생체 고분자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유타 대학 김성완 교수, 2004년 단성 생식으로 생쥐를 탄생시켜 세계 과학계로부터 주목되었던 서울대 서정선 교수 등 의료·바이오 분야 스타 과학자와 업무 협약식도 맺었다. 심포지엄은 주제 발표와 3개의 특별 강연으로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 정기택 경희대 의료산업연구원장은 ‘첨단의료 복합단지 유치를 위한 인천경제자유구역 노력’에 대해 발표했다. 조장희 가천의대 박사는 ‘첨단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김성호 버클리대 교수가 ‘신약 개발 산업의 미래’에 대해, 서울대 서정선 교수가 ‘동아시아 바이오 메디컬 허브 전략’에 대해 특별 강연을 했다. 이날 행사는 인천 송도에 관심 많은 의료계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 꽤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측은 “인천 바이오 메디컬 허브는 국내 유수 기관과 연구소에 이어 세계 최고의 외국 기업과 연구소를 끌어들여 수요 지향적 첨단 의료 연구 개발 허브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BT·IT 등이 융합된 새 ‘HT’(건강관리 기술)를 만들어냄으로써 글로벌 의료 수요를 선점해 동아시아의 바이오 메디컬 거점으로 제 몫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오송, 대전, 원주, 제주 등 10여 곳과 첨단의료 복합단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국책 사업을 끌어들이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 국내 최대 의료 허브 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의료 정책을 글로벌화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어 외국 투자자와의 연계에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지리적 접근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공항과 항만을 두고 있어 국내외 관련 업계 전문가들과의 접촉이 편한 것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의료 발전의 제도적·법적 유연성을 갖고 있으며 외국 병원과의 연계도 원활히 할 수 있다. 수도권에 위치해 고급 연구 인력 확보에도 유리한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주변 경쟁국들의 의료 산업 선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세워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이같은 시설과 인력 확보는 ‘큰 무기’가 된다는 견해이다.

국내 최초 외국 병 원, 문 열기 힘드네

이르면 2009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외국 병원이 문을 열 것 같다. 국내에 외국 병원이 생기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NYP(New York Presbyterian)가 6백 병상 규모로 1공구에 2만5천 평에 달하는 외국 병원을 세울 예정이다. NYP 병원은 컬럼비아 대학과 코넬 대학 의대의 공식 제휴 병원이다. 한국 파트너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선정되었다. 송도국제도시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머무르고 외국 투자자들도 의료 시설을 최우선 조건으로 여기고 있어 외국 병원 설립의 필요성이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정부와 외국 병원 간 견해차 때문이다. 우선 대상 협상 기간이 지난해 10월에 끝난 데다 협상마저 지지부진하다. NYP가 최종 사업 계획서를 내고 재정경제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제대로 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의사협회는 “외국 의료 기관에 대해 국내 전문의 자격을 딸 수 있는 수련 병원으로 인정하는 제9조 1항은 국내 전문의 체계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것으로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올가을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의료 기관에 대한 특별법’이 어떻게 입법되느냐에 따라 외국 병원 설립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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