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골프카 '버디' 잡을까
  • 노진섭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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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업체들, 시장점유율 높이며 일본 아성에 도전장

 
골프장에서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는 전기 골프카. 일본과 미국 제품 등 외국 제품 일색인 국내 골프카 시장에 국산 골프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조 업체들은 올해를 원년으로 삼아 국내 골프카 시장에서 일본 제품을 따돌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오랜 노하우와 기술이 축적된 일본 제품을 앞지르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야마하·산요 등 일본 골프카가 국내 골프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2005년까지 9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등 높은 경쟁력을 과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은 2백50여 곳. 한 골프장당 평균 60대로 계산하면 전국 골프장에 1만5천여 대의 골프카가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 중 1만3천 대 이상이 일본 제품이다.

 
“올해 골프카 수요 50% 이상 점유가 목표”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현대자동차가 국산 골프카를 생산했지만 가격과 품질 면에서 일본 제품에 뒤지는 등 경쟁력이 없고 수익이 나지 않아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한동안 국산 골프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새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6년 판매된 골프카는 3천4백여 대. 이 중 일본 제품이 75%를 차지했다. 전년도 90%에서 15%포인트나 줄었다. 미국 골프카도 10%에서 9%로 떨어졌다. 16%를 차지한 국산 골프카의 약진 때문이었다. 이 여세를 몰아 국산 골프카 제조 업체들은 올해 골프카 수요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내년에는 60%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산 골프카 선두 업체인 CT&T(씨티앤티)의 경우 2006년 5개 골프장에 5백20여 대의 골프카를 팔았다. 올 상반기에만 이미 1천2백 대를 팔았고 하반기에 8백여 대 판매를 목표로 20여 곳의 골프장과 추가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박장혁 차장은 “이 추세라면 올해 국내 골프카 수요인 4천여 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내년에는 60~7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길도 열었다. 씨티앤티는 최근 필리핀과 중국에 대해 국산 골프카 수출 계약을 마쳤다. 이 회사는 특히 골프카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기 자동차 시장을 개척해 나갈 목표를 세웠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아틀라스 그룹과 전기 자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연 1만 대 규모의 전기 자동차 생산 합작 공장을 건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아예 일본 골프카 시장을 겨냥해 포문을 연 업체도 있다. 신성골프카는 4년 전부터 일본 수출을 모색해오다 2006년 3백 대를 일본 땅에 들여보냈다. 이 회사 박명신 사장은 “일본의 한 업체가 우리가 만든 골프카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번 여름 시즌에는 우리나라 골프카가 일본 필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등 해외 10개국에 수출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산 골프카가 일본 제품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5인승 기준 1천1백만~1천2백만원으로 1천2백만~1천3백만원 하는 일본 제품에 비해 1백만원 정도 싸다. 업계 관계자는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국산 제품이 일본 제품보다 10~15% 저렴해 가격 면에서 우위에 있다”라고 말했다.
품질도 일본 제품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것이 업계와 골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골프카의 주요 평가 기준인 배터리 수명이 일본 제품에 전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1회 충전으로 18홀을 두 번 돌 수 있어야 하는데 국산 골프카는 이를 만족시키고 있다. 5시간 충전 후에는 9~10km를 달릴 수 있다.
지난해 2백20대의 국산 골프카를 구입한 한 골프장 관계자는 “일본 제품을 써오다 지난 4월 국산 골프카로 전량 교체했다. 일본 제품에 비해 성능 면에서 뒤지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 골프장 입장에서는 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골프카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골프 회원권 거래 전문 업체인 에이스골프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0여 곳이 생기는 등 2010년까지 4백여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15년 이상 국내 골프카 시장을 점령해온 일본 제품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에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제품이 일본 제품을 추격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일본 골프카가 우리 골프장에서 달리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골프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일본의 산요와 야마하의 선두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006년 골프카 1천4백39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산요. 1천1백32대를 팔아 33%를 차지한 야마하. 양사는 각각 올해 골프카 수요의 50% 점유율을 목표로 내건 상태이다. 16%를 점유한 국산 제품은 경쟁 상대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산요 관계자는 “국산 제품이 선전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아직 국내 골프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일본 제품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 제품이 한순간에 역전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회사는 최근 골프카 가격을 인하하며 국산 골프카의 추격을 견제하고 있다. 5인승 기준 대당 1천8백만원이던 것을 1천3백만원으로 낮췄다.

 
모터·컨트롤러 국산화가 큰 숙제


또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일본 메이커에 비해 국산 골프카가 섬세한 성능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골프카는 수동카와 유도카로 나뉜다. 수동카는 직접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고, 유도카는 사람이 리모컨으로 작동하면 도로 아래 깔려 있는 유도 장치의 전기 신호를 따라 움직인다. 이 유도 기술에서는 일본이 약간 앞서 있다는 평가이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가로등이나 기타 전기 시설의 전기 신호와 도로 밑에 있는 유도 장치의 전기 신호를 혼동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제품은 수동카이기 때문에 유도카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과 맞지 않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산 골프카의 숙제는 부품 국산화이다. 골프카의 핵심인 배터리는 일본 제품보다 오히려 우수한 편이지만 바퀴를 움직이는 모터와 컨트롤러는 전량 미국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골프카가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앞으로 2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배터리 소모량과 유도장치 성능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국산 골프카가 골프장을 달린 지 2년이 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국산 골프카의 성적표가 나온다. 그 결과에 따라 국산 골프카의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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