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는 “우하하” 아스널은 "아이고"
  • JES 제공 ()
  • 승인 2007.07.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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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이적으로 선수·구단 희비 엇갈려

 
얼마 전 MBC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국내 팬들과도 친숙해진 티에리 앙리(30)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을 떠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그런데 당사자인 앙리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 전 소속 아스널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앙리는 대박을 터뜨렸지만 아스널은 ‘고작’ 3백억원밖에 안 되는 이적료를 챙겨 사실상 쪽박을 찬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앙리는 주급 2억3천7백5만원을 받게 된다. 아스널에서 받던 2억6백62만원보다 주마다 3천만원 이상 많은 돈을 받는 것이다. 앙리가 앞으로 4년간 거둘 수 있는 수입은 대략 2백96억원이다. 앙리가 매주 받게 될 주급은 웬만한 국내 CEO들이 받는 연봉과 맞먹고 국내 건설·토목계 신입사원(평균 연봉 2천9백65만원) 7명이 1년간 뼈 빠지게 일해도 벌 수 없을 만큼 큰돈이다.
동급의 유럽 프로축구 선수들과 비교해도 그의 주급은 거액이다. 주급을 앙리보다 더 많이 받는 선수는 ‘미남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LA 갤럭시·4억5천만원)과 존 테리(첼시·2억7천6백72만원)뿐이다.
당초 바르셀로나로의 이적을 부인했던 앙리가 이적을 결정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후견인 격인 데이비드 데인 전 아스널 부사장이 팀을 떠나고 스승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서른 살이 넘은 앙리로서는 향후 4년간 안정적으로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쯤 피터 힐우드 아스널 회장은 ‘차라리 이전에 앙리를 이적시킬걸’ 하고 후회할 만하다. 분명 3백억원의 이적료는 큰돈이다. 그러나 이적하는 선수가 앙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앙리는 현재 전성기를 누리는 스트라이커 중에서도 최고 등급이다. 스피드와 골 결정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다. 3백억원의 돈으로는 미래가 불확실한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지만 앙리처럼 절정에 이른 선수를 데려오기란 힘들다.
8년 전인 1999년 유벤투스에서 앙리를 영입할 때도 아스널은 거금 1천7백만 유로(약 2백12억원)나 지불했다. 당시 앙리는 16경기에서 3골만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지만 현재는 최고 선수 반열에 올라서 있다. 한마디로 아스널이 키운 선수다. 그래서 인간적인 배신감도 있다.

 

아스널, 1천2백억원 손해 본 꼴


 
아스널이 가슴을 칠 만한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영업 이익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선수들의 몸값 역시 천정부지로 폭등하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 상승률을 감안하면 손해도 보통 손해가 아니다.
또 역대 최고액 이적료를 챙길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다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지난 2003년에는 러시아의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가 5천만 파운드(약 1천35억원·당시 환율 적용)의 이적료 부담을 자처하고 나섰다. 프리미어리그 라이벌인 리버풀도 2006년 1억2천만 유로(약 1천5백억원)에 영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앙리를 바르셀로나로 넘긴 아스널은 4년 전에 비해 7백35억원, 1년 전에 비해서는 1천2백억원이나 손해를 보았다. 

"레알의 전철 밟지 않으리라"

스페인의 거인 FC 바르셀로나는 기존의 호나우지뉴·메시·에투에 이어 티에리 앙리까지 영입해 초호화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그리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앙숙이자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의 4년 전과 닮은꼴이 되었다.
레알은 2000년 피구 영입을 시작으로 지네딘 지단(2001년), 호나우두(2002년), 데이비드 베컴(2003년)을 차례로 끌어 모아 스타 군단으로 거듭났다. 당시 레알이 추진한 정책은 이른바 ‘갈라티코 정책’으로 불린다. 유명 스타 선수 영입을 통해 마케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그러나 레알의 갈라티코 정책은 실패했다. 베컴이 합류하기 전인 2002~2003시즌 우승 후 4년 만인 2006~2007시즌에야 왕좌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단·피구·호나우두가 팀을 떠난 다음의 일이다.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다 보니 조직력보다는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선수 통제에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레알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레알이 돈의 힘을 빌려 정점에 오른 선수들을 끌어 모은 반면 바르셀로나는 앙리만이 전성기에 팀에 합류했고, 호나우지뉴·메시·에투는 바르셀로나에서 정점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앙리가 합류한 바르셀로나가 레알과 달리 팀 가치 상승과 팀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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