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는 헛돌고 수비수는 알 까고…
  • JES 제공 ()
  • 승인 2007.07.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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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대표팀 전력, ‘도하 참패’ 수준 못 벗어나
 
한국 야구대표팀이 11월 타이완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다. 이번 대회에 걸린 올림픽행 티켓은 단 한 장. 기회를 놓치면 내년 3~4월 8개국과 3장의 티켓을 놓고 또 한번 3 대 8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도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의 각오를 더욱 굳건하게 한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으로 다시 한번 아시아 최강임을 입증한 일본, 안방에서만은 미국도 두렵지 않은 타이완. 최근 한국을 모두 이겼던 두 팀을 꺾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이다. 모든 조건을 최상으로 놓고 싸워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한국 대표팀은 선수 구성부터 상대방 전력 분석까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2006년 3월. 한국의 우완투수 서재응(30·탬파베이)은 WBC 8강전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팀을 누르고 4강에 오르자 미국 애너하임에인절스 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다. 야구 최강국 미국에 한국 야구의 위상을 알리는 순간. 동시에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하던 일본 야구팬들의 가슴에는 비수가 박혔다.
마운드 책임질 에이스가 없다
하지만 해외파가 불참한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타이완은 물론 한국의 실업 리그 격인 사회인 야구 선수가 주축이 된 일본에마저 패하며 부끄러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 무대에서 해외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주는 단면이다. 한국 야구대표팀 수석 코치를 겸하고 있는 선동렬 삼성 감독은 “경기를 많이 치를수록 일본에 밀릴 수밖에 없다. 올림픽 예선이 단판 승부이니 표면상으로는 우리에게 유리하다. 똑똑한  선발 한 명이면 접전을 이끌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장밋빛 전망에는 “박찬호와 서재응이 타이완과 일본전 선발을 나눠 맡는 이상적인 형태가 가능하다면…”이라는 전제가 뒤따른다.
박찬호(34·휴스턴)와 서재응은 현재 트리플A로 강등된 상태. 둘을 중심으로 대표팀 마운드를 꾸리려던 선감독은 “WBC 때만 해도 몇 년은 더 잘해줄 것으로 봤는데…. 분명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다. 확인할 수 없으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이름 값만으로 대표팀에 선발될 수는 없다”라며 부진한 해외파를 배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일본 킬러로 명성을 높였던 한화 좌완투수 구대성의 부진도 고민거리. “구대성이 담에 걸려 등판이 불가능하다는 보고를 받은 뒤 승리가 어려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라며 WBC 4강 일본전 패배를 곱씹는 선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야수들도 WBC보다 강한 전력을 꾸리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특히 공백이 보이는 포지션은 2루수. WBC 때는 경험이 많고 안정된 수비를 펼치는 한화 김민재와 KIA 김종국이 번갈아가며 2루를 책임졌다. 하지만 지난 6월25일 발표된 2차 예비 엔트리 명단에서 눈에 띄는 2루수는 고영민 정도.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경문 두산 감독이 “내가 데리고 있는 선수라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지만 현재 솔직히 고영민만한 2루수가 없다”라고 밝힐 정도로 올 시즌 고영민은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내·외야 전력, WBC 때보다 크게 떨어져
하지만 내야진의 최고 덕목인 ‘안정감’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 유격수 중 한 명을 2루수로 기용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주전 유격수 기용이 확실시되는 박진만(삼성)을 제외한 다른 후보군도 경험이 부족한 편이어서 만족스러운 결론은 아니다. 결국 2루수는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까지 논란이 될 전망이다.
2차 예비 엔트리 54명 중 외야수는 11명, 우타 외야수는 4명이다. 심정수(삼성)·송지만·이택근(이상 현대)·배영섭(동국대)이 그 주인공. 이 중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눈에 ‘주전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없다. 결국 좌타자 3명으로 외야진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선감독에게 이는 피하고 싶은 라인업. “좌타 일색의 외야진은 상대 투수 운용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라는 것이 선감독의 견해이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우타 외야수 부재’를 타이완까지 안고 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6일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펼쳐진 대구 구장에 호시노 센이치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60)이 나타났다. 7회 말까지 경기를 지켜본 후 숙소로 향하던 호시노 감독은 9회 초 삼성 사이드암 권오준이 마운드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한 번이라도 더 상대 선수의 경기 장면을 살피려는 노장의 열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음날 선동렬 삼성 감독은 더 무서운 이야기를 꺼냈다. “호시노 감독은 이미 한국의 전력을 모두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달 전부터 일본 전력분석원이 상주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올림픽 예선이 치러지는 타이완 타이중의 숙소는 물론 모든 일정을 확정했고 전담 요리사까지 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아주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최강 팀은 이미 ‘올림픽 예선 체제’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어떨까. 김감독은 “호시노 감독이야 대표팀 전임 감독이어서 여유가 있지만 우리는 당장 시즌을 치르는 것이 급하다”라고 현실적인 제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전력분석원이라도 가동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대목에서 김감독은 또 한번 근심을 털어놓았다. “우리도 전력분석원이 있지만 예산 문제로 일본만큼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상대 전력 분석을 위해 움직인 것은 지난 5월 유남호·조범현 두 기술위원이 1주일간 일본과 타이완을 다녀온 것이 전부다. 안일한 대처로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던 팀들에 차례로 무너졌던 도하 아시안게임. 그 충격적인 기억을 벌써 지워내버린 것일까.
더구나 이번 상대는 전력상 두 수 위라는 일본. 현재까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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