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몰려드는 ‘다국적 미녀들’
  • 임은희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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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출연이 연예계 데뷔로 이어져…문화적 충돌로 곤욕 치르기도

 
언제부터인지 외국 출신 연예인들이 하나 둘 우리 앞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이다도시, 다니엘 헤니, 파충류 소녀 김디에나, 유민 등이 그렇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몇몇 외국 연예인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외국 연예인이 국내 연예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눌한 한국말과 익숙하지 않은 한국 문화 때문에 빚어지는 에피소드 정도 때문이었다. 2001년 MBC 드라마 <우리집>을 통해 데뷔한 일본 출신 연예인 1호인 유민의 경우는 처음부터 한국 안방을 노리고 일본에서 건너온 연예인이었다. 그녀는 <우리집> 이후에도 많은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하며 많은 팬들을 확보했고, 2003년 SBS <생방송 인기가요>의 진행을 맡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또 맑고 깨끗한 이미지로 CF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민은 일본 배우 1호로서 나름으로 한국 브라운관에 적응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한국인 배우로 동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아직도 일본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배어 있다. 어눌한 한국말과 익숙하지 않은 문화 장벽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때론 귀엽고 순진무구하게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톱 배우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순진무구함은 오히려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한국은 단일민족이고 단일민족에게는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 외국인들에게는, 특히 다민족 국가에서 살던 외국인들의 눈에 우리 문화가 고집스럽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예계는 스포츠 스타와는 달리 정서적 유대감이 필요한 분야이다. 그래서 외국 연예인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란 어렵고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한 외국인 출신 연예인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들어 큰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변화의 진원지는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이다. <미수다>의 이기원 PD는 “대한민국 내에 약 50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한다. 그 중 외국인 여성들에게 우리 한국의 문화, 그리고 한국 남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 싶었다. 국내에 거주하며 우리나라를 직접 체험한, 각국 외국인 여성들의 눈을 통해 본 한국인들의 현주소를 재치 있는 앙케트와 토크를 통해 풀어보고자 기획된 것이 <미녀들의 수다>이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미수다>는 현재 글로벌 토크라는 부제에 걸맞게 국내는 물론 세계 40개국에 방송되고 있다. 시청률 또한 고공비행을 하는 중이다. <미수다>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한마디로 아마추어리즘이 발산하는 풋풋함과 섹시 코드의 절묘한 조화 덕분이다. 게다가 각국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가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 일부에서는 <미수다>의 섹시 코드를 나무라지만 섹시 코드가 프로그램의 흠이 될 수는 없다. 섹시함이 대중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대 대중 문화의 일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들은 한국 여자들 같지 않게 자신의 속내와 사생활을 거침없이 내놓는다. 풋풋함, 섹시 코드, 솔직함, 그리고 문화 충돌로 빚어지는 에피소드 이 4박자가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연예기획사, <미수다> 출연자 영입 경쟁
자본주의 속성상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곧 연예인화를 의미한다. 지난 7월4일 행정자치부는 한국일보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의 홍보대사에 <미수다> 출연진인 손요(중국), 사가와 준코(일본), 소피아 리자(말레이시아), 디나 레베데바(아제르바이잔)를 위촉했다고 밝혔다. 또 <미수다> 출연진 중의 한 명인 영국계 일본인인 에바 포피엘은 6월30일 시가 10억원 상당의 고급 명품 브랜드 협찬 및 최고급 펜트하우스에서 촬영하는 등 제작 비용만 수십억원에 이르는 SK텔레콤 스타 화보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제작 발표회 후, 그녀는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베트남인 하이옌은 7월3일 종영된 KBS 2TV 드라마 <꽃 찾으러 왔단다>에 출연했고, 그녀의 깜찍한 외모에 반한 영화기획사들이 그녀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인 사오리도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오리는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스튜디오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동안클럽’ 코너 녹화를 시작으로 연예 활동을 본격화했다. 준코와 루베이다, 디나는 사오리와 함께 지난 5월 한 인터넷 고스톱 게임 광고 모델 및 목소리 더빙을 맡았으며, 에바와 루베이다, 사오리는 연예인들을 모델로 주로 기용했던 신용카드 광고에 등장했다. <미수다> 출연진을 영입하기 위한 연예기획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연예기획사 L사 관계자는 “점찍어놓은 <미수다> 출연자가 있었다. 그런데 다른 연예기획사에서 먼저 손을 쓴 것 같다. 아무래도 다른 출연자를 알아봐야겠다”라고 말해 요즘 <미수다> 출연진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소속 기획사가 생기면서 계약 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미수다> 또한 한류의 여파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획 의도와는 상관없이 <미수다>는 우리나라 대중 문화의 획을 그을 진원지에 놓여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다수 연예 관계자들이 동감하고 있다. 이미 MBC <느낌표>에서는 ‘다시 보기’ 코너를 만들어 외국인 남자들을 출연시키고 있다. 또 케이블 채널 tvN은 <tvNgels(티비엔젤스) 시즌 3>에 젊은 일본 여성 5명을 고정 출연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출연자들의 약력 역시 인기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레이싱 퀸, 게이오 법대 출신 인기 모델 등으로 화려하다. 이 프로그램은 한·일 양국에서 각각 5명의 여성이 참여해 경쟁을 펼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tvNgels> 정규훈 PD는 “<tvNgels>에 출연한 엔젤들은 자신의 끼와 재능을 선보이며 스타가 되기 위한 자질을 향상시키는 스타 메이킹 프로그램으로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연예인들이 등장하면서 문화적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팬들의 잦은 안티 발언으로 <미수다> 게시판이 폐쇄된 일도 있다. 또 준코의 성희롱 경험 발언 파문, 사오리 장의 ‘개밥’ 발언 등은 모두 문화 충돌이라는 일직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화적 충돌의 정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이다.
 지금 한국은 세계화에 발맞추어 많은 것을 개방하는 추세이다. 연예계에도 이제 외국인들과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연예인들이 한국 문화에 동화되고 정서적으로 유대감을 갖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몇 개 있다. 우선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야 한다. 어눌한 국적 불명의 언어를 갖고는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톱스타 대열에 올라서기는 힘들다. 그리고 더 이상 한국 문화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자기 것으로 소화시켜야 한다. 일반 국민 또한 브라운관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외국 출신 출연자들을 문화 국외자로 바라보지 말고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주며,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주는 태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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