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심’ 빠진 UCC, ‘그들만의 잔치’
  • 김지수 인턴 기자 ()
  • 승인 2007.07.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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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제작물은 ‘시들’…대선 주자 ‘자가 발전’ 홍보 영상만 넘쳐

대선 관련 UCC는 대부분 후보들 자신의 이름으로 운영하는 채널을 통해 생산·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선 판에 선거 UCC가 등장한 지 오래되었다. <화장빡, 명빡이> <피아노 치는 근혜 공주>, <손학규의 민심 체조>는 모두 지난 1월, 포털 사이트 ‘다음’에 게재된 첫 번째 선거 UCC이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명빡이는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들 선거 UCC는 선관위의 요청에 따라 삭제되었었다. UCC를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허용되지만,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7월23일에는 몇몇 대선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UCC도 삭제되었다. 이같은 국내 ‘선거 UCC 운용 기준’은 네티즌들을 경직시켰다.
첫 번째 선거 UCC가 소개된 뒤 6개월이 지났지만,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은 많이 다르다. 몇 달 전만 해도 UCC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초반 열풍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이제 17대 대선에서 UCC가 큰 영향력을 미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UCC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골목대장 명빡이> 이후 뉴스에서도 거의 다루지 않는다. 현재의 ‘선거 UCC’는 엄격한 의미에서 UCC라고 하기도 어렵다. UCC방식을 차용한 후보측의 홍보 영상일 뿐이다.  UCC의 전파력은 의도된 몇몇의 자기 과시나 여론 조작이 아닌 대중의 다양한 반응을 통해 형성된다.

박근혜,  인기 영상 리스트에 4개 올라
판도라TV(www.pandora.tv)는 중앙일보 조인스 닷컴과 함께 ‘대선 UCC 공모’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현재 후보 개인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후보 자신의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해 UCC를 공개하고 있다. 다음의 TV팟(tvpot.daum.net) 대선 채널도 마찬가지이다.
손학규 후보는 가장 많은 2백46개 UCC 영상을 가지고 있다. 2위 원희룡 후보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양이다. 그 뒤를 박근혜·이명박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쫓고 있다. 언제 상황이 역전될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인기 있는 영상’ 리스트에는 박후보의 UCC가 4개나 올라 있어 눈길을 끈다.

 
■손학규 - 민심 대장정 중 수염을 기른 손후보가 자고 있다. 의문의 손이 다가와 그의 콧수염을 노린다. 무방비 상태에서 코털을 뽑힌 손후보가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핀다. 손후보 UCC <잠자는 HQ 코털 뽑기>의 내용이다. 손후보 UCC의 가장 큰 특징은 코믹 장르를 십분 활용한다는 것. 코믹 장르는 후보의 이미지를 친숙하게 만든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패러디 한 <거침없이 손학규!>에서는 손후보가 방귀를 뀌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선거 UCC 무대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손후보는 다양한 장르를 동원한 UCC로 ‘넷심’과 표심의 일치를 꾀하고 있다. 민심 대장정 시리즈로 감동을, <21C 대한민국의 희망 손학규>로 업적과 공약을 드러내는 식이다. 손후보 스스로도 UCC 촬영에 적극적이다. 그밖에 요즘 뜨고 있는 게임기 ‘닌텐도 DS’의 특수 기능인 연령 체크를 하는 <손학규 뇌 연령은 45세?>라는 제목의 UCC, 집에서 부인 이윤영씨에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선사하며 짓궂게 구는 모습을 그린 <부부의 밸런타인데이>도 인기이다.
■박근혜 -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 박후보의 UCC 개수는 손후보에 비해 뒤지지만 조회 수에서는 많이 앞선다. 박후보의 UCC 전략은 감정에 호소하기. 마이크를 붙잡고 가수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열창하는 모습, 머리에 띠를 두르고 팔굽혀 펴기를 하는 모습 등. 일상 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UCC는 박후보를 친근한 이웃처럼 느끼게 만든다. <6월8일 그날 부산에선 무슨 일이…>는 박후보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렇게까지 지지하는 데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마음을 노린 것일까? 다음의 TV팟 대선 채널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박근혜 교주> 역시 같은 형식. 여론조사 결과보다 실질적인 박후보의 인기를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강력히 보낸다.
■이명박 - “빨리 나아서 퇴원해야 된다. 좀 아파도 참아야 돼.” 5월에 찾아온 천사 할아버지가 말한다. 5월5일 어린이날. 여의도 성모병원 소아암 병동을 찾은 이후보의 모습을 담은 UCC <천사 할아버지>의 일부이다. ‘따뜻한 사람 이명박’은 이후보 UCC의 주 컨셉트이다. <무릎팍 이명박 할아버지와 손녀의 고민 해결>에는 5살 남짓한 손녀가 등장한다.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과자를 나눠먹는 모습,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머니 김윤옥씨의 모습이 여느 단란한 가족과 같다. 전직 CEO답게 광고의 3B(Baby·Beauty·Beast) 전략 중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이명박 전 서울시장 대표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의 타당성, 경제가치, 기대 효과 등을 담고 있는 홍보 영상. 이는 TV팟 대선 채널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원희룡 - 원희룡 후보는 UCC 개수로는 두 번째인 만큼 많은 영상을 가지고 있다. ‘나를 검증하라. 후딱, 당장, 얼른. 자신 있다’, 배경 음악은 가수 황규영의 ‘나는 문제 없어.’ 대부분의 UCC에서 강한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는 원후보는 주로 본인의 행보에 초점을 맞춘 UCC를 선보인다.
 
■범여권 정동영·한명숙
- 3월26일 밤 10시, 동대문 의류도매상가. 열심히 청바지를 싸주고 돈을 챙겨 받는다. 옆 가게로 건너가 드디어 30년 만의 해후. 이내 아저씨는 눈시울을 붉힌다. 정동영 후보가 평화시장에서 옷 나르는 일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는 이야기는 UCC <30년 만의 만남>에서 알 수 있다. 대학생들의 지지 발언을 모은 <희망 2007! 릴레이 인터뷰-대학생>. 출연 학생들은 정후보의 공약을 조목조목 자신들의 필요와 엮어낸다. 20대와 대학생, 저소득층에서 상대적 호감도가 높은 정후보가 같은 층의 지지도 상승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 방식을 적용한 <미니 다큐, 여자 한명숙 - 물지게 운명>. 가난한 집 맏딸로 태어나 물지게를 져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업적까지 한명숙 후보의 자질을 보여준다. 반대와 편견을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지금까지 열거한 것들이 웹상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선거 UCC이다. 하지만 일반 UCC에 비해 크게 낮은 조회 수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UCC를 이용하는 연령층이 유권자 층과 다르다는 것, 둘째는 현재 콘텐츠의 양이나 질이 네티즌에게 어필할 만큼 충실하지 못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선거법이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UCC가 갖고 있는 기본 정신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다. ‘선거 UCC 운용 기준’이 부정적 측면(특정후보 음해 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질서 있는 선거 문화를 이루고, 국민들의 정치 참여, 투표 참여를 최대한 유도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질서에만 중점을 둔 법은 네티즌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자료 제공 : 판도라TV·다음 TV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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