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한 고혈압, 심근경색 부른다
  • 이성희 (인제의대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
  • 승인 2007.07.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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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혈성 심질환, 조기 진단 중요…금연하고 당뇨병 등 선행 질환 치료해야

 
지난 봄 진료실을 찾아온 박 아무개씨(69·여)는 어디가 불편하느냐는 물음에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여기가 터질 것 같아요”라고 호소했다. 두 달 전부터 간간이 가슴이 뻐근하고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을 느꼈는데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진정하면 서서히 통증이 잦아든다고 했다.
박씨는 최근 아들과의 불화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기 때문에 가슴 아픈 것이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생각하고 청심환 등을 먹고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최근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때에도 가슴이 쪼개질 듯 아파서 병원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방문시 측정한 혈압이 200/ 120mmHg로 매우 높아서 고혈압 병력을 물어 보니 5년 전에 고혈압 진단을 받았으나 혈압 약을 먹기 싫어서 그냥 지냈다고 했다.
박씨의 경우처럼 고혈압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것 중 가장 무서운 증상은 중풍으로 알려진 뇌혈관 질환과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질환이다. 심장은 펌프질을 통해 다른 장기에 신선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 근육 역시 혈관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심장 자체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하며, 동맥경화증이 진행되어 관상동맥이 막히면 협심증이 초래된다. 더 진행되어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근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수십 분 이내에 심장 근육세포가 괴사에 빠진다. 이런 상태가 심근경색증이다.
초기 협심증 단계에서는 흉통이 수 분 정도 나타나다가 가만히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심근경색 단계에 이르면 격렬하게 흉부를 짓누르는 통증이 수십 분간 지속되어 왼쪽 어깨나 팔, 등, 목까지 뻗치는 경우가 있다. 누워서 쉬어도 그 통증이 완화되지 않으며, 때로 호흡 곤란까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심근경색의 범위가 커서 펌프 기능이 극심하게 저하되거나 치명적인 부정맥을 초래할 경우 심장마비를 유발해 급사의 원인이 된다. 일단 심근경색이 일어나면 얼마나 빨리 응급 치료를 받느냐가 생사를 결정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사망률이 10%나 될 정도로 위중한 병이다.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관상동맥 질환 예방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이 평소에 위험 요인을 조절해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을 실천하고 평소에 고혈압, 고지혈증에 당뇨병 등의 선행 질환을 잘 치료하는 것이다. 고혈압은 적절한 항고혈압 약제를 투여하면 쉽게 조절할 수 있으며, 대다수의 고혈압 치료제는 관상동맥 질환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또 최근에 개발된 고지혈증 치료제는 동맥경화증이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이미 형성된 플라크도 약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고혈압을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고, 고지혈증이 있는지 미리 검사해보고 적절히 치료한다면 위중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관상동맥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은 없을까? 트레드밀 기계 위에서 뛰면서 흉통 여부와 심전도의 변화를 관찰하는 운동 부하 심전도 검사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안정시 심전도 검사보다는 효과적이지만, 증상이 없는 관상동맥 질환 환자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최근에 이용되기 시작한 64채널 MDCT를 이용한 CT 관상동맥 조영술은 심장이 5번 뛰는 동안에 검사를 마칠 수 있어 심근 및 심장 기능 검사 등 전반적인 심장질환 검사를 5초 이내에 마칠 수 있다. 특히 1mm 정도의 작은 혈관까지 관찰할 수 있어 민감도가 9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음성예측도가 거의 100% 가까이 높아서 이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면 관상동맥에 이상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행 초기 단계여서 비용이 고가이며 널리 보급되어 있지 않다. 만약 흡연자로서 평소에 흉통을 자주 느끼며,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의 위험 인자를 갖고 있어서 허혈성 심장질환이 염려된다면 비교적 안전하고 신속하게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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