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축구’ 맨유에 러브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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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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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친선 경기 펼쳐…국내 팬들, 가는 곳마다 열광의 도가니

 

국내 축구팬들에게 2007년 7월20일은 평생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 세계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사상 최초로 열린 국내 친선경기로 국내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현란한 개인기, 웨인 루니의 파괴력 넘치는 공격 본능, 라이언 긱스의 왼발 크로싱, 리오 퍼디낸드의 철통 수비 등은 EPL을 선망하는 축구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비록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EPL 우승 트로피를 서울월드컵경기장 한복판에서 들어올리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가득 심어주었다.
경기날뿐이 아니다. 맨유 입국에서 출국까지 3박4일 맨유 팬들은 공항에서 숙소, 훈련장 등에 진을 치고 마음껏 ‘한여름밤의 꿈’을 누렸다. 맨유가 머문 4일간 그들은 한국에 무엇을 남겼을까.
경기장에서 맨유 선수들은 축구 공을 마치 하나의 악기를 다루는 듯 창의적인 리듬을 타곤한다. 질서와 무질서가 혼재된 흐름에서 무언의 약속이나 한 듯 공을 주고받으며 상대의 허점을 찾거나 만들어낸다. 맨유 공격수들은 세계 일류 수비수를 무너뜨리기 위해, 맨유 수비진은 세계 일류 공격수를 막아내기 위해 자신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며 강인한 육체를 활용한다.
특히 루니와 호날두의 발에 의한 골 방정식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밀물과 썰물처럼 리듬을 타다 골 냄새가 풍기면 발휘되는 결정력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이다. 특히 공격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군더더기 없는 패싱력과 볼 트래핑 능력은 압권이었다. 박지성·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 이동국(미들즈브러) 등으로 인해 EPL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실제 경기를 보기는 어려울 터.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향연이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TV를 통해 맨유 경기를 즐긴 국민들(시청률 19.2%) 역시 축구 명품의 향기를 흠뻑 맡았다.

 
맨유는 전세계에서 최다 팬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맨유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나라마다 자체 조직된 팬클럽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맨유당사’ ‘다음-맨유카페’를 중심으로 팬클럽이 활동하고 있다. 맨유-FC서울 전의 관중 수는 6만4천5백27명. 한 경기 관중으로 역대 4위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맨유는 3박4일간 충성스럽고 열광적인 팬들을 몰고 다녔다. 인천공항 입국시 1천여 명이 모였고, 훈련장에는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팬 3천여 명이 북적거렸다. 숙소인 신라호텔에서도 맨유 선수들을 보기 위해 주변에서 노숙하거나 로비에 진을 쳤고, 일부 팬은 투숙도 불사했다. 맨유의 이동 동선에 따라 붉은 물결이 줄을 지었다.

스폰서들, 각종 행사로 홍보 효과 ‘톡톡’
서울 시내 매장은 맨유 유니폼의 품귀 현상이 일었고, 경기 입장권의 암표는 최소 3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심지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5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구매자를 찾기도 했다. 발매 6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의 높은 인기를 실감나게 하고, 전국을 휩쓴 맨유 신드롬이 정점을 이룬 순간이기도 했다.
맨유가 가는 곳마다 돈이 따라 간다. 세계 명문 클럽을 초빙하기 위해서는 순수 개런티(추정치)로만 100만 달러(약 9억2천만원) 안팎이 들지만 맨유(잉글랜드), AC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같은 톱 클래스 구단은 5배 이상 높은 가격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번 맨유의 방한은 일본과 중국 방문을 겸해 이루어졌기에 절반 정도 가격이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맨유는 7월19일 하룻동안 스폰서들의 요청에 따라 팬 사인회, 유소년 축구교실, 책 발간식 등 다양한 행사를 치렀다. 이들이 스폰서에게 받는 금액은 천문학적인 액수. 실례로 맨유 방한의 메인 스폰서인 금호타이어는 맨유와 향후 4년간 총 1백40억원을 지원하는 플래티넘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은 돈만 챙겨가지 않았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세계 최고 축구 클럽이라는 ‘맨유’ 브랜드를 스폰서들에게 활용케 해 서로 ‘윈 윈’하는 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새로 맨유와 스폰서 계약을 한 금호타이어 오세철 사장은 “4년간 매년 35억원을 지원한다. 이번 스폰서십을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 등 유무형의 효과를 고려하면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내 인지도 상승을 통해 판매 증대를 노리고 있다. 유럽 시장 정복의 초석을 닦은 셈이다.

 
맨유 공식 스폰서 나이키도 입에 웃음이 가실 일이 없었다. 맨유가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나이키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국-일본-중국 등 맨유 아시아투어 방문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나이키의 입지를 단단히 다진 것이다. 맨유 숙소인 신라호텔뿐 아니라 맨유 임원진에게 의전 차량을 제공한 아우디 역시 노출로 인한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를 누렸다.
한국 프로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기점으로 팬층이 두터워졌다. 축구를 모르던 이들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이후 그들을 프로축구 팬으로 끌어들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축구장 등 인프라가 확충되었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민구단들이 순혈임을 자처하며 하나둘 K리그에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국가대표팀 경기에 비해 K리그 구단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타급 국가대표 선수를 보유한 구단은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그렇지 못한 구단들은 더딘 성장에 만족해야 했다.
축구 관계자들은 맨유에 쏟아진 열기가 K리그에도 넘실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K리그 휴식기에 맨유가 축구에 대한 열기를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맨유-FC서울전을 관전한 국내 귀빈들도 하나같이 맨유로 인해 상승된 축구 열기가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장은 “이번 경기가 축구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돼 한국 축구의 저변을 넓힐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비롯해 맨유 선수단은 한국 축구팬들의 넘치는 애정에 큰 감명을 받고 돌아갔다. “아시아에 다시 온다면 꼭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덕담도 남겼다.
데이비드 길 맨유 사장의 말대로 한국 축구 시장의 가능성은 아시아 최고이다. 그러려면 맨유와 같은 높은 인기를 끄는 K리그 클럽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 축구팬들의 열정과 선진 축구 마케팅이 K리그에 단단히 뿌리 내려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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