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스토리 튼실한‘CG’
  • JES 제공 ()
  • 승인 2007.07.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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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그래픽(CG)은 수준급, 그러나 스토리는 조금 약하다.’ 기대와 설렘 속에 드디어 공개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디 워>(영구아트, 심형래 감독)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이다.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을 쓸어버리는 CG 장면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 비해 손색이 없는데, 다만 스토리가 좀 단순한 것이 흠이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월드와이드’한 시각에서 볼 때는 빈약한 스토리도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는 점에서 용서가 되는 분위기이다. 결론적으로 <디 워>의 ‘종합점수’는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에 가까운 쪽으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영화의 완성도를 어느 기준에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영화 제작의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라면 <디 워>는 기대 이상이다. 실사 화면과 빈틈 없이 맞아떨어지는 이무기의 움직임, 스펙터클한 도심 전투장면,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의 동작 등 <용가리> 때와는 결코 비교가 되지 않는 훌륭한 수준이다. 미국 현지에서 사운드 작업에 참여한 마크 바인더는 “후반부에 승천하는 용을 보고 매우 놀랐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온 용과 한국의 용은 그 모양부터가 매우 다르고 창조적이다”라며 극찬했다. 지난 6년간 3백억원을 쏟아부은 흔적이 CG 속에 꿈틀거린다.
그러나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CG 같은 제작 기술은 종합예술을 완성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굳이 비중으로 따지자면 내러티브(시나리오), 배우들의 연기, 연출, 그리고 촬영·편집·기술·음악·음향 등이 차례로 이어지는 것이다.
<디 워>에서 가장 약한 부분은 내러티브이다. 이미 지적된 것처럼 너무나 뻔한 스토리이다. 이무기와 악의 군단이 인간 세계를 초토화하지만 결국 선한 의지에 의해 멸망한다는 단선적인 구조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조선 시대 포졸 대 철갑과 미사일로 무장한 악의 군단의 황당한 전투, 너무 쉽게 조직을 배신하는 FBI, 절대 죽지 않는 불사신의 주인공들 등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일부 장면이 몰입을 방해한다.
코미디언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이력 때문에 가장 화제가 됐던 심형래 감독의 연출도 아쉽다. 이무기라는 소재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끌어들인 창조성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전생에 도사였던 조력자 ‘잭’의 변화무쌍한 변신술, 이무기를 잡기 위해서 우르르 뛰어다니다 몰살되는 특수기동대는 그의 이전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영구가 우뢰매로 변신할 때처럼.

6년 공들인 역작, 입소문 어떨지…
제이슨 베어·아만다 브룩스 등 주연 배우들의 설익은 연기도 안타깝다. 제이슨 베어는 미국에서도 TV 시리즈 <로스웰> 등을 통해 꽤 알려져 있는 배우이다. 그러나 이무기에게 쫓기면서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 연기가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관객은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심형래 감독은 <디 워>를 두고 “애국심에 호소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알아서 찾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6년간 공을 들인 역작이니 잘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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