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경영권 다툼 ‘산 넘어 산’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08.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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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이어 이복 형제 간 갈등…비상근 이사 대우 문제 등이 원인

 
드링크제 ‘박카스’로 유명한 국내 최대 제약사인 동아제약이 또다시 시끄럽다. 경영진으로 참여 중인 이복 형제 간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싸움의 당사자는 강문석 동아제약 이사(46·전 수석무역 부회장) 쪽과 그의 배다른 동생인 강정석 동아제약 대표이사 부사장(43·동아오츠카 사장 겸임) 쪽이다. 강이사는 강신호 회장(80)과 본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아들이고 강부사장은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이다. 강회장과 본부인은 이미 이혼해 갈라선 상태이다. 강회장의 첫째아들(강의석)과 셋째아들(강우석)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올봄 부자 간에 경영권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던 이 회사는 제약 업계 원로들의 중재로 3월29일 정기 주주총회 때 잡음을 가라앉혔다. 주총에서 동아제약 사장 출신으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던 강문석 전 수석무역 부회장이 등기 이사로 참여함으로써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강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비껴 앉으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동생인 강부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앉아 경영 전권을 쥐다시피 하면서 형인 강이사와의 틈이 크게 벌어지게 된 것이다. 내분을 심하게 겪었던 주총 전으로 되돌아간 꼴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유충식 동아제약 이사(71·전 대표이사 부회장), 수석무역 및 한국알콜산업 관계자들도 강회장과 대립 관계였던 강문석 이사 편에 서 강정석 부사장 쪽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 형제의 다툼을 불러온 사안은 크게 두 가지이다. 등기 임원들 중 비상근 이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 교환 사채(EB) 발행을 통한 자사주 매각이 그것이다. 이들 문제와 관련해 강이사 쪽은 회사와 강부사장 쪽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강이사 쪽은 “동아제약 경영진들이 정기 주총에서 등기 이사로 선임된 유충식 이사와 나를 관장 업무조차 없는 비상근 이사로 등재하고 ‘찬밥 대접’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매일 출근했는데도 사무 공간은 물론 회사 경영과 관련해 아무 일도 주지 않은 것을 근거로 들었다. 두 명의 이사 모두 동아제약 사장과 부회장 등을 지낸 사람으로 누구보다 경영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회사에 기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아 ‘로봇’처럼 되어버렸다는 얘기이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측은 펄쩍 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봄 주총 이후 강문석 이사 등을 위해 서울 용두2동 본사 5층에 집무실을 마련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보직과 역할에 대한 논의는 본인이 속한 이사회를 통해 경영층과 논의해 결정할 일임에도 언론을 통해 문제 삼는 것은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양쪽은 또 지난 7월2일 이사회에서의 EB 발행을 통한 자사 주 매각과 관련해서도 견해가 다르다. 강이사측은 “이사회 때 자사 주 매각과 관련해 채무 보증까지 서는 것은 회사와 주주들에게 심각한 손실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었으나 수적 우세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라고 동생 쪽을 공박했다. 이사회 구성원은 사내 이사 5명과 사외 이사 2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내 이사는 강문석·유충식 비상근 이사와 강정석 부사장, 김원배 대표이사 사장, 박찬일 상무로 되어 있고 사외 이사는 권성원 한국전립선관리협회장, 강경보 공인회계사(대현회계법인 소속)이다.

교환사채 발행 통한 자사 주 매각 싸고도 대립
강이사 쪽은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5명이 강부사장 쪽에 손을 드는 바람에 제대로 된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자사 주 처분 결의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선 분위기이다. 이사회 직후 법원에 냈던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및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는 대신 이사회 결의의 부당성을 적극 알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처분 신청 뒤 자사 주가 팔려버려 사후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동아제약은 이 건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는 견해이다. “자사 주 매각은 경영상 필요한 것으로 이사회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된 최선의 선택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또 자사 주를 산 회사의 교환사채 발행과 이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갖게 될 ‘의결권’을 두고 경영권 확보와 연결시켜 문제 삼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맞받았다. 또 지난 3월 주총을 열어 갈등을 가라앉혔는데 넉 달 만에 임시 주총을 통해 추가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과 주주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양쪽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동아제약은 또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회사 주주인 한국알콜산업과 수석무역 등이 최근 ‘동아제약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법원에 접수시켰기 때문이다.
주총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 현재 경영진들을 믿지 못하겠고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해도 막을 길이 없어 새 이사를 추가 선임해 이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 소송 신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총 소집에 따른 법원 판결은 8월 말 또는 9월 초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으로부터 허가가 떨어지면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양쪽이 또 한 번 ‘자기 편’ 사람을 심기 위한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강문석 이사 쪽의 공세에 동아제약은 당혹해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임시 주총 소집 요구가 너무 추상적이라며 한국알콜산업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어떤 이사를 몇 명이나 선임하려고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내용의 질문서를 지난 7월19일 보냈다. 게다가 형제 경영진의 갈등 얘기가 증시와 재계, 제약업계, 의료계 등에 알려지면서 불끄기에도 나서고 있다. 주식과 관련된 사안들은 공시를 통해 알리고 언론사 취재진에게도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이복 형제 싸움이 아니다’ ‘강신호 회장은 동아제약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라는 등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집안 내분이 아님을 적극 알리는 모습이다. 

주식 지분,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

동아제약 주식은 공개 기업으로 대주주들과 ‘개미 군단’으로 표현되는 일반 주주들이 나누어 갖고 있다. 일반 주주들은 숫자가 워낙 많고 주식 거래가 매일 이루어져 파악이 쉽지 않다. 자연히 경영권과 관련해서는 의결권에 영향을 미치는 대주주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동아제약의 최대 주주는 지난 7월16일 현재 강신호 회장이다. 보통주 52만4천6백53주를 보유해 전체의 5.2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주주는 3.74%를 갖고 있는 강문석 이사. 37만5천5백31주를 보유 중이다. 이어 유충식 이사(3.02%), 수석무역(1.86%), 상주학원(0.59%), 강정석 부사장(0.52%) 등의 순이다.
강회장의 큰아들인 강의석씨는 0.33%, 셋째 아들 강우석 씨는 0.13%를 갖고 있고 동아제약 CEO(전문 경영인)인 김원배 사장은 0.05%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강회장을 중심으로 한 아들 등 특수 관계인들이 갖고 있는 주식 지분은 15.92%이다. 이 가운데 이복 형제 다툼의 당사자인 형 강이사 쪽은 9.05%, 동생 강부사장 쪽은 6.87%이다. 주주 총회를 열어 표 대결을 벌일 경우 현재로서는 강이사 쪽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물론 소액 주주들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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