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사 대국 향해 ‘전속 진군’
  • 조홍래 (언론인·전 연합뉴스 외신국장) ()
  • 승인 2007.08.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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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돌 맞은 인민해방군 첨단화 박차…국방비도 계속 늘어 ‘군사 위협론’ 부채질

 
통상 ‘중공군’으로 불리는 중국인민해방군(PLA)은 1927년 8월1일 공산당의 군사 조직으로 창설되었다. 2007년 현재 PLA는 총 병력 2백30만명이며 핵무기로 무장했다. 지상군만 1백70만명인 세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이다.
2007년 국방비는 17.8% 증가한 4백49억4천만 달러이다. 10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났다. 연 평균 경제성장률 8~10%를 감안하더라도 현기증 나는 방위비 증가이다.
1996년 12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중국 국방장관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첫째,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이며 둘째, 중국은 군사력을 아무리 증강해도 미국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중공군의 모습을 보면 당시의 메시지는 경청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중국은 핵무기를 계속 증강하고 있다. 21세기 전반까지 이른바 ‘억지력 균형’을 이루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2029년까지 아시아 최강의 군대로, 2049년까지는 세계적 군사 강대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1995년에 3백20억 달러였던 국방비가 12년 만에 1백30억 달러나 늘어난 것만 보아도 중국의 야심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국방비는 이미 영국·독일·프랑스를 추월했다.
중국 지상군은 지난 수년간 많이 축소되었다. 그러나 특수작전군(SOF), 육군항공대(헬리콥터), 지대공미사일(SAM), 전자전술부대 같은 기술 집약적 요소들은 급속히 확대되었다. PLA의 최근 작전 원칙은 정보, 전자전술,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에 치중하고 있다. PLA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의 현대전 기법을 주시하면서 랜과 웬을 이용한 지역 및 광역 통합정보네트워크, 무인 정찰 시스템, 모바일 지휘 통제 체계를 도입했다. 미국식 첨단 작전 능력을 갖추었다는 얘기이다.
중국군의 현대화에 대한 우려는 군사력에 관한 모든 정보가 비밀에 쌓여 있는 데서 더욱 증폭된다. 국방 전문가들도 중국군의 장기 목표와 그 야심의 종착점에 대해 자신 있게 전망하지 못한다. 중공군 실상을 모니터링하는 외국 정부나 분석가들이 직면하는 최대의 미스터리는 중국군의 실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명목상으로 보면 군 최고사령부 격인 중앙군사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군 통수권자이다. 그러나 군 출신이 아닌 후 주석과 주변의 민간인 지도자들이 중국군에 대해 어느 정도의 권한을 행사하는지 분명치 않다.
미국을 포함해 중공군의 성장을 주시하는 인접국들은 중국군에 관한 정보 결핍으로 죽을 맛이다. 누가 군을 좌우하는지를 알아야 아시아의 권력 균형 변화를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 전문가들은 핵무기 사용이 필요한 특수 상황에서 선제 공격군의 역할에 대해 군 내부에서 상당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중공군의 투명성 결여에 대해 계속 불평하면서 베이징과의 군사 정보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발표된 미국 국방부의 중공군 현황 보고서는 중국군의 목표, 의사 결정, 현대화 능력에 대해 외부세계는 제한된 정보만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군의 목표와 그 종착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한 바 없다.

중국 “군사력 증강은 내부 필요에 따른것”
중국 고위 지도자들은 중국군의 증강이 지역 안정을 해친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국방비 증액은 순전히 대내적 필요에 맞춘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이 군사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의 타이완 지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군의 실상을 다 공개하면 타이완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중국군의 비밀주의는 지난 1월11일 노후한 기상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했을 때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당시 외무성과 기타 주요 민간 부처 관리들은 이 계획을 사전에 모르고 있었다. 이 정보를 미리 안 사람이 누구인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외무성은 2주 후에야 격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의 최신예 잠수함들이 오키나와 부근 공해상에서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 호에 접근했다. 미국 관리들은 사건의 의미를 축소했으나 중국의 민간인 지도부가 다분히 도발적인 이 행동을 재가했을지 의문이 따른다. 중국군은 두 건의 사건에서 군부의 역량을 과시하려 했을지 모르나 외교적 파장은 무시했다. 이는 중국군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후 주석 말고 따로 있다는 얘기이다.
군 지도자들은 정부의 공식 정책을 비판하는 데도 훨씬 자유롭다. 정부 비판이 엄격히 통제되는 사회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2005년 중국의 한 장성은 타이완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고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고위 민간 지도자들은 그 장성을 비판하지 않거나 논평을 거부했다. 또 다른 장성은 중국의 정치 개혁을 요구했으나 누구도 그를 견책하지 않았다.
마오쩌뚱(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은 중·일 전쟁과 장제스(蔣介石) 국민혁명군과의 내전에서 승리한 공로로 군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후 주석은 그만한 권한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후 주석은 2003년 장쩌민(江澤民)으로부터 권력을 승계했다. 그가 군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충성 분자들의 승진과 군 내부의 부패 척결을 통해 군 장악을 시도하는 조짐을 보인다. 오는 10월 17차 당 대회에서는 충복들을 대거 고위직에 포진시킬 것이다. 두 자리 수 국방비 증액, 첨단 장비 개발, 군 장성들의 생활 수준 향상 등도 나름대로 군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후 주석은 창군 80주년을 4일 앞둔 지난 7월27일 군 전시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군을 극찬했다. “공산당이 통솔하는 인민해방군은 인민의 군대이며 국가의 기둥”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보다 며칠 전 국방장관은 당에 대한 군의 충성을 다짐하고 군을 당 아닌 정부 통제 하에 두려는 시도를 단호히 배격한다고 선언했다.
인접국들의 말을 들으면 ‘중국 위협론’이 근거가 있는 것 같고 중국의 설명을 들으면 실체가 없는 것 같다.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거인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참 모습은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중국과 미국이 타이완 때문에 한판 붙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세계 18위의 경제국인 타이완이 언제까지나 국제 ‘고아’로 남을  수는 없다. 요즘 타이완은 유엔 재가입을 시도해 중국의 신경을 건드린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세계 평화에 위협도, 도움도 될 수 있는 두 가지 ‘X 요인’을 갖고 있다. 이 거인을 잘 설득해 평화의 기여자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국이 그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 같으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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