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예측·유연한 실행으로 ‘선점’ 노린다
  • 박병원 (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예측센터장) ()
  • 승인 2007.08.2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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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례로 본 성장 동력 사업 발굴과 대책/ 기술 조사와 미래 수종 산업 찾기 ‘열심’

 
 

세계화의 경제 질서 속에서 각 나라와 기업들은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생존과 경쟁 우위를 잡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확실하면서도 복잡한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대는 모든 산업 부문에서 기술 혁신이 국가와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결정짓는 기술 경쟁 시대이다. 미래 사회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예측 활동은 1990년대 후반 들어 급증해 지금은 거의 모든 나라들이 하고 있다.  
동양권의 경우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미래 기술 발굴을 위해 1971년부터 5년마다 기술 예측 조사를 해오고 있다. 이 조사는 모두 여덟 번 이루어졌으며 아홉 번째는 외국 미래연구기관과의 공동 사업을 기획 중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전국 규모의 기술 예측을 하고 있고 각 성 차원의 특색에 맞는 지역 예측도 진행하고 있다. 타이완 역시 기술 예측의 전면 도입을 위한 연구 활동에 열심이다.
서양 국가들도 관련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EU(유럽 연합)의 유럽예측동향센터는 올 8월을 기준으로 1천2백여 예측 활동을 모니터링한 바 있다.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전략 기술 발굴을 위한 예측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발표된 것이 ‘전략 기술 2010(Tech-nology Cl? 2010)’. 영국은 1993년 기술 예측을 한 뒤 1998년 제2차를, 2002년부터는 형식을 바꾸어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또 핀란드는 정부 차원의 예측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미국정보위원회의 ‘CIA 미래 전망 2020 보고서’를 지원하기 위해 <미래 기술 혁명 2020>을 발간하기도 했다.
민간 기업들도 정부와 흐름을 같이 하는 추세이다. 미래 상황에 대응하고 새 사업을 찾기 위해서이다. 전자 통신 회사인 노키아가 대표적 사례이다. 새로운 기술과 ‘미래 먹을거리’ 산업을 찾아내는 중요 프로세스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립스 디자인의 미래 연구 △독일은행의 ‘매크로트렌드’ △지멘스 사의 ‘미래 그림(Picture of Future)’ △IBM 사의 ‘미래 기술 동향(Global Technology Outlook) 및 미래 혁신 동향(Global Inno-vation Outlook)’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사회·기술 전략’ △영국통신의 ‘미래 기술 연표’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 미개척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미래 수종 사업 발굴이 생존을 위한 초미의 화두이다. 선진 외국 사례에서 보듯 삼성·KT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하고 있는 ‘미래 수종 사업’ 찾기 프로젝트가 이런 맥락에도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인식이 낮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기준 5백대 기업 중 자신의 업종이 미래 유망 산업이라고 인식하는 비중은 44.4%에 머무른다. 또 기업들은 미래 수종 산업을 찾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 추진과 관련해 새겨두어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 새 기술 개발에는 위험 요인과 도전들이 있게 마련이다. 전략을 짜는 현 상황에서 보는 시각과 달리 진행 과정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나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용성이나 의도하지 않았던 용도, 소비자 가치관, 기술 상승 효과, 창조적 파괴, 우연 등에 따라 제품화되는 기술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 이처럼 기술적 실현과 사회적 활용은 동일시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미래 유망 산업이란 가능성의 영역이지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전략 경영 전문가인 앤드류 캠벨과 로버트 파크의 저서인 <신규 사업 성공의 비밀-성장과 도박>이 이를 잘 지적하고 있다. 성장 정체를 겪는 기업이 성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신규 사업에 도전한 것들 중 90%는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다. 미국 딜로이트 사의 컨설턴트인 마이크 레이노도 자신의 책 <전략 패러독스>를 통해 전략 성공 가능성이 클수록 실패 가능성도 짙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대표적 혁신 기업인 일본 소니 사의 실패를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베타맥스 비디오테이프와 미니디스크의 경우 위대한 전략이었지만 불운 때문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미래의 불확실성 관리에 실패했다는 얘기이다. 세계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미래 유망 산업을 전망할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트렌드 아닌 불확실성에서 출발
먼저 미래 지향적 사고방식 확산이다. 프랑스 미래학자 가스통 버거는 차를 빨리 운전할수록 헤드라이트는 더 밝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세계사에 유래 없는 단기간의 압축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눈앞의 문제 해결에 많은 힘을 쏟아야 했다. 당장의 트렌드보다 먼 시각에서의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미래 기회의 선점은 요원한 일이다. 5년 정도의 사고 틀을 넘어서서 적어도 10~20년, 한 세대 앞을 고민해야 한다. 당장의 성장보다는 장기적 생존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미래 예측 활동의 대폭적인 확대와 지식의 공유이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관련 국제회의가 국내에서 많이 열리지만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거의가 외국 사례들이다. 외국 기업의 경우 상설 싱크탱크가 있는 경우가 많고, 적어도 10년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우리 실정에 맞는 미래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적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외국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유망 분야를 찾기 위한 예측 활동 외에도 경제단체, 연구소, 대학들의 다양한 예측 활동이 절실하다. 타이완의 탐킹 대학은 모든 학생이 미래 예측을 필수적으로 배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론과 실무로 무장한 앨빈 토플러 같은 세계적 미래학자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래 유망 산업을 찾을 때 기업과 정부 차원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성공의 비밀은 유망 산업 그 자체보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한 유연한 실행에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결국에는 사람과 조직의 창의성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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