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의사들 잘 나가네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08.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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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 타고 병원장·의료원장 진출 크게 늘어…의료 단체장도 다수 차지

 

비뇨기과 의사들이 뜨고 있다. 비뇨기과는 주요 진료 과목 중 사람들의 ‘아랫도리’를 다루는 분야로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1970~80년대는 내과와 산부인과, 1990년대는 외과 의사들이 잘 나가는 쪽에 들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출산과 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뇨기과 의사들이 힘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식생활 패턴이 달라짐에 따라 비뇨기 계통 환자들이 늘어 ‘각광받는 분야 1순위’에 들어간 것이다. 전립선 질환의 경우 당뇨병·고혈압과 함께 남성의 3대 성인병으로 최근 환자가 폭증하는 추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전립선암 환자는 20배 이상 불어났다. 서구에서는 발생률 1위, 사망률 2위 암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망률 5위 질병이 전립선암이다.
비뇨기는 신장에서 출발해 방광을 거쳐 요도에 이르는 기관을 총칭하는 것으로 전문 의사는 배설·생식·성과 관련된 질병을 다룬다.
이처럼 사회 흐름을 타고 유망 분야가 된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활동 반경이 매우 넓어졌다. 병원장, 의료원장 및 임원, 단체장들까지 합하면 수십 명에 이른다.
최근 이화여대 서울 동대문병원장에 비뇨기과 의사인 심봉석 교수(50)가 취임했다. 연세대 의대를 나온 심원장은 1986년 2월 비뇨기과 전문의 자격을 딴 뒤 1990년 9월부터 이대와 인연을 맺었다. 동대문병원 기획실장, 응급실장, 의료기관 평가준비위원장을 거쳤다.
김세철 중앙대 의료원장(대한성학회장)도 비뇨기과 출신 CEO이다. 경북대 의대를 나온 그는 대한남성과학회장, 대한불임학회장, 대한여성성기능연구학회장, 1996년 아시아비뇨기과학회 사무총장, 2005년 국제남성과학회 조직위원장, 중앙대 용산병원장을 지낸 마당발이다.
인제의대 상계 백병원 사령탑인 노충희 원장도 비뇨기과 출신 의사이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그는 미국 듀크 대학과 노스캐롤라인 대학 연구 교수로 몸담는 등 학구파이다. 이강현 국립암센터부속병원장도 비뇨기과 출신 이다.
지방 병원장 자리도 비뇨기과 의사들이 꽤 차지하고 있다. 대형 병원으로는 전북대 의대 부속병원, 연세대 원주의대 부속병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전북대 의대 병원장은 비뇨기과 출신인 김영곤 원장이다. 김원장은 전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박사 학위까지 모교에서 받았다. 전북의대 의학과장 및 비뇨기과장, 비뇨기과학회 협력이사로 뛰기도 했다. 연대 원주의대 병원장 역시 비뇨기과를 전공한 송재만 교수이다. 송원장은 이 병원과 원주기독병원에서 기획관리실장을 거쳤고 국군 항공의학연구원 비뇨기과장을 지낸 이색 이력도 갖고 있다.
병원 임원이나 간부들도 비뇨기과 출신 의사가 많다. 경희대 의대 부속병원 기획실장인 장성구 교수, 김청수 서울 아산병원 기획실장, 조용현 가톨릭의대 부속 여의도 성모병원 주임 교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장실장은 의사이면서 문필가로도 이름이 나 있다.
이들 현직 병원장·의료원장들과 함께 얼마 전까지 그런 자리에 앉았던 비뇨기과 의사들도 여러 명 있다. 김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병원 제1병원장과 의대학장을 지낸 원로 의료인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장, 대한성병학회장, 초대 한국전립선관리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고성건 전 고려대 혜화병원장 또한 비뇨기과 출신이다. 고대 의대 학장도 거친 그는 독일자루부뤽켄 대학 병원과 구텐베르그 대학 병원(마인츠)에서 연구 교수로도 재직했다.
“진료 과목 특성상 사교성 강한 사람 많아”
동아대 의대 부속병원장 및 의료원장을 지낸 윤진한 교수, 최낙규 전 한강성심병원 부원장, 박영요 전 이대 목동병원장도 같은 전공 출신이다. 현재 동아대 부총장이기도한 윤교수는 동아대 생명과학연구소장을 거치는 등 동아대 의대 버팀목이다.  최 전 부원장 역시 국내외 비뇨기 분야 연구와 진료로 유명세를 탔다. 미국에서 임상 교수 연수를 하면서 뉴욕 펠로우즈 나이트상을 받았다.
대학 경영진으로 뛰는 비뇨기과 의사도 있다. 올봄부터 의무 부총장을 겸하고 있는 김세철 중앙대 의료원장, 윤진한 동아대 부총장, 류수방 전남의대 교수협의회장 등 이 그들이다.
각종 의료 단체장 가운데서도 비뇨기과 출신 의사들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의료계 ‘전국구 의사’로 통하는 권성원 한국전립선관리협회장(동아제약 이사)과 정정만 대한기능영양의학회 명예회장(세우미클리닉 원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권회장은 연세대 의대를 나와 이대병원 전문의, 연세대 의대 교수, 일본대 및 독일 뤼백의대 연구 교수 등을 거쳤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사장, 대한의학레이저학회장을 지내기도 해 비뇨기과 의사들 간의 모임에서 감초 역을 하고 있다. 전립선 무료 진료, 전국 보건소장 교육, 특강 및 출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약사, 병원, 의료기기 업체, 대학들도 그와 선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정명예회장은 연세대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 전문의, 아시아성학회 성문화 분과위원장 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의료계·학계·업계 대표들이 참여하는 대한기능영양의학회를 만들어 모임 활성화에 주력했다. 박중현 연세 맨파워 비뇨기과의원장은 천안시 의원이기도 하다.
비뇨기과 의사들이 의료계를 석권하는 것에 대해 송영용 헬스투유 대표는 “전공 과목 특성상 내·외과적 성격을 띄고 사교성이 강한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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