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꿈 부푼 중국 ‘열정과 냉정 사이’
  • 조홍래 (언론인·전 연합뉴스 외신국장) ()
  • 승인 2007.08.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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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국제 사회 데뷔’ 기회 별러…보이코트 운동 등 장애물 ‘첩첩’…벌써부터 “대량학살 올림픽” 소리도 높아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할 때 세계 언론은 전두환 군사 정권이 올림픽은 개최해서 무얼 하겠느냐고 비꼬았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올림픽을 두고도 세계의 여론은 비슷한 질문을 하고 있다. 거대한 스타디움 공사, 대규모 취재단, 현란한 스포츠 경기, 심지어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상영에 이르기까지 이 거창한 행사에 대한 언론 보도는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외형적 소란의 뒤에서 던지는 가장 중요한 의문은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얼마나 변할까 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강대국으로서 국제 사회에 화려하게 데뷔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비판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중국의 권위주의 사회가 얼마나 개방될 것이며 반체제는 어디까지 허용되고 세계 시민으로서 중국의 행동은 얼마나 나아질까 하는 데 관심이 쏠려 있다. 모든 축제에는 늘 실망이 따르기 마련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베이징올림픽 역시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긴 지난 10년간 동굴 속에 숨어산 사람이 아니라면 중국이 새삼스럽게 세상에 데뷔할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세상 밖에 나와 있다. TV나 잡지들은 장쯔이(章子怡) 주연 영화를 관람하고 번창하는 기업들을 취재하면서 세계 2위의 중국 경제를 외면할 수 없다. 기업인이나 투자자들에게 중국은 세계의 중심 무대가 된 지 오래이다. 텍사스의 트럭 운전자나 폴란드의 공장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중국제 상품이 없이는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초고속 성장을 하는 중국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13억 중국인들은 이미 투자자나 언론으로부터 충분히 주목받고 있다. 다만 세계가 바라는 것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이 진정한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다. 일본이 어느날 돌연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처럼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비판자들도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거실을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보면서 어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처럼 세계는 중국의 성장을 기대 속에 바라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중국의 정치 제도가 2~3년 안에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체제 인사들은 올림픽 기간에 속 꽤나 썩일 것이 뻔하다. 대회를 아무리 잘 운영해도 공산당의 1당 독재가 계속되는 한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슬로건이 실현될 조짐은 없다. 타이완 문제, 티베트 독립, 빈부격차, 공해, 가짜 상품을 둘러싼 이미지가 당장 좋아질 수는 없다. 
‘진정한 커밍아웃’에 대한 기대 높아
수단의 다르푸르는 또 다른 문제이다. 중국은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독재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여배우 미아 펠로우를 비롯한 인권 운동가들이 “대량 학살 올림픽”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구글의 ‘중국 대량 학살 올림픽’ 사이트에는 이미 100만명이 다녀갔다.
중국이 언론을 탄압하려 하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중국 본토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항의나 보이코트 운동 소식을 올린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 당국이 이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혁신 마인드를 가진 기업인이 누구보다 필요한 중국이 정보 교류를 탄압한 데서야 말이 안 된다.
중국은 또한 올림픽의 정치화를 피해갈 수 없다.  만일 미국에서 열린다면 이라크 전쟁 항의 시위가 벌어질 것이다. 올림픽의 정치화는 선례가 많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히틀러의 선전 도구로 전락했고 1952년 헬싱키올림픽은 냉전의 효시가 되었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은 보이코트 사태를 보여주었고 1972년 뮌헨에서는 이스라엘 선수들이 살해되었다. 1976년 몬트리올에서는 중국이 타이완의 참가를 방해했다. 1980년 모스크바와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보이코트가 있었다. 이처럼 올림픽은 또 다른 정치 무대이다.
중국이 성장을 위해 수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이 나라에서 개인의 자유를 논하는 데는 완급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의 통화 정책만 보더라도 사회 안정이 공산당 지도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위안화를 절상하면 인플레와 성장 둔화 위험을 초래한다. 따라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중국호’를 뒤집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 된다. 이를 이해하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최근 세계 증시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에서도 중국 증시는 거의 동요하지 않았다. 위안화가 그만큼 저평가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은 매사에 이런 식이다.
중국에서 안정과 통제는 갈수록 중요하다. 심화일로인 농촌 오염과 도농 격차를 통제 없이 다루기는 힘들다. 또한 범람하는 가짜 상품 사태도 언론 자유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 최대의 장난감 회사 마텔은 지난 8월 중순 1백82만 개의 불량 장난감을 리콜했다. 중국 경제의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신호이다. 중국이 원하지 않는 일은 국내외 기자들이 매일 새로운 가짜 제품을 찾아내 대서특필하는 것이다.
여름 올림픽은 4년마다 개최된다. 이것이 중국에서 열리니까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이벤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사상 최고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운동 단체는 자신들의 꿈이 관철되지 않는 한 베이징 행사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동북공정으로 속이 상한 한국도 중국이 좋은 이웃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수많은 소망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올림픽은 세계인의 꿈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은 과연 베이징만의 축제로 끝나지 않고 세계 속으로 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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