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체험 교실’ 청계천의 두 얼굴
  • 남민우 인턴 기자 ()
  • 승인 2007.08.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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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 동물만 370여종…시민단체들 “사람 출입 많아 한계 노출”

 
“아~ 시원하다~!” “엄마! 여기 조그만 물고기가 있어요!” “허허..어느새 풀이 내 키보다 더 자랐네”
장마가 지나고 때늦은 폭우로 일주일을 보내니, 이번에는 폭염이다. 더운 날씨와 열대야가 계속되자, 청계천을 찾는 시민의 수도 늘어났다. 퇴근 후 잠시 물에 발을 담그고 담소를 나누는 회사원들, 아예 옷을 벗어던지고 물가를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 분수 쇼를 구경하는 연인들, 더위를 피해 저녁에 산책하는 노인들까지 사람이 넘쳐난다. 두 딸을 데리고 나온 40대 주부는 “올 여름 휴가는 비 때문에 망쳤는데 오히려 서울에서 물놀이를 하게 되었다”라며 만족해했다.
청계천 복원이 곧 2주년을 맞이한다. 어느새 청계천은 가족의 주말 나들이 코스, 산책 코스로 자리 잡았고, 청계천을 방문한 시민의 수는 이미 5천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여름이 되자 많은 시민들이 청계천을 찾아 청계광장은 물론 주변의 상가들도 앉을 틈이 없다. 그러나 청계천에 넘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청계천의 생태계도 꾸준히 변화해 새로운 동·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개체 수도 늘어나고 있다. 알록달록한 꽃들, 피라미떼, 오리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어 산책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청계천 관리센터는 “서식 동물이 약 3백70여 종으로, 복원 전에 비해 2백90여 종, 개장 직후인 2005년에 비해 70여 종 늘어났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생태계가 복원됨에 따라 청계천은 서울의 조경을 친환경적으로 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도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고 있다.
청계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피라미·붕어·잉어 등 어류의 증가이다. 복원 전 4종에 불과했으나 2006년에는 23종이 보고되었다. 종류뿐 아니라 개체 수도 많이 늘어났다. 친구들과 청계천을 찾은 고등학생 김민아양(16)은 “곳곳에서 물고기 떼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시골 개울에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황순진 교수(건국대 환경과학과)는 “전체적으로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한 붕어가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피라미도 곧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청계천 신답철교 부근에 생태 학습교실을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태 해설사’라는 개념을 도입해, 시민들이 식물·곤충·조류 등의 테마로 해설을 듣고 관찰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답철교 부근 생태 학습교실 인기 만점
생태 학습교실을 체험한 남태령 어린이집의 이미선 교사는 “서울 아이들은 자연과 친숙하지 않다. 생태 체험을 통해 곤충, 철새, 물고기 등을 직접 보고 관찰했다. 특히 물위를 뛰어 다니는 소금쟁이와 열매가 열린 사과나무를 보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본 동·식물들을 직접 보면서 자연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생태 해결사 김향숙씨는 “계절에 맞게 곤충, 조류 등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특히 방학 때는 적게는 하루 40~50명, 많게는 2백~3백명이 방문할 정도로 이용률이 굉장히 높았다”라고 말했다.
가장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청계천 하류인 황학교에서 중랑천 합류부까지  구간이다. 생태 하천의 모습을 비교적 많이 간직하고 있어서 다양하고 많은 동·식물이 출현한다. 청계천 관리센터에 의하면 신답철교부터 중랑천 합류부까지 식물은 1백99종, 어류는 10종, 조류는 27종, 양서·파충류는 8종으로 총 2백57종이 서식한다. 상류에 비해 동물의 서식공간이 넓고, 중랑천과 가까워질수록 하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내 빠르게 본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긴몰개와 가시납지리도 이곳에서 주로 발견된다. 특히 하류에서는 상·중류에 비해 다양한 조류를 만날 수 있다. 고산자교에서 무학교까지의 짧은 구간에서도 자맥질을 하는 오리들과 도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쇠백로를 볼 수 있다. 청계천을 찾은 한 30대 주부는 “더위를 피하려고 왔는데, 물고기, 새 등이 많아서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아이가 크면 자연학습을 할 수 있겠다”라며 관심을 보였다. 식물의 경우는 줄, 부들, 갈대, 두루박이 등 다양한 물가 식물들이 자리 잡았다. 복원 당시 조경을 위해 인공적으로 심은 1백5종을 제외하고도 자연적으로 유입된 것이 2백종이 넘는다. 관리센터는 찔레, 꼬리조팝 등 조류 유인 식물을 심어 조류 서식처를 확장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보식을 통해 동물들의 서식 환경을 조성한다. 청계천 관리자는 “무성하게 자란 풀을 보고 시민들이 관리하라고 건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공원이 아니라 하천의 개념으로 청계천을 유지·관리한다. 자연스럽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공적인 개입은 최소화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아직 양서·파충류의 경우는 드물게 보인다. 청계천 관리센터는 두꺼비, 아무르산개구리 등 8종의 양서·파충류를 보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수가 많지 않다. 지난 8월3일에는 고산자교 부근에서 한국의 토종뱀인 누룩뱀이 발견되어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생태계가 복원되었다’거나 ‘먹이사슬이 복원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환경연합 한숙영 간사는 “먹이사슬을 논하기엔 시기가 이르다. 뱀 역시, 서식한다기 보다는 비에 떠밀려왔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황순진 교수는 “서식지의 상태가 비교적 단순해 다양한 종류의 생물을 부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양서·파충류의 경우 적합한 지형적 조건을 갖추지 못했고, 사람들의 빈번한 출입 때문에 번식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희자연환경연구소 원두희 소장은 “서울시의 발표와는 달리 중류 이하에서 종종 오염 지표종이 출현한다. 자료를 공유해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외래종 및 생태계 교란종을 관리해 하천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환경연합도 “단순히 전시 효과를 노린 환경 조성이 아니라 동·식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서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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