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 몰린 코리안 특급들
  • 한용석 (JES 기자) ()
  • 승인 2007.09.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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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메이저리거들 혹독한 시련…9월이 ‘재기냐, 좌절이냐’ 분수령

 
미국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 올 시즌은 잔인하다. 시즌 초 콜로라도에서 플로리다로 트레이드된 김병현(28)은 웨이버 공시를 통해 애리조나로 갔다가 방출을 당해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오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탬파베이의 서재응(30)과 류제국(24)은 성적이 부진해 마이너리그로 떨어졌고 백차승(27)과 추신수(25)는 불의의 부상 때문에 재활 훈련을 거쳤다. 해외파의 맏형 박찬호(34)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칠 처지이고 김선우(30) 역시 올해 빅리그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는 9월1일부터 엔트리가 40인 로스터로 늘어난다. 포스트시즌을 다투는 팀은 실력 있는 마이너리거를 불러올리고, 성적이 하위권인 팀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시기이다. 코리안 해외파들은 과연 기회를 얻을 것인가.
김병현은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인 메이저리그에서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재정이 빈약한 플로리다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가자 김병현의 잔여 연봉 80만 달러가 아까워 8월 초 웨이버 공시를 했다.
친정팀인 애리조나가 허리 수술을 한 랜디 존슨의 보험용으로 김병현을 데려갔다. 그러나 김병현이 단 두 경기에서 부진하자 난데없이 방출시켜버렸고 지구 경쟁 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LA 다저스가 김병현을 데려가지 못하게 하려는 술책도 썼다. 애리조나의 비열한 술책으로 인해 김병현은 광대 같은 신세가 되었고 플로리다는 몸값이 한결 저렴해진 김병현을 다시 데려갔다. 
 
김병현은 두 차례의 웨이버 공시 과정을 거치면서 시즌 연봉(2백50만 달러) 중 약 50만 달러나 손해 보게 되었다. 그나마 자신이 가장 편안하고 분위기 좋은 플로리다로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시즌 후 FA 선수가 되는 김병현으로서는 9월 마지막 한 달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연봉 3백만 달러 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선발 등판시 4점에 가까운 평균 자책점을 기록해야 한다. 반면 플로리다는 김병현이 FA 선수가 되면 싼값에 재계약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 달간의 어색한 동거에서 김병현은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FA 몸값을 올릴 수 있다.

‘위기의 사나이’ 박찬호·서재응·김선우
뉴욕 메츠의 마이너리그 팀에서 재기를 노리던 박찬호는 시즌 중반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트리플 A 팀으로 옮겼다. LA 다저스 마이너 시절 은사였던 버트 후튼 투수 코치를 만나 투구폼과 피칭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트리플 A에서 투구 성적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 초반 난타당하는 징크스는 계속되고 어쩌다 한 경기 호투할 뿐이다. 8월28일 현재 시즌 성적은 6승 13패, 평균 자책점 6.36. 박찬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은 마이너리그에서 마치고 내년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뜻을 밝혔다.
탬파베이 코칭 스태프 및 프런트와 매끄럽지 않은 관계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서재응 역시 박찬호와 비슷한 처지이다. 장기인 제구력이 사라지며 6월 초 평균 자책점이 8점 대로 치솟자 탬파베이는 웨이버 공시로 방출했고 서재응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이후 제구력을 되찾고 퀄리티 피칭을 수차례 해도 메이저리그 호출은 없었다. 30개 구단 중 최하위인 탬파베이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서재응을 등한시했다.

 
결국 박찬호와 서재응은 9월에도 마이너에서 머문 채 시즌이 끝날 것이 유력하다. 마이너리그 계약 신분으로 내년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처지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새로운 팀을 찾아나서야 하고 캠프에는 초청 선수로 참가할 수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 A 프레스노 소속인 김선우는 최근 4연승으로 호투하고 있다. 최근 9경기 중 7경기를 2실점 이하로 막았다. ‘이 주의 선수’에 선정되는 등 안정적인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 최하위팀인 샌프란시스코는 스프링캠프 막판 25인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던 김선우의 기량을 점검하기 위해 9월에 호출할 가능성이 많다. 김선우가 다시 40인 로스터에 진입하게 된다면 내년 빅리그 선발 도전에 좋은 기회를 잡게 된다.

내일을 꿈꾸는 백차승·추신수·류제국

확대 엔트리는 유망주들에게 좋은 기회이다. 엔트리 숫자에 여유가 생기면 베테랑에게 밀렸던 유망주들이 대거 팀에 합류한다.
시즌 중반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얻고 선발진에 합류했던 백차승은 6월 말 어깨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 아쉽다. 최근 재활 훈련을 거쳐 두 달 만에 마이너리그에서 등판하고 있다. LA 에인절스와 지구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애틀 마리너스가 백차승을 불러 올리겠지만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제라드 워시번-미겔 바티스타-호라시오 라미레스-제프 위버로 짜여진 선발진에서 선발 기회를 다시 잡을지는 불투명하다. 7월까지 2승 10패 6점대 평균 자책점으로 부진했던 제프 위버가 최근 완봉승 포함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몸값 비싼 베테랑 트롯 닉슨과 데이비드 델루치에 밀려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던 추신수 역시 팔꿈치 부상으로 중요한 시간을 낭비했다. 올해로 마이너리그 옵션을 모두 사용한 추신수는 9월, 짧은 시간 동안 유망주의 틀을 벗는 실력을 보여주어야 내년에 살아남게 된다. 
류제국은 시즌 초반 탬파베이에서 롱맨으로 경험을 쌓고 마이너에서는 선발 수업을 받았다. 마이너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아직 보여주지 못해 빅리그로 올라가도 불펜으로 뛸 전망이다. 류제국에게는 9월보다는 올 겨울과 내년 스프링캠프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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