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땅 따먹기’ 요란한 ‘삿대질’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09.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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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우선 공급량 싸고 지자체끼리 티격태격…현행법 허점이 문제

 

서울 송파·경기도 광교 신도시 건립을 둘러싸고 마찰음이 들린다. 서민 주거 안정과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 진행 중인 신도시 건립과 관련해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 개발 주체들의 이견으로 ‘소리’가 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도로 신설 등 도시 건립에 따른 걸림돌들도 적지 않아 건교부와 지자체 간의 충돌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마찰음이 큰 대목은 ‘지역 우선 공급량’ 배정이다. 지역 우선 공급량은 신도시 건립 주택 중 일정률을 지역민들에게 먼저 분양하는 것으로 지자체들이 서로 많이 차지하려는 데서 시비가 생기고 있다. 분당·일산 등 기존 신도시나 택지 지구는 행정 구역이 대부분 한 곳이어서 문제가 없었다. 반면 송파·광교 신도시는 다르다. 지자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택지 개발 사업 지구가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는 경우 해당 행정 구역 모두를 같은 주택 건설 지역으로 본다’라고 규정해놓고 있다. 1997년 만들어진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서도 해당 지자체에 일정률의 주택을 우선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성남·하남시 지역에 걸쳐 있는 송파 신도시의 경우 해당 지자체들이 지역 우선 공급 아파트 양을 서로 늘려야 한다며 맞서 있다. 2009년 분양될 송파 신도시 면적 중 41%(278만7천㎡)는 성남시, 38%(2백56만㎡)는 서울시, 나머지 21%(1백41만6천㎡)는 하남시에 속해 있다. 따라서 성남시는 토지 지분율에 우선 공급 비율을 곱해 12.3%, 100% 지역 우선 규정을 적용받는 서울시는 38%, 하남시는 6.3%를 배정받는다. 이처럼 법대로 할 경우 서울시가 다른 지자체보다 3∼6배 많게 배정받게 되어 성남시와 하남시의 반발을 사고 있다. 양쪽 시는 건의 형식을 취해 건교부와 경기도에 조정을 요구했다.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경기개발공사가 개발 주체인 광교 신도시도 반발 강도는 덜하지만 사정이 비슷하다. 땅을 가진 수원시와 용인시가 공급량을 놓고 맞서 있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땅의 88%를 차지하는 수원시는 행정 절차 대부분이 수원에서 이루어지는 점을 들어 면적만큼의 배정을 주장하고 있다.
수원 광교신도시추진단 관계자는 “땅 넓이, 인구 수를 볼 때 당연히 80% 이상을 공급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토지 보상 및 분양 일정이 곧 잡히면 올해 중 조율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용인시의 시각은 다르다. 수원시와 같은 사업 주체로서 꼭 같이 배분받거나 적어도 30% 이상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경기 지역에 한해 20만평이 넘는 택지 지구는 전체 공급량의 30%를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먼저 공급토록 되어 있는’ 규정을 근거로 들고 있다. 본격 논의에 들어가면 이 점을 내세운다는 것이 용인시의 방침이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면서 사업을 관장하는 경기도가 해법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주택 건설 전문가는 “이 문제는 땅 면적과 관계없이 행정 구역만 걸쳐 있으면 같은 사업 주체로 보는 현행법의 맹점에서 비롯된다. 지자체 간 마찰을 줄이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건교부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만 놓고 보면 땅 지분에 해당하는 가구 수의 30%(서울은 100%)를 해당 지역민에게 우선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아파트 채권 입찰제 적용도 헷갈려
‘지역 우선 공급량 논란’ 못지않게 풀어야 할 난제들도 수두룩하다. 중·대형 아파트의 채권 입찰제 적용이 무엇보다 골칫거리이다. ‘인근 아파트 시세의 80%’선에 맞추어 채권 입찰액을 정하는 것이 관례이나 행정 구역이 서로 달라 ‘인근 아파트’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문제이다. 광교신도시의 경우 가까운 수원시 영통지구의 40평형대 아파트값은 평당 1천1백만~1천5백만원 선이나 용인시 동천동·성복동 일대는 1천5백만~2천만원대 아파트가 적지 않다. 채권 입찰제 적용 가격은 입주민에게 민감한 사안이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별 거주자들의 학군 배분도 집값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3개 지자체가 이어진 송파신도시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둘이 아니다. 기반 시설과 관련해 서울시는 송파~동대문, 송파~과천 급행 간선 철도를 정부 돈으로 놓아달라고 요구하지만 먹혀들기 힘든 분위기이다.
또 임대 주택 배치, 가스 및 열 공급 설비, 쓰레기 소각장 설치에 대한 이견도 팽팽하다. 임대 주택의 경우 3개 지자체가 서로 상대 지역에 떠밀기를 하고 있다. 분양 아파트와 달리 임대 주택은 세수에 큰 도움이 안 되어 모두 꺼리고 있는 것이다.
반대 강도가 가장 센 곳은 송파구와 지역 단체들이다. 신도시는 최소한 서울에서 외곽으로 3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 세워야 함에도 건교부가 이런 기본 원칙마저 어겼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환경 파괴, 교통 혼잡도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송파 지역 출신인 진두생 서울시의회 정책연구위원장은 “이런 문제들이 선결되지 않은 가운데 신도시를 지으면 대혼란이 일어난다. 더욱이 재정이 약한 지자체에 도로 등 기반 시설을 마련토록 하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라고 성토했다.
그는 특히 “참여정부가 차기 정부에 가서 분양될 신도시를 강행하는 것은 표를 의식한 대선용 성격이 짙다”라며 △대상에서 빠진 장지동 화훼마을 추가 △임대 및 소형 아파트 건설 비율 축소(66%→40%) △거여·마천 뉴타운 사업과의 연계 추진 △성남~탄천 뚝방길 경전철 연결 등을 주장했다.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면 자자체와 공동으로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경고했다.
건교부는 이같은 반발과 해당 지자체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방향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대 주택 건립 세대 수 조정이 대표적인 예이다. 건교부는 최근 송파신도시 건립 가구 수 중 분양 주택을 8백9가구 줄이는 대신 임대 주택을 3백95가구 늘리기로 했다. 송파구의 경우 임대 1만2백88가구, 분양 9천6백97가구가 들어서 당초 안보다 1백38가구가 준다.
하지만 송파구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9월 말 개발 계획 승인 등 사업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주민 공람(2주일), 지자체 의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어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자연히 건교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해진다. 사정은 약간 다르지만 광교신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용인시와 의회가 강하게 반대할 경우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수원시와 경기도 의견을 다시 듣고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해당사자들의 신뢰를 더 잃기 전에 ‘신도시 마찰음’을 줄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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