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앞이 안 보인다면?
  • 이문신 (관악 연세안과 원장) ()
  • 승인 2007.09.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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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병이 녹내장이다. 녹내장은 주로 안압이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시신경의 손상과 시야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안압이 정상일 때 발생할 수도 있다. 녹내장은 어찌 보면 진단명이라기보다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안압이 높아지는 것으로는 ‘원발성 개방우각녹내장’과 ‘원발성 폐쇄우각녹내장’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쉽게 말하면 만성녹내장과 급성녹내장이다. 만성녹내장은 몇 년, 혹은 몇 십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한다. 급성녹내장은 갑자기 안압이 정상 수치의 몇 배로 오르면서 심한 통증과 두통, 시력 저하, 심하면 구토까지 발생한다. 이렇게 전혀 다른 증상의 질병이 녹내장이라는 병명으로 불리므로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 만성녹내장(원발성 개방우각녹내장)과 급성녹내장(원발성 폐쇄우각녹내장)으로 나누어서 정리한다.
만성녹내장은 증상이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정상 안압의 기준이 10~ 21mmHg인데, 만성녹내장에서는 대개 30mmHg 이하 정도의 안압이 지속되면서 조금씩 시신경을 망가뜨린다. 그런데 시신경 손상으로 인한 시야 장애는 시야의 바깥부터 조금씩 발생하므로 질병이 어느 정도 진행을 하기 전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그러다가 중심부까지 진행해서 시력 저하를 느끼면 그때는 이미 말기 상태로 시력 회복이 불가능하다. 40세 이상의 성인에게 1년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안압 검사를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기 검진으로 미리 질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것이 녹내장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
40세 이후 정기 검진해 안압 상승 막아야
만성녹내장의 치료는 원칙적으로 약물요법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안압을 정상 수치 이내로 조절해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사용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녹내장이 확실하다면 녹내장 치료를 시작하면 되겠지만 단순히 안압만 높고 다른 부분에 변화가 없다면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한다. 안압만 높은 경우를 고안압증이라고 한다. 고안압증의 경우 계속 정기 검사를 하다 보면 10% 정도에서 만성녹내장으로 확인되므로 정기 검사가 꼭 필요하다.
급성녹내장은 만성녹내장과 달리 아주 심한 증상을 나타낸다. 위에 적은 것과 같이 안구 통증, 두통, 시력 저하, 구토 등이 발생하므로 안과를 찾기보다는 신경외과나 내과를 먼저 찾기도 한다. 60mmHg 이상으로 안압이 치솟아 나타나는 증상으로 최대한 빨리 안압부터 정상 범위에 가깝게 떨어뜨려야 한다. 만성녹내장과 달리 몇 시간 혹은 며칠 사이에 시야 손상과 시력 저하가 심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사전에 예방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급성녹내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조건을 가졌더라도, 그 전부에 대해 예방적 레이저 치료를 하기도 어렵다. 가끔 산동 검사를 하다가 안압이 올라가서 급성녹내장 위험을 확인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증상이 발생한 후에나 알 수 있게 된다.
급성녹내장의 치료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안압을 정상으로 떨어뜨리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려면 초기 진단과 진료가 빨라야 한다. 증상이 발생하고 초기에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두 질병의 중간 형태로 가끔씩 안압이 올라가고 곧 정상으로 돌아오는 아급성 녹내장이라는 것도 있다. 또 포도막염과 같은 질병에 의해 나타나는 이차성 녹내장도 있다. 어찌 되었건 다른 녹내장은 불편감이나 통증으로 병원을 찾게 되지만 만성녹내장은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압 검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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