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찐쌀’을 어찌할꼬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09.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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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추석이다. 입추, 처서, 백로를 거친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황금 들녘을 바라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것이 농심이다. 그러나 그것은 옛 얘기가 되었다. 추수를 앞둔 농부들 얼굴에는 기쁨보다 수심이 가득하다. 힘들여 쌀농사를 지어보았자 재미가 없어서이다. 쌀 수요가 줄고 여기에 값싼 중국산 찐쌀까지 우리들 밥상에 파고들어 우리 쌀의 설 땅이 좁아지는 추세이다. 국민 한 사람당 연간 쌀 소비 통계가 잘 말해준다. 1970년 1백36.4㎏, 2000년 93.6㎏, 2005년 80.7㎏, 2006년 78.8㎏으로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부부 증가, 외식 문화 확대 등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산 찐쌀 유입은 심각하다. 직장인들이 많이 사먹는 김밥과 떡볶이, 떡, 쌀 과자 등은 물론 기업체 구내식당, 일반 음식점을 비롯해 어디를 가나 먹게 된다. 우리 쌀과 섞어 압력 밥솥에 찌면 표시가 전혀 나지 않아 대부분의 식당에서 ‘단골’로 쓴다는 것이 요식 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 3월까지 국내로 들어온 찐쌀(4만8천5백75t) 중 95.3%가 중국산으로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액수로 따지면 1천7백24만여 달러(약 1백62억원)어치. 우리 쌀값의 29.6~66.9% 수준으로 아주 싼 편이다. 찐쌀 수입이 가장 많았던 2005년(1만65t)에는 수입 업체가 52개에 달하기도 했다. 찐쌀은 가공 식품으로 관세화 유예 대상이 아닌 기타 제조 곡물로 분류되어 50% 관세만 내면 시중 유통이 가능하다. 이는 수입을 더욱 부채질 하는 요인이 된다. 중국산 찐쌀의 평균 수입가는 t당 5백1.7달러. 이를 80kg 한 가마로 따져 계산하면 40.1달러(약 3만8천원)이다. 관세를 감안해도 이윤이 상당하다.
문제는 중국산 찐쌀이 우리쌀 시장 잠식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해 성분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해 심각성을 더해준다. 중국산 찐쌀에서 이산화황과 납 성분이 나왔다는 농협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산화황은 3년 이상 묵은 쌀을 표백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식약청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라는 말만 거듭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최근 모든 요식업소용 쌀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해 비상이 걸렸다. 값싼 중국산 찐쌀을 주로 써온 업소 주인들은 벌써부터 전전긍긍한다. 전국적으로 이 규정을 적용받는 음식점은 1만9천여 곳. 이들 음식점이 규정을 어길 경우 영업 정지 및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고 원산지 허위 표시 업소를 신고하면 포상금까지 준다. ‘식파라치’가 기승을 부릴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쌀이 당분간 꼬리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같은 조처들이 일과성에 그칠까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위해 식품에 대해 줄기차게 조사 단속을 벌이고 처벌해도 위반 업소나 회사들이 ‘날 잡아 보아라’는 식으로 버젓이 영업해온 전례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중국의 3대 농산물 수입국인 우리 정부의 찐쌀 규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애타는 농심을 또 한번 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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