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가을바람’ 피부는 목 마르다
  • 박현수 (인제의대교수·상계백병원 피부과) ()
  • 승인 2007.10.0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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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건조증·가려움증, 긁지 말고 심하면 전문의 찾아야

 

가을이 깊어가면서 날씨가 싸늘해지면 피부는 길거리에 뒹구는 낙엽처럼 메마르게 된다. 피부 건조증은 피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흔한 원인 중 하나인데, 특히 가을철부터 겨울철까지 몸 여기저기를 긁게 만드는 주범이다. 피부의 방어벽 역할을 하는 가장 바깥 부분을 각질층이라고 한다. 각질층은 각질 세포들과 이들을 서로 이어주는 표피 지질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질 세포들은 자연 보습 인자를 가지고 있다. 표피 지질은 각질 세포들을 견고하게 이어주어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 증발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자연 보습 인자는 수분을 끌어당겨 품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각질층은 피부의 수분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가지 선천적 요인과 질환, 상처, 자극 등에 의해 각질층의 표피 지질에 이상이 생기거나 자연 보습 인자가 부족하게 되면 피부는 건조해진다.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는 피부를 손상시키고 건조하게 만든다. 건조한 공기로 인해 각질층은 정상 수분 함량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고, 차가운 바람과 표피 지질 감소로 인해 수분 손실은 증가해 피부는 더욱 건조해진다. 이렇게 건조해진 피부는 아주 예민한 상태가 되어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손상된다.

원인 다양하고 개인차 심해 진단 어려워
피부 가려움증은 긁거나 비벼대고 싶은 불쾌한 느낌이다. 외부 자극과 무관하게 일어날 수도 있지만 외부 물질과의 가벼운 물리적 접촉, 온도 변화, 화학 물질이나 전기적 자극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두드러기, 아토피 피부염, 접촉 피부염, 신경 피부염, 옴이 생기거나 벌레에 물렸을 때 등 여러 가지 피부 질환에서 가려움증이 흔히 나타나는데 질환이 발생한 부위와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 그 양상이 다양하다.
전신 질환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폐쇄성 담도 질환, 만성 신부전, 악성 혈액 종양 등에서 전신 가려움증이 잘 동반되며, 진성 적혈구 증가증, 장내 기생충증,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 후천성 면역 결핍증 등에서도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신경과적 또는 신경정신과적 질환이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겨울철 가려움증은 노인에게 잘 발생하고 여성의 경우 폐경후증후군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항문 가려움증은 중년 이후에 많이 나타나는데 심인성 요인이 주된 원인이지만 항문 주위의 청결 불량으로 인한 오염과 자극이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대장 항문 질환, 매운 음식, 약물 등이 자극을 심하게 한다. 세균·진균 등에 의한 감염도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외음부 가려움증은 칸디다에 의한 음문 질염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트리코모나스 질염이나 패드, 피임약, 질 세척액, 콘돔 등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이 유발하기도 한다. 음낭 가려움증은 심인성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두피 가려움증은 중년 또는 노인에게서 특별한 원인 없이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물에 노출된 후 수 분 내에 또는 물에 대한 노출을 중단한 후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불쾌감이 1시간 정도 지속되는 수인성 가려움증도 있다.
가려움증은 매우 주관적인 느낌이어서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며 같은 사람에게서도 동일한 자극이 때에 따라 다양한 정도의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긴장·불안·공포 등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심해지고 하루 중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가장 심한 경향이 있다. 심하게 긁거나 문지르는 경우 붉어지거나 벌레에 물린 것처럼 피부가 부풀어오르기도 하고 상처가 생긴다. 피부가 갈라지는 경우도 있고 심하면 피부가 벗겨져 짓무르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자극을 가한 곳에는 색소 침착이 되기도 한다. 만성 소양증에서 가장 흔한 피부 변화는 태선화인데 이것은 심하게, 지속적으로 피부를 문지르거나 긁어서 피부가 가죽 모양으로 두꺼워진 상태를 말한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피부의 적
가려움증에 대한 치료는 다른 질환에 의한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항히스타민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등을 먹거나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한 경우에는 국소 마취제로 가려움증을 완화시키기도 하고 증상에 따라 다양한 치료 약제들을 사용할 수 있다.
피부 건조증이 심해져 피부가 울긋불긋해지면서 가렵고 비늘처럼 하얀 각질이 일어나거나 갈라지기도 하는 피부 질환을 건성 습진(xerotic eczema)이라고 하는데, 피부 수분 함량과 피지 분비가 감소되어 있는 노인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추운 계절에 세정력이 강한 비누로 자주 목욕하는 중년이나 노인에게 나타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건성 습진의 양상이다.
다리·팔·손등에서 흔히 시작되는데, 특히 양쪽 정강이 부위에 미세한 비늘 같은 하얀 각질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며, 점차 골반·허리·옆구리 등도 가려워지고 증상이 온몸으로 퍼지기도 한다. 심해지면 가려움뿐만 아니라 피부 손상으로 인해 따갑기도 하고 세균 등에 의해 2차 감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건성 습진을 치료할 때 피부 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주위 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보습제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건조증을 예방하거나 이미 생긴 피부 건조증을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차고 건조한 공기에 피부를 직접 노출시키는 것을 가급적 피해야 하며 집이 건조한 경우, 특히 중앙 난방인 경우 반드시 가습기를 사용해야 한다. 가렵다고 소금물로 씻는 등 민간 요법을 쓰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피부 건조증의 증상이 심하면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바르는 부신 피질 호르몬제와 먹는 항히스타민제, 자극이 없는 보습제 등으로 치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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